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로부터 인수한 특허 활용, 회사 설립 후 미국서 첫 소송…국내 NPE들 소송 활동 증가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TS옵틱스가 지난 9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중앙 지방법원에 글로벌 IT기업인 MS를 디스크 드라이브 기술 관련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기업 출범 후 첫 소송이다.
TS옵틱스는 국내 NPE인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의 자회사로 2022년 3월 설립됐다. TS옵틱스는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로부터 디스크 드라이브 관련 기술 특허 157건을 인수했고 그중 144건은 삼성전자가 최초 출원한 특허로 파악됐다. TS옵틱스가 이번 소송에 활용한 특허도 삼성전자에게서 인수한 특허 중 하나다.
소장에 따르면 TS옵틱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소 2011년 7월부터 분쟁 특허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특허를 침해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MS가 2011년 7월 삼성전자와 분쟁 특허를 포함해 각자 보유한 휴대폰 운영시스템 관련 기술 특허 등에 관해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IT기업끼리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특허에는 원천특허와 파생특허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은데 파생특허가 필연적으로 원천특허를 침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한변리사회 부대변인이자, 로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인 이준석 변리사는 “파생특허 보유권자가 원천특허 보유권자한테 실시권(특허 사용권)을 청구하면 자기 특허의 권리 범위만큼은 실시할 수 있다. 이 때 원천특허 보유권자에게도 해당 파생특허를 쓸 수 있게끔 실시권을 청구할 권리가 생기는데 이게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계약은 2018년 7월에 만료된 것으로 파악된다. TS옵틱스는 2022년 11월 17일 MS에 특허 침해 사실을 통보하고 라이선스 협상을 제안했으나 MS 측에서 응하지 않아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분쟁 특허는 US7266055(‘광학 픽업 작동기와 이를 사용하는 광 디스크 드라이브 및 방법’), US9612709(‘휴대용 전자기기 장치 터치패드 입력 제어기’) 2건으로 특허 만료 기한은 각각 2027, 2037년이다. 특허 침해 혐의를 받는 제품은 MS의 게임 콘솔인 엑스박스 원(Xbox One)과 엑스박스 원 X/S, 엑스박스 시리즈X다. TS옵틱스는 MS에 특허 침해에 대한 금전적 손해배상과 로열티를 청구했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대표 변리사는 “삼성과 MS가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때 목록에 포함돼 있었던 특허라면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해당 특허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점과 계약이 종료된 후 해당 특허를 계속 활용하고 있는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현재도 해당 기술을 쓰고 있을지 아닐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NPE들 활동 증가 추세
NPE는 특허권을 구매해 특허소송이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한 로열티 수익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TS옵틱스의 모회사인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는 국내 최초의 NPE로 2010년 정부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설립 초기에는 연간 300억여 원의 정부지원금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의 투자를 받았다.
초기에는 해외 NPE의 특허소송 공격으로부터 한국 기업을 보호하는 ‘방어형 NPE’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2019년 민간 NPE로 사업 형태가 전환된 후에는 보유 특허를 기반으로 해외 기업에 특허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는 등 ‘공격형 NPE’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의 신규 자회사 중 하나인 GXD-Bio가 유럽통합특허법원(UPC)에서 미국 생명공학 기업 마이리어드 제네틱스를 제소하며 첫 소송전을 펼치기도 했다.
최근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뿐만 아니라 국내 NPE들의 소송도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설립된 코블스톤 와이어리스는 9월 20일 미국 소재 글로벌 IT기업인 애플과 모토로라를 상대로 무선 통신 기술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날 국내 주요 NPE 중 하나인 윌러스 표준기술연구소는 삼성전자와 미국의 휴렛 팩커드 컴퍼니, 대만의 애스키 컴퓨터 등을 무선 통신 기술 관련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하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 삼성전자 갤럭시S24 등 미국서 무선통신 표준특허 침해 혐의 피소).
지식재산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기업의 ‘특허우산’이 되어줄 토종 NPE를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미국 특허소송은 전년 대비 3.9%가량 증가했다. 국내 기업의 미국 특허 소송 10건 중 8.5건은 NPE가 제소한 건으로 NPE를 통한 특허 활용은 글로벌 트렌드로 정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준석 변리사는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같은 경우는 국내 기업 투자를 많이 받아 국내 친화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삼성 특허를 사서 마이크로소프트에 특허 침해 주장을 하는 것”이라며 “국내 특허를 사서 해외 기업에 실시권을 요청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정부에서 가장 원했던 그림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공우상 변리사는 “국내 NPE들이 국내 특허와 해외 특허를 두루 확보하고 미국에서 자회사도 만들고 소송도 진행하면서 초기에 비해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주요 NPE 중 하나인 아이디어허브 같은 경우 상장 준비도 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인수합병(M&A)도 활발하다”라며 “한국도 IP(지적재산권) 강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인데 IP의 정당한 권리에 대한 인식이나 특허 침해에 대한 경각심이 워낙 부족하다. 토종 NPE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IP들의 정당한 권리가 보호받고 국내 인식도 점차 바뀌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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