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위해 일한다는 생각으로 고교무대 들어와…1~2년 내 우승이 목표”
김동수 감독은 다양한 보직을 거친 지도자다. 포수 출신으로서 배터리 코치를 맡는가 하면 공격력을 겸비했던 선수기에 타격 코치도 담당했다. 수석코치와 2군 감독, 스카우트 팀을 맡기도 했다. 이후 중계석을 지키던 그가 갑작스레 고교야구 무대로 향했다.
"항상 고교 무대에 관심은 있었다. 모교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까. 그래도 학교에서 일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다. 해설을 하는 와중에도 현장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학교 감독을 하던 후배가 그만두게 됐다. 선배들의 권유가 많았고 결국 나도 마음먹었다."
김동수 감독은 모교에서 지휘봉을 잡은 것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서울고가 아니었다면 고교 무대로 들어오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모교를 위해서 일한다는 생각으로만 왔다. 명문이다 보니 훌륭한 동문들이 많다. 나 또한 학생 시절에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당시에 도움 주시던 선배들이 지금도 야구부를 후원해주신다. 그런 선배들이 권유하니 나도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 대한 자랑도 이어졌다. 서울고는 비교적 야구부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학교다. 김 감독은 "학교 안에 넒은 운동장이 있고 실내 연습장도 있다. 앞으로 인조잔디도 깔릴 예정이다. 이 정도면 선수들이 운동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며 "운동장이 없는 학교도 많다. 그런 곳은 수업 끝나고 버스 타고 이동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선배님이 부지를 기부해 학교가 넓어지면서 이렇게 넓은 운동장도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수 감독은 서울고 부임 이후 한 시즌을 치렀다. 1년 내내 이어지는 전국대회 일정을 마쳤다. 최근엔 자신의 첫 3학년 제자들의 KBO 신인 드래프트까지 참가했다. 서울고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3명이 2라운드 내에 지명을 받는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얼굴은 밝지만은 않았다.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지만 아무래도 나로선 아쉬움이 남는다. 3명 외에 1~2명이 더 지명을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선수들에게 마음이 쓰인다. 지명 받은 선수들도 더 높은 순위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욕심도 있다."
다가오는 겨울부터 프로 유니폼을 입을 제자들을 이야기할 때 그의 눈빛이 빛났다. 그는 "모두 프로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들"이라며 "김동현(KT·전체 9순위)은 폭발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잠재력이 아주 큰 선수다. 김영우(LG·전체 10순위)는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 더 일찍 지명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최민석(두산·전체 16번)은 어리지만 타자를 상대할 줄 아는 투수다. 담대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 선수들을 이끌며 '인성과 기본기', 두 가지에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취임하면서 학생들, 학부모들에게도 이야기했다. 프로에서 생활하면서 인성이 안돼 선수 생활을 일찍 끝내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 전체 30~40%까지도 된다고 판단한다"며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하고 자기만 알아서는 안 된다. 사회생활에서 기본적인 부분이다. 이런 부분을 먼저 갖춰야 프로에서도 성공한다"라고 말했다.
기본기에 대해서는 "요즘 학교에서 훈련 시간이 많지 않다. 과거와 달리 수업을 모두 듣고 나서야 훈련을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경기 위주로 하게 되는데 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하면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보람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뭔가 알려주면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 일하는 재미가 있다"며 "아직 때 묻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움도 있다. 가끔 싫은 소리를 할 때면 아이들이 기가 죽는데 토닥여 주면 또 금방 웃으면서 운동한다"고 전했다. 김동수 감독은 슬하에 자녀 셋을 두고 있다. 그는 "막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다.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이 감독과 선수 관계기도 하지만 나도 사람이다 보니 귀여울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좋은 점만 있을 수는 없다. "아마추어 무대만의 어려움이 있다. 야구를 알려주는 것만 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감독이라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하지만 그 부분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진학을 위해서는 모든 선수들을 골고루 출전시켜야 한다. 규정 이닝, 타석 등을 맞춰야 한다. 이런 부분을 맞추면서 성적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규정에 대한 아쉬움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서울 시내 일반 고등학교는 야구부 선수를 성적순으로 선발한다. 장학사들에게 설명도 들어봤지만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학교 간 야구 실력 평준화를 위해서라는데, 과연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고교야구 감독으로 보낸 첫 1년, 김동수 감독은 앞날을 바라보며 "그래도 1~2년 내로 '결과'를 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결과는 '우승'이었다. 김 김독은 남부럽지 않게 우승을 경험했다. 고교 시절 4회, 프로 무대에서도 선수로서 4회 우승을 맛봤다.
"전력이 강하다고 항상 우승하는 것은 아니더라. 특히 고교 야구는 변수가 더 많다. 멘탈이 불안한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급격히 무너지는가 하면 분위기를 타서 가진 기량 이상을 펼치기도 한다. 나로선 항상 해오던 대로 준비할 뿐이다. 언젠가 행운이 찾아와 주길 바란다(웃음)."
그는 다가오는 2026년을 중요한 기점으로 꼽았다. "2년 뒤면 개교 80주년이다. 선수들, 동문들이 마음껏 기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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