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상표권 출원하고 유상 수리 서비스 도입…애프터마켓 사업 검토, 선박 개조까지 확장 가능성
#지난해 9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4일과 7일 삼성중공업은 ‘SHI PREMIUM SHIP care+’와 ‘CARE X PERT’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두 상표는 국제상품분류(NICE분류)상 37류에 해당한다. ‘선박 수리·관리업’ ‘선박부품 교체업’ ‘선박엔진 수리업’ ‘선박용 밸러스트장치 설치·관리·수리업’ ‘선박용 크레인 수리 또는 보수업’ ‘요트 및 보트 개조·수리업’ 등이 포함된다.
삼성중공업의 상표 출원은 선박 무상 보증기간이 끝난 선박을 대상으로 유상 보증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하기 위해 이뤄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보증기간 내에 있는 선박 수리만 무상으로 진행을 해왔다. 하지만 배를 오래 쓰다 보니 보증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수리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유상 수리 서비스 브랜드화 후 서비스 추진을 검토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선박 보증 서비스 경쟁력 강화는 물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조 94억 원, 영업이익 2333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매출 5조 9447억 원, 영업손실 8544억 원)과 비교해 매출은 약 35% 오르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8년 연속 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삼성중공업은 매출 4조 8798억 원, 영업이익 2086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매출 3조 5508억 원, 영업이익 785억 원) 대비 매출은 37%, 영업이익은 166% 늘었다.
#내부적으로 AM 사업성 검토 중
삼성중공업은 AM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검토하고 있다. 선박 AM 사업은 선박 유지·보수와 관련된 사업이다. 선박 긴급수리와 선박 정기·중간검사를 실시하고 선박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과 기자재를 조달하는 사업을 포함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AM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선박에 플랫폼을 설치하고 이상신호가 발생하면 기자재 메이커와 연결해주는 플랫폼 기술을 제공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기존에 인도한 선박 1300척 중 100척 정도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했다.
경쟁사들도 AM 시장에 관심이 많다. HD현대는 선박 신조 인도 이후 정박·수리·개조 등 선박 생애 주기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HD현대마린솔루션을 2016년에 출범시켰다. HD현대그룹이 건조한 선박 수리와 유지·보수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화에선 대표적으로 한화파워시스템이 AM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은 지난해 9월 한화오션으로부터 선박 보증서비스 사업을 양수했다. 엔진 관련 AM 사업은 한화엔진이 맡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선박 AM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조선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영일 동아대 조선해양플랜트공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으로 넘어간 선박 계약 건들이 많다. 중국이 수주 물량을 늘릴 수 있는 이유는 중국 업체들이 저가 수주를 해 적자가 나더라도 국가에서 보전해 주기 때문이다. 또 중국에선 저리로 선주들에게 돈을 꿔주기도 한다”라며 “우리나라 업체들이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품질 쪽에 포커스를 두고 차별화를 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박 사후관리 사업은 한층 고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일반 상선은 25년, 군함은 40년 정도 쓰도록 설계된다. 수지가 맞으려면 목표 수명이 50년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특히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해 원자력 등을 추진연료로 하는 선박은 제작비도 비싸다”며 “그런 면에서 선박 보증수리를 넘어 선박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선박 신조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선박이 수명을 최대한 유지하거나 연장해 활동할 수 있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면에서 도와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 개조 사업까지 확장?
삼성중공업은 선박 레트로핏(개조) 사업으로도 AM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중·장기적으로 선박 개조 사업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회사가 인도했던 컨테이너선 중 10년 이상 돼 노후화된 선박들은 스팀터빈 엔진을 쓰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강화로 D등급 이하를 받으면 선주들이 폐선하고 신조 발주를 낼지 선박을 고쳐서 사용 연한을 늘릴지 고민을 하게 된다. 과도기 단계에서는 선박을 고쳐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IMO는 지난해 1월부터 탄소집약도지수(CII·Carbon Intensity Index)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선박 등급 산정기준이 되는 탄소집약도를 2023년 5%에서 매년 2%씩 추가 감축해 2026년까지 11%의 감축률을 달성하는 게 IMO 계획이다. CII 등급 선정은 연간 운항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해에 이뤄진다. A~E등급으로 산정되는데 3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한 번이라도 E등급으로 산정된 선박은 선주가 에너지효율개선계획(SEEMP)을 인증기관 등에서 승인받기 전까지 운항이 제한될 수 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화석연료 엔진을 친환경 연료 엔진으로 바꿔 끼우는 등의 레트로핏 시장이 앞으로 유망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있다”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친환경 선박 개조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많이 없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 친환경 개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친환경 개조 분야에서 발생한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8% 정도로 아직 큰 편은 아니다.
삼성중공업이 AM 사업을 본격화한다면 이익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유동 연구원은 “현재 삼성중공업 AM 사업은 소프트웨어만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매출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향후 레트로핏 사업은 중국에서 사업이 중단된 도크와 현지 인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에서 선박을 설계하고 외주 생산을 주는 식으로 추진되면 마진율은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AM 사업은 사업성을 검토하는 정도로 향후 어떻게 사업을 영위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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