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 기업 제치고 체육인대회 등 4건 따내, 과업 변경 이유 용역비 수배 증가…체육회·C사 “경쟁입찰 결과일 뿐”
대한체육회는 지난 1월 역대 최대 규모 ‘체육인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를 개최하는 데 든 비용은 총 12억 원이다. 체육계에선 과도한 비용이 들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대한체육회는 2023년 12월 체육인대회 행사 운영 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경쟁입찰을 실시했다. 최초 예정된 사업비는 3억 원 규모였다(관련기사 [단독] 대한체육회장 3연임 선언? ‘2024 체육인대회’ 과도한 행사비 논란).
입찰 경쟁에서 사업을 따낸 기업은 C 사였다. 입찰 당시 C 사는 2억 7600만 원을 써냈다. 2023년 12월 29일 오후 2시 올림픽회관 13층 대회의실에서 체육인대회 행사대행 용역 입찰 평가가 진행됐다. 평가위원 8명이 입찰에 참여한 3개 업체를 평가했다. 세 업체 모두 사업 적격 판정을 받았다. 그중 최고점을 받은 C 사가 사업을 따냈다.
체육인대회는 1월 16일 개최됐다. 행사 용역 계약은 체육인대회가 열리기 6일 전인 1월 10일 2억 7600만 원 규모로 체결됐다. 대한체육회와 C 사는 1월 31일 ‘과업 변경’을 사유로 계약 금액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가 끝난 뒤 보름이 지난 시점이다. 변경된 계약 규모는 기존 계약보다 6억 4400만 원 늘어난 9억 2000만 원이었다.
2023년 5월엔 ‘2024 파리 올림픽 코리아하우스 운영 대행’ 사업 입찰이 공고됐다. 40억 원 규모 사업이었다. 카카오계열사인 SM컬쳐앤콘텐츠 광고사업부문, CJ E&M과 HS애드 컨소시엄, 현대자동차 계열사 이노션, 코스피 상장 광고대행사 에프엠커뮤니케이션즈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오피코리아, 올댓스포츠)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 그리고 C 사도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은 세 가지 항목에 대한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계량지표에 따른 정량평가 10점, 각 업체가 써놓은 가격을 토대로 한 가격평가 10점, 그리고 ‘비계량 지표’에 따른 평가위원단 평균점수를 산출하는 방식 정성평가 80점 등이 주요 평가항목이었다.
국가종합전자조달 포털사이트 나라장터에 따르면 입찰 금액을 가장 저렴하게 써낸 기업은 C 사로, 35억 2000만 원을 썼다. 이노션은 36억 4000만 원, SM컬쳐앤콘텐츠 광고사업부문은 36억 8000만 원, CJ E&M은 37억 2000만 원, 에프엠커뮤니케이션즈 컨소시엄은 38억 원을 각각 적었다. 가격평가 부문에서 C 사가 1위를 차지한 셈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C 사는 기업신용평가 등급과 유사사업 수행실적 등을 평가하는 ‘정량평가’에서 9.25점을 획득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과업 수행 이해도(10점), 코리아하우스 장소 및 숙소 임차(15점), 코리아하우스 프로그램 기획운영(20점), 코리아하우스 홍보방안(5점), 운영 및 관리(20점), 방역안전 비상대응 대책 및 관리(10점) 등 세부항목에 평가위원들이 점수를 매기는 정성평가에서 C 사는 대역전을 만들어냈다.
C 사는 정성평가에서 72.4286점을 획득했다. 이노션이 71.1429점, CJ E&M 컨소시엄 71점, 에프엠커뮤니케이션 70.4286점, SM컬쳐엔콘텐츠 광고사업부문이 70.2857점을 각각 획득했다. 정성평가에서 약진한 C 사는 ‘정량+정성평가’ 합산 수치에서 1위가 됐다. 가격평가에서도 1위에 해당하는 가격을 써냈다. C 사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을 제치고 코리아하우스 운영대행 사업을 따냈다.
코리아하우스 운영대행 사업에서도 ‘추가 과업’이 발생했다. 2024년 7월 16일 대한체육회는 C 사에 추가 과업을 지시했다. 현지 장소 대관 관련 과업이 추가됐고, 프로그램 구성 관련 과업이 추가됐다.
이 밖에도 코리아하우스 상설 경호 과업, 코리아하우스 내 굿즈 제작을 비롯한 굿즈 및 음료 판매 과업, 코리아하우스 필요 물품 통관 과업, 홈페이지 제작 및 입장 예매시스템 개발 및 구축 과업, 귀빈용 기념품 구매 및 초청장 제작 및 인쇄 과업, 코리아하우스 전체 참가자 대상 카드형 비표 및 랜야드(목걸이줄) 제작 과업이 추가됐다.
대한체육회는 과업이 변경됨에 따라 추가 과업을 반영해 계약을 변경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달청 측이 계약 변경 불가 방침을 내리면서 신규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수의 계약이었고, 사후원가검토조건부 계약 형식을 띠었다. 신규 계약 규모는 13억 382만 5000원이었다.
대한체육회는 C 사와 또 다른 수의 계약을 체결했다. 2024 파리 올림픽 훈련캠프 급식센터 운영대행 사업이었다. 사업 계약 체결 금액은 10억 8899만 845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 현지에서 대한체육회가 진행한 주요 사업을 C 사와 단독으로 진행한 셈이다.
코리아하우스 운영대행 사업 계약, 추가과업 신규계약, 훈련캠프 급식센터 운영대행 계약 등에 따른 계약 총액은 59억 1282만 3450원이었다. 여기다 연초 체육인대회 운영대행 계약까지 포함하면, 계약 총액은 68억 3282만 3450원이다.
코리아하우스 운영에선 잡음이 적지 않았다. 열정페이 논란, 현지 노동법 위반 논란, 야근수당 미지급 논란, 세금 정산 없이 임금을 지급했다는 논란 등 각종 잡음이 불거졌다. 코리아하우스 운영위원들이 대한체육회와 C 사를 상대로 문제제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C 사는 2024년 대한체육회 주요 과업을 대행하며 총 4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경쟁입찰에 따른 계약 1건(코리아하우스 운영대행), 경쟁입찰 이후 ‘과업 변경’된 계약 1건(체육인대회 운영대행), 수의계약 2건이다. 경쟁입찰에서 사업자로 선정된 뒤 부여된 ‘추가 과업’에 대한 금액 규모만 따져보면, 19억 4782만 5000원에 달한다.
체육계 안팎에선 2024년 대한체육회 주요 과업 관련 일감을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 그리고 계약 후 ‘추가 과업’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2016년부터 대한체육회는 C 사와 총 12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12건 계약 총액은 90억 5430만 2710원이다. 이중 75%에 해당하는 68억 3282만 3450원 규모가 2024년에 진행된 사업이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대한체육회 측은 “일감 몰아주기는 사실무근”이라면서 “경쟁입찰로 점수를 잘 받은 업체가 사업을 가져갔고, 이런 사업들에 대해서는 문체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추가 과업’과 관련해 대한체육회 측은 “다른 업체가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어도 똑같았을 것”이라고 했다.
C 사 측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일감 몰아주기는 정부 과업 진행 사항에 있을 수가 없는 방식”이라고 했다. C 사 관계자는 “추가 과업에 대해서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 내용이 변경됐고, 계약 금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유였기 때문에 금액이 늘어난 것 뿐”이라면서 “입찰 경쟁을 통해 정당하게 사업을 수주한 것”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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