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부진 탓 연이은 지분 매각 생산 축소 합작 철회…포스코퓨처엠 “속도 조절 차원”
장인화 회장은 취임 후 2차전지 관련 사업 확장 의지를 보여왔다. 장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사에서 “2차전지 소재 사업은 시장가치에 부합하는 본원 경쟁력을 갖추고, 미래 혁신기술도 확보해 나가겠다”며 “이 사업은 그룹이 10년 넘게 공을 들인 만큼 반드시 결실을 맺어 확실한 성장엔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지난 7월 ‘CEO 타운홀미팅’에서도 “철강과 2차전지 소재 및 신소재를 축으로 2030년 그룹 합산 매출액은 2배, 영업이익은 4배로 성장해 그룹 합산 시가총액 200조 원을 목표로 소재 분야 최고의 기업가치를 가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그룹은 오히려 2차전지 사업 계획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7월 2차전지 소재 사업 설명회에서 2026년 생산 목표로 △리튬 16만 6000톤(t) △니켈 14만 3000t △양극재 44만 5000t △음극재 22만 1000t을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7월 설명회에서는 2026년 생산 목표치를 △리튬 9만 6000t △니켈 4만 8000t △양극재 39만 5000t △음극재 11만 4000t으로 하향 조정했다.
포스코그룹의 2차전지 관련 사업은 포스코퓨처엠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퓨처엠 역시 최근 투자 계획을 축소·철회할뿐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도 재조정하는 모양새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피앤오케미칼 지분 전량을 OCI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피앤오케미칼은 포스코퓨처엠과 OCI가 2020년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포스코퓨처엠이 지분 51%, OCI가 49%를 갖고 있었다. 피앤오케미칼은 과산화수소 제조업체지만 최근에는 피치 생산을 위한 투자도 단행했다. 피치는 음극재 표면을 코팅하는 데 쓰이는 물질이다.
뿐만 아니다. 포스코퓨처엠은 포항시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목표 완공일자는 2025년 6월이다. 포스코퓨처엠은 당초 이 공장에서 연간 1만 8000t의 음극재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8월 생산 규모를 1만 3000t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시운전 결과 생산량이 예상보다 감소한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어 지난 9월에는 중국 화유코발트와의 전구체 합작공장 계획을 철회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5월 포항시, 화유코발트와 니켈 제련 및 전구체 생산 관련 투자를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퓨처엠은 화유코발트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합작사는 2027년까지 1조 2000억 원을 투자해 포항시에 전구체 및 니켈 원료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포스코퓨처엠은 MOU 체결 후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을 거치면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투자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현지 합작사에 대한 투자도 늦어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1년 중국에 화유코발트와의 합작사 ‘절강화포신에너지재료유한공사’와 ‘절강포화신에너지재료유한공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절강화포신에너지재료유한공사는 전구체, 절강포화신에너지재료유한공사는 양극재를 생산하는 법인이다. 포스코퓨처엠은 당초 2023년 8월까지 절강화포신에너지재료유한공사 지분 32.49%, 2024년 1월까지 절강포화신에너지재료유한공사 지분 50.43%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포스코퓨처엠은 잔금 납부시기를 올해 9월로 연장했다가 최근 2025년 6월로 재연장했다.
화유코발트와의 관계에서는 다른 변수도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해외우려기업(FEOC) 규정을 발표하면서 중국 기업의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사 제품에는 세액공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화유코발트에 지분 25% 미만으로 투자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퓨처엠은 2022년 미국 GM과 합작해 미국 현지에 양극재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합작공장은 올해 9월 완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장은 완공되지 않았고, 예상 완공일자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9월 30일 “현지 여건으로 완공 일정 조정 중에 있다”고 공시했다.
이처럼 포스코퓨처엠이 투자를 축소·철회하고 있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않은 전기차 시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미국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 53만 7482대에서 올해 상반기 53만 6382대로 0.20% 감소했다. 순수전기차는 전기동력차 중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와 수소전기차를 제외한 수치다.
포스코그룹은 2차전지 투자 의지에도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준형 포스코그룹 부사장은 지난 9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전지포럼’에서 “고객 주문이 줄어 투자 속도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의 내부 상황은 여의치가 않다. 포스코퓨처엠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2조 328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 539억 원으로 11.78%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24억 원에서 406억 원으로 43.88% 감소했다. 포스코퓨처엠은 “메탈가 하락 및 N65(니켈 함량 65% 제품) 판매 부진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며 “인조흑연 음극재 평가손실 및 라임 설비 보수비용으로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에 대해 “부진한 전방 상황에 따라 어려운 사업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포스코퓨처엠은 3분기에도 음극재 사업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예에 따른 판매 부진과 고정비 증가, 추가적인 평가손실이 반영되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반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철강업계도 대대적인 불황이 예상되면서 그룹 차원의 포스코퓨처엠 지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안동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2024년 하반기에도 철강 제품 가격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주요 전방산업의 수요 둔화, 수입 철강재 유입에 따른 공급과잉 부담 등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체적인 현금흐름을 크게 상회하는 투자 확대 및 주주환원 강화는 차입금 상환재원 감소에 따른 재무안정성 지표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캐즘 등을 고려해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차원”이라며 “(투자 자금 조달은) 다양한 원천의 자금 조달 방식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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