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출범 후 적자 지속되자 사업 축소 나서…“과감하게 투자하든지 철수하든지 선택해야”
롯데온은 지난 1일 자사 소속 e그로서리사업단을 롯데마트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롯데온에서 맡아온 ‘오카도(Ocado) 협업 사업’도 롯데마트가 담당한다. 롯데쇼핑은 2023년 11월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 및 자동화 물류센터 구축을 통해 2032년부터 온라인 식품부문 5조 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올해부터 롯데온을 이끌고 있는 박익진 대표는 ‘비용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5월 창사 이래 처음 저성과 임직원을 중심으로 권고사직에 나섰고, 6월엔 임직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올해 4월엔 배송서비스였던 바로배송 서비스도 접었다.
롯데온은 2020년 출범 후 흑자를 달성한 적이 없다. 롯데온 매출은 △2020년 1350억 원 △2021년 1080억 원 △2022년 1131억 원 △2023년 1351억 원이다. 영업손실액은 △2020년 950억 원 △2021년 1560억 원 △2022년 1559억 원 △2023년 856억 원이다. 경쟁업체 중 하나인 쿠팡은 2021년 매출 22조 2164억 원, 영업손실 1조 8032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출 31조 8298억 원, 영업이익 6174억 원, 당기순이익 6070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롯데온은 출범 후 경험 부족과 기술적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출범 첫날부터 서버가 먹통이 된 데 이어 한 달 이상 오류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롯데의 유통 계열사 7개의 쇼핑몰을 한 번에 모은 것이 기존 계열사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묶어 놓은 수준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이커머스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어 경쟁사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타 유통업체들에 비해 이커머스 사업 자체가 늦었다”며 “새로운 전략을 가지고 오지 않는 한 늦은 이커머스 시장 진입이 내내 실적에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롯데온의 사업 축소가 주요 사업에만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롯데온이 출범 초기 롯데그룹 유통계열 온오프라인 통합을 내걸었지만 쓴맛을 봤다”며 “사업 축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 유통 계열사와 롯데온 간 협업이 원만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롯데 유통사들과 롯데온이 협업해 롯데온을 주축으로 이커머스에 발을 디뎠어야 했다”며 “각 유통사들은 개별 온라인몰 커스텀마이징(맞춤 제작 서비스)에 집중해 롯데온과 시너지를 내지 못했고 이 때문에 롯데온도 고전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이 롯데온 사업을 키울 여력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을 제외하고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등 롯데쇼핑 자회사 모두 힘을 못 쓰는 상황”이라며 “롯데온을 키울 동력이 떨어진 건 롯데온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경제적) 여건 탓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4조 5559억 원으로 전년(15조 4760억 원) 대비 5.9%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84억 원으로 전년(3862억 원) 대비 31.5% 증가했다. 하지만 현금성 자산은 △2021년 2조 3988억 원 △2022년 1조 8008억 원 △2023년 1조 5897억 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같은 시기 단기차입금 규모는 △2021년 1조 3357억 원 △2022년 1조 2617억 원 △2023년 2조 4088억 원이다.
경영 전문가들은 롯데그룹 차원에서 롯데온에 과감히 투자하거나 사업을 접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종우 교수는 “중국 이커머스까지 침투하면서 국내 이커머스업계는 포화상태”라며 “전략적으로 과감히 투자할 것인지 사업을 접든지, 롯데온이 둘 중 하나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소비자 환경에 맞춰 발빠르게 전략을 짜고 있지 않는데 이커머스 사업 출발 시점이 이미 늦은 롯데온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차별화가 없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제언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롯데온이 (롯데 유통 계열사의) 터미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업 축소가 아니라 사업 전략 변경이자 오히려 사업 확대로, 판매층을 넓히면서 이커머스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진행했던 사업이 롯데마트로 넘어간 것에 대해선 “롯데온은 이커머스 판매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롯데마트 혹은 롯데백화점은 상품 전문성을 가졌기 때문에 신선식품 사업과 연계될 수 있는 것을 맡긴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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