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부담 가중, 석유화학 업황 전망 불투명…에쓰오일 “경쟁력 확보 방안 충분히 마련”
샤힌 프로젝트의 시설은 △에틸렌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TC2C’ 신기술이 적용된 시설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과 저장탱크 등으로 구성된다.
재계에서는 그간 에쓰오일의 신사업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은 계열사를 통해 여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반면 에쓰오일은 매출 대부분이 정유업에서 발생한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올해 상반기 매출 18조 8793억 원 중 87.26%인 16조 4741억 원이 정유와 윤활 사업에서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에쓰오일의 실적은 국제 원유 가격에 큰 영향을 받고, 국제 정세에 따라 실적이 좌지우지되곤 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매출에서 석유화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2%에서 25%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쓰오일은 연평균 3조 원가량을 샤힌 프로젝트에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은 해당 투자금 중 상당액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에쓰오일의 부채총액은 2023년 6월 말 10조 8790억 원에서 2024년 6월 말 12조 9274억 원으로 1년 새 18.83% 증가했다.
에쓰오일은 최근에도 최대주주 아람코의 도움을 받았다. 에쓰오일은 지난 7월 아람코와 장기대여금 6억 달러(약 8072억 원), 예비한도대출 5억 3800만 달러(약 7239억 원) 규모의 약정을 체결했다. 다만 예비한도대출은 샤힌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안정성 제고를 위한 예비적 성격 대출로 실제 차입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에쓰오일은 최근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도 발행했다.
샤인 프로젝트 영향에 따라 에쓰오일의 이자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에쓰오일의 이자비용은 2022년 1511억 원에서 2023년 2369억 원으로 56.72% 늘었다. 에쓰오일은 올해 상반기에도 1407억 원의 이자비용을 집행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전체 이자비용도 전년 대비 증가할 전망이다.
신호용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에쓰오일은) 2022년까지 경상투자 위주의 자본적지출(Capex) 소요만 발생했으나 2023년부터 샤힌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부담이 재차 증가하고 있다”며 “샤힌 프로젝트의 기계적 완공시점인 2026년까지는 연평균 약 3조 원의 투자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 시 잉여현금흐름 기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다행히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5521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6148억 원으로 11.35% 증가하는 등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 업황이 악화되면서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에쓰오일의 올해 총 영업이익을 5483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3년 영업이익 1조 3546억 원 대비 59.52% 줄어든 수치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중국 경기 부진에 따른 글로벌 수요 둔화, 산유국 모임인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의 자발적 감산 축소 등 어려운 영업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연말까지 업황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로 인한 재무 부담은 없다는 입장이다. 에쓰오일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다각화된 자금 조달 옵션을 확보함으로써 샤힌 프로젝트 기간 동안 보수적인 업황을 가정하더라도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자신했다.
재무 건전성 확보는 배당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22년 중간배당을 포함해 주당(보통주 기준) 5500원, 총 6404억 원을 배당했다. 2023년에는 주당 1700원을 배당해, 총 배당액이 1980억 원으로 줄었다. 에쓰오일은 올해 2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샤힌 프로젝트가 완료되거나 투자 재원 확보가 일정 부분 마무리된 후에는 투자 기간 중이라도 배당성향을 다시 상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샤힌 프로젝트의 스팀 크래커에서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고, 폴리머 공장에서는 스팀 크래커에서 생산되는 에틸렌을 활용해 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과 고밀도 폴리에틸렌 등을 생산한다. 문제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은 최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에틸렌과 프로필렌의 2022년 가격은 1톤(t) 당 1000달러(약 134만 원)가 넘었다. 그러나 에틸렌과 프로필렌의 올해 2분기 가격은 각각 1t 당 872.50달러(약 117만 원), 854.33달러(약 115만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이 석유화학 설비 증설에 적극적인 만큼 에틸렌과 프로필렌 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2020년대 후반까지는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서연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6~2030년 사이 중국 및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5년 합산 약 4000만t의 에틸렌 설비 증설이 계획돼 있다”며 “증설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석유화학 산업은 2028년까지 공급 과잉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에틸렌을 포함한 대부분의 석유화학 제품 설비 가동률이 2027~2028년까지 낮게 유지될 전망”이라며 “프로필렌은 2024년 공급 확대 지속으로 가동률 회복이 에틸렌보다 지연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샤힌 프로젝트의 경쟁력 확보 방안이 충분히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1월 서울시 강서구에 연구개발단지 TS&D센터를 준공했다. 에쓰오일은 당시 “TS&D센터는 현재 건설 중인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는 2026년 이후 양산될 올레핀 다운스트림 분야에서 신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며 “샤힌 프로젝트의 기술 경쟁력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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