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리던 국민의힘 맹폭, 국감 직전 터져 민주당 당혹…친명 강성 지지층 ‘문재인 탈당’ 목소리 내기도
10월 5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문다혜 씨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문 씨는 이날 새벽 2시 51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에서 음주 상태로 캐스퍼 차량을 몰던 중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다 뒤따라오던 택시와 부딪혔다.
음주 측정 결과 문 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인 0.14%였다. 문 씨는 음주 측정에 불응하는 등 이상 행동은 벌이지 않고, 경찰에 협조한 뒤 귀가조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이 알려진 후 7시간 불법주차, 과태료 체납에 따른 압류 기록 등 여러 의혹들이 추가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조만간 문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여권은 맹폭을 날렸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10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 전 대통령 시절에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라고 명확하게 강조하지 않았나”라며 “문다혜 씨는 거기에 예외가 돼야 한다는 것에 우리 국민 누가 동의하겠나”라고 직격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 부분(문 씨 음주운전)에 대해 왜 논평이 안 나오나”라며 “민주당의 전매특허인 내로남불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이던 2018년 10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초범이라 할지라도 처벌을 강화하는 등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을 더욱 강화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10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좌파 진영 사람들은 자신의 사생활 관리를 제대로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며 “정치권 내 음주운전 전과자 때문에 (음주운전) 문제를 거론하지 못하는 게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표의 음주운전 전과가 다시 부각될 것을 우려해 문 씨 문제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민주당에서는 공식 논평이나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0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 씨 음주운전 적발 관련 당의 입장’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음주운전에 대한 당 입장이 다른 게 있을 수 있나”라며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특별한 다른 내용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 대변인 황정아 의원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문 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당 차원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전혀 언급된 바 없고, 별도의 대응 계획도 없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당혹감은 역력하다. 앞서 민주당은 문 씨 전 남편의 특혜 채용 의혹 수사 등 검찰의 칼끝이 문 전 대통령 일가로 향하자, ‘전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선 바 있다. 검찰 수사를 전 정권에 대한 보복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자 민주당으로선 문 전 대통령 일가를 엄호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정감사에서도 문 씨 사건은 도마 위에 올랐다. 10월 11일 경찰청과 산하기관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사건은 단순 음주운전 혐의뿐 아니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도 적용해야 할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준영 의원은 “만취한 사람이 운전해 사고를 내고 다른 차 운전자를 다치게 했다면, 일반론적으로 이는 위험운전치사상 혐의에 해당하는가”라고 물었고, 조지호 경찰청장은 “관련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배 의원이 “다혜 씨가 그 사례에 포함되는가” 되묻자, 조 청장은 “조항으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국회 국감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밝혀내는 야당의 시간이다. 실제 공천개입과 관저 공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등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밝혀내려 민주당이 많은 준비를 했다”며 “그런데 국감 직전 문 씨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의힘에 공격 빌미를 줬다”고 아쉬워했다.
정치권에선 문 씨 음주운전 사고가 친문계와 친명계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9월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김정숙) 여사와 대통령 가족에 대한 현 정부의 작태는 정치적으로, 법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나나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당당하게, 강하게 임하겠다”고 화답했다. 여당에서는 이 회동을 두고 사법리스크 앞에서 ‘방탄 동맹’을 맺은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씨 음주운전 사고 후 친명계 강성 지지층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탈당하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원 게시판에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딸의 음주운전이 뉴스 도배를 한다. (문 전 대통령이) 탈당 안 하고 당에 부담을 주는 저의가 뭔가” “민주당의 중요 시기마다 발목 잡는 형태 보이더니 딸까지 문제” “전직 대통령이 하는 일마다 당과 이재명 대표에 피해” 등이 인기글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때 공천을 둘러싸고 친명과 친문의 내홍은 극에 달했다. 분당 위기까지 점쳐졌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재명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현 정부와의 투쟁을 앞세우며 손을 잡았다. 하지만 문 씨 음주운전 사고로 다시 계파 갈등의 불씨가 지펴지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표가 통합을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친문 진영과 껄끄러운 관계임을 나타내는 장면들도 포착되고 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를 ‘2024 한반도 평화주간’으로 정하고, 9월 19일 광주에서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20일 목포에서 ‘전남 평화회의’, 10월 4일 수원에서 ‘10·4 남북정상선언 17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 기념식에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10월 4일 기념식에서는 당초 참석자 명단에 이 대표가 있었다고 한다. 이 대표 측에서는 행사 며칠 전까지 “확정된 것이 없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하다, 결국 자리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우원식 국회의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가 불참한 이날 행사에 앞서 경기도청을 ‘깜짝 방문’해 김동연 경기지사와 회동을 가졌다. 김 지사는 이 대표가 당론으로 추진해 온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을 공개 비판했다. 또한 친문 핵심인 전해철 전 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등 비명계를 중심으로 외연확장에 시동을 걸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주자 자리를 두고 이 대표와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김 지사와 만나자 정치권에서는 많은 해석이 나왔다.
당내에선 친명계와 친문계의 ‘원팀’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중죄다. 문 씨는 성인으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법에 따라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다만 전직 대통령의 딸 개인의 일이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딸의 음주운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 2일 이후 SNS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가족을 향한 검찰 수사를 저격하던 문 씨 역시 경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사과나 유감표명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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