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높이고 ‘한류천’ 활용 해법 찾아야…민관합동방식으로 단계별 추진 목소리도
#한류천 친수공간 조성사업도 원점으로
지난 9월 23일 경기도의회는 제37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고 2024년도 제1회 경기도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K-컬처밸리 사업 협약 해제에 따른 토지매입비 반환금 1524억 원도 통과됐다. 이 예산은 경기도가 K-컬처밸리 시행자였던 CJ라이브시티에 매각한 상업용지토지를 다시 매입하기 위해 편성된 비용이다. 구체적으로는 CJ라이브시티에 자금을 댄 키움파트너스에 토지 매각대금을 경기도가 돌려주기 위한 금액이다.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된 K-컬처밸리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첫발을 뗀 셈이다. CJ라이브시티와의 법적 분쟁 우려도 일단락됐다. 지난 9월 5일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에 공문을 보내고 협약 해제를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6월 28일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에 사업 추진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협약 해제를 통보했다. 그러자 CJ라이브시티는 협약 해지가 부당하다며 반발해 왔다. 양측이 협약 해제 무효 소송으로 번진다면 법적 분쟁에만 5년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9월 경기도는 K-컬처밸리 개발 기본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단기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에는 K-컬처밸리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2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년 3월쯤 구체적인 사업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것이 경기도의 계획이다.
K-컬처밸리 사업 지연 이유 중 하나로는 CJ라이브시티가 지을 예정이었던 K-팝 공연장(아레나), 테마파크, 한류 콘텐츠 중심의 상업시설, 숙박시설만으로는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이 거론돼 왔다. K-컬처밸리 부지를 가로지르는 한류천 활용 해법을 찾는 것도 연구용역을 통해 풀어야 할 과제다.
인공하천인 한류천은 수질 개선이 안 된 상태에서 2015년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서 고양시로 인계됐다. 고양시와 CJ라이브시티는 2019년 ‘한류천 수질개선 및 친수공간 조성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고양시와 CJ라이브시티는 한류천 수질을 2등급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질 개선을 위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고양시는 한류천을 복개하고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공법을 변경했다.
하지만 한류천 복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고양시는 CJ라이브시티와 사업비를 분담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사업 방향과 사업비 분담금을 협의할 대상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류천을 복개하는 방법은 대규모 공사비가 든다. 또 현재 한류천 상류 250m 정도는 맹꽁이가 서식해 생태자연도가 1등급으로 지정돼 있다. 등급 하향 조정이 되지 않으면 이 구간은 원형을 유지해야 해 복개가 불가능하다.
한류천 수질을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한류천 수질이 4등급 이하로 떨어지면 악취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재 한류천 수질은 3~4등급 정도다. 한류천은 감조하천(수위와 속도 등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하천)이라 수질을 관리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류천 상류보를 수리해야 하는 상황으로도 전해졌다. 상류보는 불명수(하수관으로 유입되는 정체불명의 물) 등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한류천 관리주체인 고양시는 경기도와 한류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방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고양시 한 관계자는 “고양시가 CJ라이브시티와 맺은 협약이 효력을 잃게 되면서 한류천 수질 2등급 확보라는 조건도 없어졌다. 3등급 정도의 수질만 유지해도 (고양시는) 괜찮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복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는 경기도와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맹꽁이들도 서식지를 옮기지 않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마스터플랜(경영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라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민관합동, 단계별 추진 목소리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경기도가 민관합동방식으로 사업을 단계별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준환 경기도의회 의원은 “CJ 주도로 건설돼 17% 공정률로 멈춘 아레나와 부속시설 부지는 민간이 참여토록 해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 GH가 지분 참여를 하더라도 아레나 건설 능력이 되는 한화건설 등과 함께 빨리 팀을 꾸려야 한다”며 “아직 손도 못 댄 상업·숙박·관광시설 부지는 별도로 분리해 민간 개발을 하거나 공영 개발을 할 수 있는 옵션을 열어두면 된다”고 말했다.
이춘열 고양 풀뿌리공동체 정책위원장도 “문화 사업에는 민간의 도전 정신이 필수적이다. 아레나의 철근 수명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 내에 착공해야 한다”며 “아레나와 부대시설 부지를 먼저 착공한 뒤 복합문화시설과 숙박시설 등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업 질이나 속도로 볼 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7월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K-컬처밸리 관련 기자회견에서 경기도가 GH와 협력해서 건설은 책임지고 운영은 민간에 맡기는 ‘건경운민’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건설 단계부터 민간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도 열려 있다. 지난 9월 3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제37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공영개발 속 민간의 참여나 주도 등 문을 열어두고 확실한 방법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K-컬처밸리 부지를 JDS지구(일산동구 장항동, 일산서구 대화동·송포동 17.66㎢)에 포함해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무산됐다. 경기도는 JDS지구에 대한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먼저 추진하고 K-컬처밸리 부지는 내년에 따로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청키로 했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자 정부가 입주 기업에 세제 및 규제 완화 혜택을 주는 제도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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