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폭력적인 아동 성착취 범죄 장면 묘사도 논란…‘무도실무관’ 직업·존재 널리 알린 점은 긍정 효과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 김우빈이 주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무도실무관’(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을 보고 내놓은 관람평이다. 좀처럼 영화와 관련한 언급은 피하는 윤 대통령이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무도실무관’을 콕 짚어 대통령실 참모들은 물론 주변에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추천했다.
무엇이 이토록 윤석열 대통령을 반색하게 했을까. ‘무도실무관’은 전자발찌 대상자들을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법무부 소속의 보호감찰관과 무도실무관의 활약을 다룬 작품이다. 무도 유단자인 주인공 이정도(김우빈 분)가 우연히 전자발찌 대상자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 무도실무관을 구하고, 그 공을 인정받아 무도실무관에 특별 채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정도는 보호감찰관 김선민과 함께 출소한 아동 성폭행범을 감시하는 업무를 맞는다. 그 과정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만드는 다크웹 조직을 알게 되고,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어릴 때부터 어울린 친구들과 직접 악당들 처단에 나선다. '무도실무관'은 추석 연휴에 맞춰 지난 9월 13일 공개돼 2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순위 상위권 유지 등 인기를 얻고 있다.
#대통령의 추천…그대로 받아들이기 불편한 이유
윤석열 대통령은 ‘무도실무관’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전날에도 청년의날 기념 메시지를 통해 “누구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청년 여러분이 가장 중요한 국정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지지기반이 약한 청년 세대를 아우르려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20대 청년이 주인공인 ‘무도실무관’에도 주목하면서 “공익을 추구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그린 이런 영화를 젊은 세대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추천사에도 불구하고 ‘무도실무관’을 마냥 호의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영화에서 아동을 상대로 벌이는 성범죄를 묘사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유괴한 여아가 범죄 피해에 노출된 상황을 카메라에 담는 방식은 물론 아동 성착취물을 불법으로 촬영해 유포하는 범죄자를 누구도 대항할 수 없을 만큼 힘이 세고 강력하게 묘사한 선택 역시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영화가 공개된 직후 영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무도실무관’이 담은 아동 성착취 범죄 장면이 폭력적이라는 비판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실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악랄하고 심각한 범죄로 대두된 성착취물, 그중에서도 아동 성착취물을 소재로 택하면서도 소재로만 이용할 뿐 이를 대하는 세심한 배려와 태도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영화에서 성폭력 피해에 노출된 아이를 연기한 아역 연기자가 촬영 현장에서 어떻게 보호받았는지에 의구심을 표하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무도실무관’의 제작진은 영화를 준비하면서 여러 취재를 거쳐 실제로 전자발찌 대상자의 대부분이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현실을 반영한 소재로 아동 성착취물 등 범죄 조직이 등장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연출을 맡은 김주환 감독은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이 전자발찌 대상자를 감시하는 일이기에 그 범죄자들이 가장 많이 저지른 성범죄가 소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인상을 준 사건 대부분이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범죄였기에 현실을 반영해 극을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어디까지 영화에 담을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영화에서 이정도를 무도실무관으로 발탁하는 보호감찰관 역을 맡은 배우 김성균 역시 실제로 세 명의 자녀를 키우는 아빠로서 영화가 묘사한 아동 성착취물 범죄 소재에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나고 감정 이입도 됐다”는 김성균은 “‘무도실무관’을 통해 재범을 막고 대중이 같이 공분을 느끼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의미를 짚었다.
#공권력 밖에서 벌어지는 사적 제재 논란
‘무도실무관’은 아동 성착취물 범죄를 다루면서 주인공 이정도가 이들 악당을 직접 응징하는 사적 제재로 벌이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악당에 맞설 때 공권력은 철저히 배제된다. 영화에서 짧게 등장하는 경찰은 무능한 존재로만 묘사될 뿐이다.
이정도는 아동 성착취물을 만드는 거대한 조직을 파악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대신 게이머, 작가 지망생 등 사안과 전혀 상관없는 친구들과 손잡고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선다. 과연 이정도와 친구들이 직접 사적 제재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인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영화의 개연성은 떨어진다. 관객이 가장 큰 불만을 표하는 부분도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이쯤에도 또 한 번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공권력의 상징인 검사로 출발한 윤석열 대통령이 나라의 근간인 사법 체계를 무시하는 청년 이정도와 그 친구들을 두고 “공익을 추구하고 헌신하는 모습”이라고 극찬한 상황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물론 영화는 그만의 미덕도 갖췄다.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은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과 존재에 대해 알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주인공 김우빈 역시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무도실무관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고 말할 정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로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덕분에 무도실무관의 채용 과정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관심이 향한다. 법무부 소속의 무기계약직 공무원인 무도실무관은 주로 태권도와 유도 등 무도 실력을 갖춘 유단자들이 선발된다. 보호감찰관과 2인 1조를 이뤄 공무를 수행하는 이들은 전자발찌 대상자들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밀착 지도를 통해 재범을 막는 역할도 맡는다.
2023년 7월 기준 국내 무도실무관은 165명, 이들과 함께 일하는 보호감찰관은 381명이다. 반면 전자발찌 대상자는 4182명에 이른다. 감시 대상자가 월등히 많은 상황으로 인해 무도실무관의 수가 더 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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