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업친 데 티메프 사태 덮쳐…광고 축소·인력 감축·플랫폼 신뢰도 개선 등 다양한 전략 모색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머트발’ 3사의 거래액은 최근 고점 대비 약 30% 감소했다. 업계 시장 점유율 1위인 발란은 2022년 6800억 원 거래액을 기록했지만, 2023년 4000억 원대로 줄었다. 코로나 시기 정점을 찍었던 다른 명품 플랫폼사들도 대부분 거래액 급감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명품뿐 아니라 미술품, 고급 주류 등 대부분 사치품 시장이 침체를 맞았다. 한 고가 위스키 전문가는 “최근 위스키 시장도 극심한 침체기를 맞아 연일 가격이 하락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거래액이 급감하면서 각 사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거나 적자가 심해 자금난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머트발은 나란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거래액과 조금 다른 매출 기준으로도 트렌비와 발란은 전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 2023년 머스트잇은 매출이 249억 8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4.5% 줄어들었으며 78억 원 영업손실을 냈다.
셀러들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플랫폼 회사로 보긴 어렵지만 명품 판매 회사 가운데 ‘캐치패션’은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지난 3월 갑자기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캐치패션은 3월 자사 홈페이지에 “당사는 부득이한 경영상의 사정으로 서비스 운영 정지를 결정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머트발은 셀러들이 등록해 자신의 물건을 판매하는 플랫폼 회사다. 티메프처럼 매출이 발생해 물건은 보냈는데 정산을 받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셀러가 한두 명이 아니다. 특히 머트발은 고가의 명품을 취급하다 보니 셀러들 불안감이 더 큰 상황이다.
머트발에서 명품을 판매한다는 셀러 A 씨는 “제품 1개당 가격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정산을 받지 못하면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다. 샤넬 가방 1개면 1000만 원이 넘는 경우도 흔하다”며 “티메프 사태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가 꺼려져 전반적으로 플랫폼 판매 비중을 줄이고, 대신 수수료가 많더라도 SSG, 롯데온, H몰 등 대형업체 입점해 팔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머트발도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머트발은 인력 구조조정과 복지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24년 5월 머스트잇은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으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희망퇴직자는 한 달 월급에 달하는 위로금을 받는다. 트렌비, 발란도 인력을 빡빡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명품 플랫폼 업계 관계자 B 씨는 “현재 플랫폼사들이 동시에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 회사에서 감원된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급격한 인력 감축 후 업무 공백이 생겨 다시 인력이 필요해지는 상황도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고도 대폭 줄였다. 2022년 시장 확대를 위해 머트발은 김혜수(발란), 주지훈(머스트잇), 김희애·김우빈(트렌비)을 내세우면서 광고비를 쏟아부었다. 2022년 기준 머스트잇은 157억 원, 트렌비는 122억 원, 발란은 385억 원의 광고선전비를 각각 지출했다. 2023년에는 각 사가 체질 개선에 주력하면서 광고선전비가 머스트잇 36억 원, 트렌비 29억 원, 발란 101억 원 등으로 크게 줄었다. 금리 인하 이후 상황이 좋아져 거래액이 2022년 수준으로 나와 준다면 추가 지출이 거의 없어 흑자 규모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2023년부터 플랫폼 업체는 중고 거래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명품 소비자들이 중고 거래에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트렌비는 중고 명품 사업으로 영업이익 절반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고 한다. 발란도 2024년 8월 중고 명품관 ‘프리 러브드’를 론칭하고 중고 명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발란은 자사의 글로벌 플랫폼 ‘발란닷컴’에서도 중고 명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향후 국내 중고 명품의 해외 판매뿐 아니라 유럽 부티크 및 해외 플랫폼과 연계해 해외 중고 명품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발란 관계자는 “상품 선호도가 달라 국가마다 품목별 가격이 다르다. 관세, 배송비를 감안해도 해외보다 한국이 저렴한 품목이 있다. 이런 품목은 해외로 판매할 기회가 열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중국, UAE(아랍에미리트) 등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플랫폼 신뢰도를 개선에도 노력 중이다. 2024년 8월 21일 머스트잇은 조용민 대표가 셀러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조 대표는 “경기 침체, 명품 트렌드 하락, 자본시장 유동성 저하 등으로 지금 온라인 명품 업계는 많은 위기와 침체를 겪고 있다. 그러다 보니 판매사 정산금으로 연명하던 회사들이 거래액 축소, 예수금 하락과 맞물리며 티메프처럼 파산하는 사태들이 이 시기에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며 “침체된 현 시점 명품 시장 내에서 더 이상 현금 출혈이 일어나는 곳에, 혹은 이미 부채가 상당금액 쌓인 기업에 자금 수혈을 해주는 시장의 분위기는 끝났다는 것이 명품 플랫폼 기업의 경영자로서 전하는 솔직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대표는 “머스트잇이 재무건전성을 잘 지켜온 결과는 공시된 재무제표를 통해 언제든지 확인이 가능하다. 물론 재무성장성 측면에서는 아쉬운 성과이기도 하다. 다만 과도한 쿠폰율을 사용해 거래액을 만들다가 멈출 수 없는 시한폭탄이 되기보다는 책임 감당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방향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이 편지에 파트너사, 셀러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다. 현재 상황과 자사 현실을 솔직하게 얘기했다는 평가다.
정산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일부 기업들은 전자결제대행사(PG사)를 통한 지급 대행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티메프 사례와 같이 플랫폼 회사가 정산금을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발란은 9월 25일부터 입금된 금액에 대해 PG사를 통한 입금 방식을 채택했다. 실제로 해당 일자부터 셀러들은 결제 솔루션 기업 ‘포트원’의 협력사인 ‘하이픈 코퍼레이션’ 명의로 입금을 받기 시작했다.
포트원 관계자는 “파트너정산 자동화 서비스는 플랫폼 기업이 정산할 금액을 제휴 PG사를 통해 판매자들에게 입금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 방식은 플랫폼 기업과 판매자 간 신뢰를 강화하고, 정산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명품 플랫폼에서 판매하고 있는 셀러 C 씨는 최근 티메프에다 플랫폼 부도가 이어지면서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C 씨는 “최근 명품 및 인테리어 플랫폼 알렛츠가 오전 미팅 후 오후에 도망갔다고 알려졌다. 거기 물린 셀러도 많다”며 “플랫폼 회사에서 정산이 평소보다 1시간만 늦어져도 힘들 정도다. 정산받을 걱정에 악몽을 꾼다. 머트발 포함해서 다들 꼭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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