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지분 인수 실패, G car 성장세 관건…롯데렌탈 “G car 내실 다지기 노력하는 단계”
특히 롯데렌탈은 지난 9월 30일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밸류업 방안을 공시했다. 수익성 강화 방안과 함께 중고차 렌털과 상용차 리스(임대), 중고차 소매 플랫폼, 차량 정비 플랫폼, 산업재 중개 플랫폼 등 신사업 진출을 통한 추가 성장 방안을 제시했다. 2027년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도 내걸었다. 여기에 향후 3개년 동안 연간 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에, 10% 이상을 자사주 취득 및 소각에 쓰겠다고 밝혔다. 롯데렌탈은 나름대로 공들여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롯데렌탈 주가는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낮아지는 실적 눈높이
롯데렌탈의 주가 부진은 격화되는 경쟁 상황과 무관치 않다. 렌터카 업체는 장기렌트, 단기렌트 등 렌트 사업으로만 이익을 낸다고 인식하기 쉽다. 실제로는 중고차 매각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2023년까지는 롯데렌탈 영업이익에서 중고차 매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54%에 달했다.
이 때문에 중고차 판매를 하는 쏘카, 케이카, 엔카, 헤이딜러 등도 모두 렌터카업계의 경쟁 업체로 분류된다. KB캐피탈이 KB차차차라는 브랜드로 렌트와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캐피탈사나 카드사와 같은 금융회사도 경쟁자다. 현대자동차마저도 중고차 판매업을 개시해 렌터카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중 쏘카는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쏘카는 올해 상반기 네이버지도와 연계해 주변 쏘카존 검색, 차량 예약, 결제까지 가능한 채널링 서비스를 출시했다. 쏘카는 글로벌 온라인여행예약플랫폼(OTA)인 클룩(Klook), 케이케이데이(Kkday), 퀵(QeeQ) 등에 입점하고, 제주도에 쏘카스테이션을 설치해 외국인 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팔린 SK렌터카도 변수다. 어피니티는 예상보다 높은 값인 8200억 원에 SK렌터카를 인수했다. SK렌터카는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어피니티가 대규모 추가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경쟁 격화 우려 때문에 롯데렌탈 3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3개월 전 롯데렌탈의 평균 예상 영업이익을 920억 원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865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은 롯데렌탈의 3분기 영업이익이 823억 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3개월 새 이익 추정치가 100억 원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차량 공유 시장만큼은 욕심
전문가들은 차량 공유 시장이 플랫폼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고금리 환경이 조성되면서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은 한풀 꺾였지만 유독 차량 공유는 건재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나 미국 승차 공유업체 리프트의 공동창업자인 존 짐머 CEO 등은 “자율주행차가 개발되면 개인이 차량을 소유하는 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물론 자율주행 기술이 자리 잡으려면 수십 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반박이 나오고, 자동차 소유욕을 무시한 예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차량 공유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하다. 운전을 하지 않는 탑승자를 대상으로 한 제2차, 제3차 연관 사업도 전개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사업을 축소하는 모양새지만 차량 공유 시장만큼은 욕심을 내고 있다. 롯데렌탈은 올해 초 SK그룹의 쏘카 지분 17.95%를 두 차례에 걸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렌탈은 지난 2월 SK그룹의 쏘카 지분 9%를 660억 원에 인수했다. 그런데 나머지 지분 8.95% 인수 계약은 주식 추가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 및 패소로 중단됐다.
소송을 낸 당사자는 GS칼텍스다. GS칼텍스는 롯데렌탈 자회사 그린카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그린카는 차량공유 플랫폼 ‘G car’를 운영하는 법인이다. GS칼텍스는 롯데렌탈이 G car에 집중하지 않고 쏘카 경영권 확보에만 관심을 가진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롯데렌탈의 쏘카 주식취득이 경업금지 조항에 해당하고, 이 경우 GS칼텍스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것으로 판단했다. 롯데렌탈은 쏘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패소 여부와 무관하게 현재로서는 롯데렌탈이 쏘카 경영권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롯데렌탈 등장에 위협을 느낀 이재웅 소풍 대표가 자사주를 취득하고 우호주주를 끌어모아 44.27%의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롯데렌탈의 2차 지분 매입이 진행되더라도 이재웅 대표와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율 차이는 9.58%포인트(p)에 달한다.
#G car 리브랜딩 얼마나 통할까
롯데렌탈은 자의든 타의든 G car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에 착수할 수밖에 없어졌다. 그리고 실제 롯데렌탈 주가에 변곡점이 될 수 있는 것은 G car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G car의 상황은 좋지 않다. 그린카의 매출은 2022년 755억 원에서 2023년 707억 원으로 6.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그린카의 영업손실은 4억 원에서 21억 원으로 늘어 적자폭이 확대됐다.
롯데렌탈은 그린카에 강도 높은 비용 통제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렌터카업계 한 관계자는 “G car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생긴 차량 공유업체라 젊은 이용자가 많은데 이들은 사고비 및 보험비 부담이 크다”면서 “G car가 9월 1일자로 그린카에서 G car로 브랜드명을 변경한 것은 돈이 되는 중장년층을 잡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결국 G car의 리브랜딩이 얼마나 통할지가 롯데렌탈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롯데렌탈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도 “G car 적자를 줄이기 위해 차량 대수를 줄이고 수익성 높은 차량 위주로 재편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롯데렌탈 관계자는 “G car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내실 다지기에 노력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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