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학생 살해 후 웃는 모습 CCTV에 찍혀…소주 4병 마시고 범행 뒤 인근서 또 술 마시다 시비 붙기도
‘묻지마 살인’ 사건이다.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에게 무참히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박대성은 현장에서 바로 도주해 술을 마시러 갔는데 범행 이전에도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 그냥 ‘묻지마 살인’도 무서운데 이번엔 ‘만취 묻지마 살인’이었다.
사건은 지난 9월 26일 오전 0시 44분께 전남 순천시 조례동의 한 주차장 앞 인도에서 발생했다. 피해자인 A 양(18)은 평소 경찰관을 꿈꿨던 평범한 10대 여학생으로 최근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한다. 당시 A 양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약을 사러 나갔다가 귀가하는 길이었다. A 양의 부친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아빠 약국에 약이 없대’라는 말이 마지막 통화가 됐다”고 밝혔다.
귀가하던 A 양을 보고 빠르게 쫓아온 박대성은 흉기로 A 양을 수차례 찔렀다. 갑작스러운 피습에 주저앉은 A 양이 고통스러워했지만 박대성은 멈추지 않고 30초가량 흉기를 계속 휘둘렀다. A 양의 비명을 듣고 한 시민이 다가오자 박대성은 바로 주차장을 가로질러 도주했다. A 양은 위중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6시간 만에 숨졌다. 워낙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범행 13분여 뒤인 26일 새벽 1시 무렵의 박대성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YTN이 공개한 순천의 한 골목 폐쇄회로(CC)TV에 검은색 상하의 차림의 박대성 모습이 담겼는데 맨발 상태였다. 골목을 배회하던 박대성이 잠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놀랍게도 그는 웃고 있었다.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CCTV 속 영상에서 박대성은 흉기는 소지하지 않고 있었다. 흉기는 사건 장소에서 500m가량 떨어진 원룸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범행 후 도주 과정에서 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후 행보는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박대성은 골목을 배회하다 인근 호프집에 들어갔다. 역시 맨발이었다. 박 씨는 맥주 반 병가량을 마신 뒤 호프집을 나섰다. 외상이라며 술값조차 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박대성은 호프집 사장에게 결혼할 여자친구와 크게 싸워 화가 나 술을 마셨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박대성은 길거리에서 다른 행인들과 시비가 붙어 다툼을 벌이다 새벽 3시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박대성이 A 양 사건의 피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해 바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 실제 동일인이었다.
경찰 조사를 통해 사건 전후 행적이 더욱 뚜렷하게 밝혀졌다. 9월 25일 밤 박 씨는 홀로 자신이 운영하는 찜닭집에서 술을 마셨다. 3개월 전 순천에서 프랜차이즈 찜닭집을 열었지만 장사가 잘되지 않아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게다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여자친구와도 크게 다툰 상황에서 박대성은 자신의 가게에서 안주와 소주 4병을 배달시켜 홀로 모두 마셨다.
술에 취한 박대성은 흉기를 챙겨 가게에서 나와 거리를 배회하다 한 병원 앞에서 A 양을 본 뒤 범행 대상으로 지목하고 몰래 뒤를 따라가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 정황이 드러나면서 ‘묻지마 살인’이 아닌 분풀이성 ‘여성혐오 범죄’로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박대성은 만취 상태에서 호프집 사장에게 결혼할 여자친구와 크게 싸워 화가 나 술을 마셨다고 언급했으며, 경찰 조사에서도 최근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운영하던 가게도 잘되지 않으면서 술을 마시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대성은 10대 여학생인 A 양을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뒤 몰래 따라가 범행을 저지른 타깃팅 범행이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만취 범죄라는 점이다. 박대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평소에도 술에 취하면 돌변하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성에게는 폭력 전과가 있었다. 주위 반응도 비슷하다. 박대성의 지인은 JTBC와 인터뷰에서 “술을 마시면 눈빛이랑 이런 게 다 변한다. 공격적으로 간다”면서 “술 마시면 항상 사람들과 시비를 벌였다”고 말했다.
박대성은 자신의 범죄 행각을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박대성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과정에서 만난 취재진에 “소주 네 병 정도 마셔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증거는 다 나왔기 때문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증거인 A 양을 공격한 흉기는 박대성이 평소 가게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홀로 가게에서 술을 마신 뒤 범행 목적으로 흉기를 챙겨 가게에서 나온 것인데 이 부분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술 마셔서 기억 안 난다고 잡아떼고 있다”며 “술을 4병이나 마셨다고 주장하는데 도주하는 행위를 보면 목격자 반대 방향으로 굉장히 합리적으로 도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전에도 술을 마셔 면책을 받아본 적이 있고 술을 마셔서 그와 같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법제도 내에서 절대 사형 같은 건 선고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박대성은 현재 구속된 상태로, 경찰은 범행동기 파악 등 보강 수사를 마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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