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조짐? 다시 혼조세…김건희 리스크·한동훈과 갈등 부담, 의료대란 등 민생 문제 최대 걸림돌
추석 연휴 직후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9월 19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 ‘잘하고 있다’가 30.3%, ‘잘못하고 있다’는 66.2%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저치였던 전주 조사(27.0%) 대비 긍정평가가 3.3%p 상승해, 4주 만에 30%대를 회복했다.
추석연휴 동안 의료대란이 당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없이 넘어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연휴 끝나자마자 떠난 체코 순방도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도 뒤를 이었다. 하지만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연휴 후에는 보통 보수층이 더 표집되는 결과가 나온다. 한 주 더 지나봐야 제대로 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넷째 주에 나온 여론조사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 NBS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긍정평가가 25%, 부정평가가 69%로 나타났다. 긍정평가는 3주 전 대비 2%p 내려간 수치다.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조사도 나왔다. 한국갤럽이 9월 24~26일 사흘간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의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는 2주 전 최저치였던 20%에서 3%p 상승한 23%를 기록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68%를 보였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23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각각 28.7%와 68.4%로 나타났다. 30%대가 무너져 27.7%를 기록한 2주 전 조사에서 비해 1.0%p 올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를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여권에선 1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여러 악재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가고 있기 때문.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김 여사의 국민의힘 공천개입 의혹은 확산일로다. 지난 4월 총선 이전에 2022년 6월 보궐선거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정황이 나왔고, 김영선 전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은 물론 경기 용인갑 지역구 공천에도 손을 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여사의 디올백 명품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론도 잡음이 이어진다. 두 차례 열린 검찰 수사심의원회에서는 기소와 불기소 권고로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검찰은 김 여사가 받은 금품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을 유지하며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도 검찰의 고심을 깊게 한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다른 피고인들은 항소심에서 시세조종 행위가 인정돼 징역형 선고까지 받은 상태다. 또 다른 ‘전주’ 손 아무개 씨 역시 방조 혐의가 유죄로 판단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신경전도 지지율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9월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가졌다. 그런데 만찬을 이틀 앞두고 한 대표가 대통령실을 통해 윤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만찬은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라며 독대는 “별도의 협의 사안”이라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사실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양측 중 어디서 언론에 흘렸는지를 두고 공방까지 벌어지며 윤-한 갈등이 공개적으로 재확인됐다(관련기사 ‘이제 정말 끝인가요~ 그런가요~’ 윤석열-한동훈 ‘빈손’ 만찬 후폭풍).
야권 관계자는 “대통령과의 독대 요청은 독대를 실제 가진 뒤 추후에 공개하는 게 맞다”며 “어느 쪽이 독대 요청 사실을 언론에 흘렸든, 결국 상대방에 흠집을 내고 자기만 살려는 정치를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불협화음만 표출되고 양측에 상처만 됐다”고 평가했다.
결국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찬 회동은 ‘빈손’으로 끝이 났다. 의정 갈등 해법이나 김 여사 논란, 채 해병 특검법 등 산적한 현안 관련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의료대란에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기싸움이나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주된 이유가 정치적 문제가 아닌 민생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ARS 방식보다 전화면접 방식 조사에서 더 낮은 지지율 수치를 보이고 있다.
앞서 여론조사 전문가는 “ARS 방식은 정치 고관여층이 많이 참여한다. ARS 방식에서는 보수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에 반해 전화면접 방식은 정치 저관여층도 많이 표집이 된다. 정치에 관심이 적은 일반 민심이 정부여당을 향해 더 좋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을 부정평가한 응답자에 그 이유를 묻자 ‘의대 정원 확대’가 16%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경제·민생·물가’도 13%를 기록했다. 반면 ‘김건희 여사 문제’는 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관계자는 “한국갤럽의 경우 선행지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대란은 6개월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배추 2만 원’ 등 민생경제 문제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지지율은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점쳤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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