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이후 흉기 지니고 1시간 반가량 술집·노래방 오간 정황 드러나…정치권 일각 ‘사형 필요성’ 제기
지난 9월 26일 오전 0시 42분께 박대성은 전남 순천시 조례동의 한 주차장 앞 인도에서 일면식 없는 1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했다. 그런데 살인사건 발생 20여 분 전까지 박대성은 경찰과 함께 있었다. 박대성의 친형이 0시 15분께 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 0시 19분에 박대성을 만났지만 간단한 대화 정도만 나누고 0시 23분에 돌아갔다. 그리고 8분여 뒤인 0시 31분에 피해자를 발견한 박대성은 그를 따라가 0시 42분에 살인을 저질렀다.
박대성은 피해 여성을 흉기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목격자가 나타나자 0시 43분께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도주했는데 그 직후 바로 흉기를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흉기는 살인 직후 버린 게 아니었다. 흉기를 그대로 옷으로 가려 몸에 지닌 채 주변을 오갔다. 흉기를 지니고 술집에 들어가 소주 한 병을 마셨으며 인근 노래방에도 갔다. 또 살인 사건 당시 박대성은 슬리퍼가 벗겨져 맨발 상태였지만 가게로 돌아와 신발도 바꿔 신고 다시 나갔다.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도 1시간 30분가량 흉기를 지니고 술집과 노래방 등을 오간 박대성은 노래방에서 나온 뒤에야 인근 주차장에 흉기를 버렸다. 그리곤 2시 2분께 주차 차량을 발로 차는 행패를 부려 시민과 시비가 붙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것은 2시 12분께였다. 자칫 또 다른 살인사건을 저질렀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 1시간 반가량 이어진 것이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박대성은 시민에게 두 손 잡혀서 체포된 것이지 경찰이 체포한 것이 아니다. 12시 47분에 신고가 돼 경찰이 출동해 흉기를 든 범인이 도주 중인 것이 확인이 됐는데 2시간 동안 뭘 했느냐”라며 “2시간 동안 위험한 상태였는데 그 부분에 대해 순천 경찰은 아무 얘기를 안 한다”고 지적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대성의 연이은 미소다. YTN은 범행 13분여 뒤인 26일 새벽 1시께 순천의 한 골목 폐쇄회로(CC)TV에 찍힌 박대성의 모습을 공개했다. 살인사건 직후로 아직 가게를 들르기 전이라 맨발 상태였는데 박대성이 홀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
10월 4일 오전 9시 30분 검찰 송치를 위해 전남 순천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박대성은 3분 동안 포토라인에 섰는데 여기서도 옅은 미소를 띠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신상정보와 함께 공개된 머그샷에서도 박대성의 표정은 비교적 환하다.
아예 대놓고 웃기도 했다. JTBC는 박대성이 검거될 당시 시민의 112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신고한 시민이 “여기 가게에 행패 부리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데 그 옆에서 박대성은 “거짓말이야”라고 외쳤다. 시민이 “차 깨버리고 난리가 아니다. 빨리 와 달라”고 말하는데, 계속 박대성은 “거짓말이에요”라고 말했다. 장난 섞인 말투 자체도 충격인데 신고한 시민은 이때 박대성이 “헤헤” 하며 웃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대성의 거듭된 미소는 무엇을 의미할까. 전문가들은 ‘만족감’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서 “살인 욕구가 올라간 상태에서 실행하고 그에 따른 만족감으로 미소를 짓거나 흥분된 상태가 유지되는, 그런 상태에서 다른 살인까지 저지르는 것을 연속 살인이라고 한다”며 “이들의 특징은 살인을 저지르고 흥분해 막 돌아다니는 것이다. 신림역 칼부림 조선도 이와 유사하고, 서현역 칼부림 최원종에게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경찰에 체포된 박대성은 경찰 조사에서 소주 네 병을 마셨다고 진술했고 9월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과정에서도 취재진에 “소주를 네 병 정도 마셔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지만 경찰이 박대성의 가게를 압수수색한 결과 식탁에서 안주와 소주병 네 개가 발견됐지만 빈 병은 두 병뿐이었다. 한 병은 마개만 땄을 뿐 마시진 않았고 한 병은 마개도 따지 않은 상태였다. 이날 박대성의 살인사건 전 음주량은 소주 네 병이 아닌 두 병으로 보인다.
새벽 2시 2분께 박대성을 신고한 시민은 “나를 정면으로 3~5번 찼다. 만취 상태에는 그렇게 못 찬다”며 당시 만취 상태였다는 박대성의 진술에 의문을 표했다. 이 시점은 살인을 저지르고 1시간 20분여 뒤로, 그사이 소주를 한 병 더 마신 상태였다. 그럼에도 만취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대성이 만취 상태에 따른 심신미약을 주장해 주취감형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박대성에게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1년 9월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사형 집행 필요성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실시했는데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70.2%였다. 정치권도 관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0월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 사건처럼 잔혹성이 이루 말할 수 없고, 범인의 반사회성이 심각해 교화의 가능성이 안 보이며, 사건 특성상 범인이 너무나 명백해 오판의 여지가 없다면 극히 예외적으로 사형이 선고되고 집행되는 것이 다수의 선량한 국민들과 평온한 사회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타인의 생명을 뺏는 사형이 함부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 주장이지만 이런 말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통해 제기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대체적으로 사형제 폐지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사형제 폐지는 세계적 추세이며, 이런 세계적 추세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들 사이에선 사형집행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홍준표 의원(현 대구시장)이 ‘20개월 영아 성폭행 및 학대 살해범’에 대해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시키겠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현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형사처벌과 관련한 사법 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좀 두테르테식”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개월 영아 성폭행 및 학대 살해범’에 대해 “사형 집행을 고려해야 한다”며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선 사형 집행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총선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현 대표)은 “장관 시절에 그 부분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하다가 그만뒀다”며 “법에 따른 사형 집행도 충분히 고려할 때가 됐고, 그게 우리 사회를 더 안전히 만드는 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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