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조지 클루니 등 유명인들 정치 발언…국내에선 정치 이념 다르면 생업까지 위협받아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미국 셀러브리티
스위프트는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이 끝난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스위프트의 팔로어는 2억 8000만 명에 육박한다. 물론 이들이 모두 투표권을 가진 미국 시민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게시글에 ‘좋아요’ 수만 1000만 건이 넘는 등 스위프트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그동안 트럼프 역시 내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해주길 바랐다. 8월에는 스위프트와 그의 팬들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이미지를 게시한 뒤 “수락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하지만 이 게시물은 딥페이크로 만든 가짜였다. 이에 스위프트는 “인공지능(AI)에 대한 두려움과 잘못된 정보 유포의 위험성을 떠올리게 했다”면서 “잘못된 정보를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진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 직후 자신이 직접 해리스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트럼프의 가짜 뉴스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석된다.
그러자 트럼프는 곧바로 자세를 바꿨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스위프트에 대해 “아마도 시장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경고했고, 그가 원래부터 민주당 지지자였음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배우 조지 클루니와도 대립각을 세웠다. 트럼프가 클루니를 향해 “정치에서 나가 텔레비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자 클루니는 토크쇼에 출연해 “그가 그렇게 한다면(정치에서 떠난다면) 나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거리했다. 클루니의 ‘쓴소리’는 공화당뿐 아니라 그가 지지하는 민주당으로도 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토론에서 트럼프에게 참패한 직후 그는 7월 미국 뉴욕타임스에 “나는 조 바이든을 사랑하지만 우리는 새 후보를 필요로 한다”는 제목의 기고를 실었고 결국 바이든의 사퇴로 이어졌다. 바이든의 노쇠함을 타깃으로 삼던 트럼프 입장에서는 그가 레이스를 포기하고 더 젊은 여성인 해리스가 경쟁주자로 나선 것이 탐탁지 않았을 법하다.
미국을 대표하는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도 민주당 전당대회에 깜짝 등장해 해리스 지지 연설을 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명인들도 있다. 테슬라의 CEO이자 X(구 트위터)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유명 프로레슬러인 헐크 호건과 가수 키드록 등도 있다. 하지만 해리스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명인과 비교하면 지명도나 수적으로 열세인 편이다.
트럼프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할리우드 영화 ‘어프렌티스’도 오는 11일 현지 개봉된다. 지난 5월 제77회 칸 영화제에서 공개돼 이미 화제를 모았던 작품으로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진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트럼프 선거 캠프가 소송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정치 발언 삼가는 한국 셀러브리티
미국에서는 유명인들의 정치 참여 및 정치 발언이 비교적 자유롭다. 참정권은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대중이 특정 연예인들을 지지하듯 연예인 역시 이념적 성향을 갖고 이를 공개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치 참여 및 발언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양극화되는 한국의 정치 상황과 더불어 상대 진영과 이를 인정하는 지지자들조차 배타적으로 등을 돌리는 풍토가 강한 탓이다.
과거에는 선거철마다 유명 연예인들이 특정 정치인의 캠프에 몸을 담거나 지지 연사로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잦았다. TV 광고에 모습을 드러낸 이도 있었다. 하지만 지지하던 후보가 낙선하면 ‘우파 연예인’ 혹은 ‘좌파 연예인’으로 낙인 찍혀 활동이 불가능해진다. 설령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역풍을 맞는 경우도 적잖았다.
이는 관용이나 수용이 없는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와도 연결된다. 정치적 이념이 다르면 아예 ‘적’으로 돌린다. 정권 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두터운 팬덤을 가진 특정 연예인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이 그들의 생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해선 곤란하다. 이런 환경은 결과적으로 자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동시에 기본권인 의사표현의 자유마저 옥죄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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