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 미국·영국 SMR 개발 참여 분주…상용화 멀어 수익 추산 안갯속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수주 규모가 2022년 230조 원에서 2024년 170조 원(전망치)으로 약 26% 감소하면서 주요 건설사들의 영업 수익성도 하락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대형 건설사들의 영업이익은 1년 전 대비 20~30% 동반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건설 24.8% 하락, 대우건설 33.2% 하락, DL이앤씨 5.6% 하락이 예측됐다.
건설사들은 주택이나 빌딩건설 부문에서 눈을 돌려 해외 건설 수주, 저탄소 에너지 산업 등에서 사업 동력을 찾고 있다. 최근 정부와 함께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는 ‘체코 원전’ 등 대형 원전에 더해 ‘미니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 일감 확보에 나섰다.
SMR은 본래 여러 개로 독립된 장치들을 단일 모듈 안에 넣어 크기를 줄이고, 출력을 300MW 이하 수준으로 대폭 줄인 원자로를 뜻한다. 출력이 낮아지면 연료 붕괴열 냉각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져 안전성이 크게 개선되는 데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 기후위기 시대 요구되는 친환경성도 갖췄다. 때문에 입지 선정도 한결 자유로운 데다 무엇보다 설치 기간이 대형 원전(약 60개월)의 절반 이하로 짧은 장점이 크다.
SMR에 대한 수요는 AI시대에 늘어나는 데이터센터나 저탄소 에너지원을 찾는 산업현장에서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김성중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대량의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나 고온의 공정열이 필요한 화학·철강회사 등에서 SMR 원전에 에너지 공급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는 탄소 배출 규제가 강한 컨테이너선 등 해양선박 분야에서도 추진 동력원으로 SMR을 사용하기 위한 개발이 한창이다.
현재 전 세계 70곳 이상에서 건설을 추진 중으로, 미국과 캐나다, 중국 등이 첫 상용화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캐나다는 빠르면 2028년, 유럽은 2030년 첫 가동을 계획 중이다. 이보다 한발 늦은 우리나라는 2028년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35년 본격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민관 합동으로 출범한 ‘SMR 얼라이언스’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등이 참여한 상태다.
국내 건설사들의 SMR 건설 실적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가장 먼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2021년 7000만 달러를 투자한 뒤 현재 루마니아 SMR 기본설계를 함께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도 2021년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손잡은 뒤 미국 내 1호 SMR 설계에 나선 데 이어 최근 영국 최초 SMR 프로젝트 경쟁 입찰에 참여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 미국 ‘엑스에너지’에 2000만 달러를 전략 투자했으며 지난 8월 노르웨이 원전기업과도 SMR 개발 협약을 맺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SMR이 향후 전 세계 원자력 발전용량의 최대 25% 비중으로 성장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연평균 10~20%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최대 5000억 달러(6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최소 5년 이상 해외 현지 개발에 투자하면서 실제적 수익 확보까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단계다. 그사이 개별 프로젝트 마다 진행 속도와 결과에 변수가 생길 수 있어 현시점에서 기대 수익 목표를 산정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SMR 사업을 통한 5~10년 뒤 수익 규모(비중) 전망치를 물은 ‘일요신문i’ 질의에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실제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가시적인 비중 전망은 쉽지 않다”고 답했다.
현재 SMR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의 경우 주가가 지난 7월 15달러까지 올랐다가 9월 초 7달러 안팎으로 하락, 10월 들어 다시 12달러선을 회복하는 등 세부 변수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국 뉴스케일 파워 SMR 시범단지가 실증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불확정성이 크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우리 측 참여 건설사의 매출·수익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은 윤석열 정부의 원전 밀어주기, 저탄소 기조 등 정책적 조건에 문제가 없지만 SMR을 직접 개발, 운영하려는 발주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시공 수주 경쟁도 급히 달아오르진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형 원전 건설 경험을 갖췄으면서 SMR에 맞는 특수시공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건설사가 사실상 상위 5위권 안팎의 대형 건설사로 압축될 것으로 진단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SMR은 건설에 드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중요한 수주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공법 노하우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건설사가 스스로 SMR의 보유·운영사가 되는 것은 어려운 만큼 국내외 공공·민간 에너지기업을 상대로 먼저 협력개발 파트너십을 끌어내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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