살해된 지 16년 만에 집주인의 누수 공사 과정 발견…범인 경찰 조사에서 반성은커녕 피해자 탓해
8월 30일 경남 거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건물 누수 공사가 진행됐다. 작업자는 건물 옥상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부수던 중 다세대주택 옥탑방 베란다에서 여행용 가방을 하나 발견했다. 여기에는 가로 39cm·세로 70cm·높이 29cm의 벽돌 구조물이 있었다. 작업자가 누수 공사를 위해 구조물을 부쉈는데 그 안에서 여행용 가방이 발견됐다. 누군가 벽돌을 쌓아 그 안에 여행용 가방을 넣고 그 위에 10cm가량의 높이로 시멘트를 부은 것이었다.
옥탑방 창문 밖 좁은 베란다에 설치된 이 구조물을 16년 동안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건물 누수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여전히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지냈을 것이다.
그렇게 발견된 여행용 가방 안에는 시신이 들어 있었다. 여행용 가방이 벽돌과 시멘트로 만든 구조물 안에 들어 있었던 탓인지 시신은 밀랍인형처럼 변했다. 경찰은 “사망한 지 오래된 것으로 보였지만 완전 백골화된 상태는 아니었다. 덕분에 시신에서 지문이 확인됐다”고 발견 당시를 설명했다.
시신을 통해 신원확인에 들어간 경찰은 사망자가 2011년 실종 신고된 30대 여성 B 씨임을 파악했다. 또 시신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이 둔기에 의한 머리 손상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은 살인사건으로 전환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B 씨가 2006년부터 시신이 발견된 주소지에서 거주했던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당시 동거 중이던 50대 남성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9월 19일 경남 양산에 거주하던 A 씨를 체포해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A 씨의 필로폰 투약 혐의도 추가로 포착됐다.
검거 당시 A 씨는 발견된 B 씨의 시신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사실 A 씨는 이미 2011년에도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바 있다. B 씨는 이미 2008년에 사망했지만 가족과 교류가 잦지 않았던 터라 가족들의 실종 신고는 3년이 지난 2011년에야 이뤄졌다. 당시 경찰은 동거 관계였던 A 씨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벌였지만 A 씨는 이미 오래전에 헤어진 사이라며 B 씨가 자신과 싸우고 집을 나갔다고 진술했다. 그렇게 당시 수사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뒤늦게 시신이 발견됐고, 발견 장소가 당시 A 씨의 주거지여서 A 씨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A 씨는 부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던 1998년 B 씨와 교제하기 시작해 2004년부터 경남 거제에서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6년, 시신이 발견된 거제의 다세대주택 옥탑방으로 주거지를 옮겨 동거 생활을 이어갔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08년 10월 10일께. B 씨와 다투던 도중 A 씨가 둔기로 B 씨의 머리와 얼굴을 때려 살해했다. A 씨는 집주인이 보일러실 보수를 위해 놔둔 시멘트와 벽돌을 사용해 시신을 담은 여행용 가방을 숨길 구조물을 만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 씨는 집주인에게 누수 공사를 위해 만든 구조물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A 씨는 해당 옥탑방에서 거주했다. 2016년까지 창 밖 베란다에 B 씨의 시신을 암매장해 둔 상태로 무려 8년을 지냈다. 2016년 A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검거되면서 옥탑방은 1년가량 비어 있었다. 1년여의 교도소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A 씨는 짐도 정리하지 않고 옥탑방을 떠나 경남 양산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집주인은 옥탑방을 창고 등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A 씨가 누수 공사를 위해 만들었다는 구조물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에 건물 옥상에서 누수 공사를 진행하면서 무려 16년 동안 감춰져 있던 시신이 비로소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미 16년 전 사건이지만 A 씨가 범행 날짜와 시간, 증거인멸 위치 등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살인 흉기인 둔기는 거제 칠천도 앞바다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A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B 씨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됐다”며 피해자를 탓하는 모습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사 과정에서 A 씨의 필로폰 투약 혐의도 확인됐다. 경찰은 A 씨에게 살인과 마약 투약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인데 사체은닉 혐의는 제외됐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사체은닉 혐의와 달리 살인 혐의는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마약 투약 전과자인 A 씨는 살인 혐의에다 또 다시 마약 투약 혐의까지 드러나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비록 사체은닉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사체유기’는 양형기준에서 일반양형인자의 가중요소가 된다. 또 A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반성은커녕 피해자를 탓하는 모습까지 보였는데 ‘반성 없음(범행의 단순 부인은 제외)’은 특별양형인자의 가중요소다.
살인범죄 양형기준에서 ‘원한관계에 기인한 살인’(말다툼, 몸싸움 등 시비 끝에 격분하여 살인)이나 ‘가정불화로 인한 살인’(배우자에 대한 불만 누적으로 배우자 살해)은 ‘보통 동기 살인’으로 구분돼 권고 형량범위가 ‘기본’ 10~16년이지만 ‘가중’의 경우 15년 이상, 무기 이상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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