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31일 임기 만료, 강호동 중앙회장과 관계 주목…농협 지배구조 논란은 변수로 작용 전망
이석준 회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이 회장이 공개적으로 연임 의사를 내비친 적은 없다. 반대로 연임 가능성을 부정한 것도 아니다. 이 회장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실적을 두고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NH농협금융지주의 순이익은 2022년 2조 603억 원에서 2023년 2조 5419억 원으로 23.37% 증가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 973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1조 9031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석준 회장은 내부 통제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세 차례의 배임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총 피해액은 173억 원에 달한다. NH농협은행은 이어 지난 8월 117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고, 최근에는 140억 원에 달하는 제3자 사기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NH농협금융지주가 NH농협은행 모회사인 만큼 이 회장의 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5월 “중대사고와 관련된 계열사 대표이사 연임을 제한하고,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직권정지를 시행하겠다”고 언급했다. 농협중앙회가 이를 근거로 이석준 회장 연임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강호동 회장은 올해 초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에서 이석준 회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강 회장은 NH투자증권 대표로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추천했다. 유 전 부회장은 올해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강 회장 선거 캠프에서 일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은 임추위가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NH투자증권 대표로는 윤병운 전 NH투자증권 부사장이 선임됐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9월 이사회를 열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시했다. 임추위 위원장은 이윤석 사외이사가 맡는다. 김익수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 박흥식 NH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광주비아농협 조합장), 길재욱·이종백·이종화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가 임추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인물은 박흥식 비상임이사다. NH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는 사실상 농협중앙회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박흥식 이사 역시 강호동 회장이 추천한 인물이다.
NH농협금융지주 내부에서는 그간 임추위에 비상임이사가 포함된 것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 경영에 개입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9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임추위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때는 비상임이사를 제외하고 구성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그러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나 계열사 대표 선임을 위한 임추위에는 여전히 비상임이사가 포함돼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가 여론으로 인해 한 발 물러났지만 NH농협금융지주 임원 인사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정부는 현 농협 지배구조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 4월 NH농협금융지주 정기검사에 착수하면서 “정기검사를 통해 NH농협금융지주 및 NH농협은행의 경영 전반 및 지배구조 취약점을 종합 진단해 개선토록 할 필요가 있다”며 “지주회사법, 은행법 등 관련 법규에서 정하는 대주주(농협중앙회)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 경우 개선토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NH농협금융지주 현장검사를 완료하고,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을 근거로 NH농협금융지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농협법에는 “농협중앙회는 자회사(NH농협금융지주 포함)의 업무수행 시 농협중앙회의 회원 및 조합원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도·감독해야 한다”며 “지도·감독 결과에 따라 해당 자회사에 대해 경영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 경영에 개입할 근거는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강호동 회장 입장에서 최근 정부의 분위기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전직 농협 직원은 “농협이 공기업은 아니지만 정부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등 사실상 공기업과 비슷한 이미지”라며 “당장 농협은 정부 도움 없이 쌀이나 농수산물 가격 관리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석준 회장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는 등 현 정부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다.
정치권에서도 농협중앙회의 NH농협금융지주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농협중앙회에 ‘인사교류심의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농협중앙회와 지주회사, 지주회사 상호 간, 농협중앙회 사업부문 간 인사교류 관련 사안을 심의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농협중앙회발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준병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임원 인사의 비밀주의가 관행으로 지속돼 공정성마저 확보되지 못한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는 모두 인사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강호동 회장과 이석준 회장은 오는 10월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국회 농해수위는 지배구조와 관련된 질문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 회장의 의중도 이날 드러날 전망이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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