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10월 여권 위기설’을 살펴보면 이렇다. 10월 7일부터 시작될 국정 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정 감사를 ‘김건희 여사 국감’으로 치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 여사 의혹을 다루는 상임위가 법사위와 행안위를 비롯해 총 4개이고, 채택된 증인과 참고인은 총 70여 명에 달한다.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을 내세우며 폭로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또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의가 부결되더라도 민주당은 반복해서 특검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재의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 중 일부가 찬성표를 던지기라도 하는 날엔, 여권 전체는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부결을 두고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이를 규탄하며 거리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의원의 도움으로 국회의원 회관에서 시민단체들이 이른바 ‘탄핵의 밤’을 개최한 것을 봐도,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렇듯 야당이 10월에 총공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야당의 11월 위기설’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11월 야당 위기설’이 제기되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11월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최종 판결이 아닌 1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1심 판결에서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형이 선고될 경우 민주당뿐 아니라 다른 야권 세력마저 동요할지 모른다.
우선 민주당 내부의 비명 대선주자급 인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인사들이 움직이면, 해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 안팎의 비명 세력들이 세력화를 도모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런 동요를 미리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대여 공세 수준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민주당 역시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이후 발생한 ‘탄핵 역풍’을 잘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압도적 의석수만 믿고 섣부르게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민주당은 알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촛불 열기’가 이번에도 재현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확신을 갖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적지 않은 수의 보수층과 중도층이 ‘촛불 대열’에 합류했었다.
하지만 이들 보수·중도층이 탄핵 이후 벌어진 일들에 대해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200여 명의 공직자들이 감옥에 갔고, 어마어마한 숫자의 공무원들이 수사를 받았다. 이런 식으로 적폐 청산을 했으면 대한민국을 잘 이끌었어야 했는데, 문재인 정권은 실정을 거듭했다. 이런 문 정권의 실정도 국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와 중도층이 탄핵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라 현재까지 제기되는 의혹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도 탄핵 추진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하면 민주당은 탄핵을 섣부르게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하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 민주당의 이런 입장은 변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상황 전개란, 첫째 국정 감사 과정에서 김 여사 의혹 관련 새로운 구체적 증거가 제시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고, 둘째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1심 판결이 예상보다 무겁게 나올 경우 민주당은 이판사판이라고 생각해 탄핵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1심 판결이 셀 경우 2심에서 감형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바라는 수준의 판결을 기대하기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위기설’이 지배하는 정치가 아닌, 일상의 정치, 민생을 위한 정치다. 이런 바람은 언제 이루어질지 암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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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