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요예측 돌입, 올해 출범 이래 최대 성과…업비트 의존 크고 혁신성 ‘물음표’
#케이뱅크, 수요예측에 쏠리는 이목
케이뱅크는 지난 10월 10일 수요예측에 돌입했다. 16일까지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하는 케이뱅크의 희망공모가 범위는 9500원~1만 2000원으로 희망가 상단 기준으로 공모 규모는 총 9840억 원 수준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5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규모다.
IPO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게 침체된 분위기다. 2022년 유가증권 시장 공모금액 총액은 13조 1455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총 공모금액은 1조 870억 원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의 상장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 공모금액 총액이 지난해를 넘긴 1조 5888억 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2022년 공모 총액에는 한참 못 미친다.
케이뱅크가 IPO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케이뱅크는 2022년 6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면서 코스피 상장을 시도했으나 지난해 2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투자심리 위축과 기업가치 저평가 등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과 다른 점은 실적에 탄력이 붙었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2017년 출범한 이래 올해 최대 성과를 냈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54억 원으로 전년 동기인 250억 원 대비 242%가량 증가했다. 케이뱅크 상반기 말 고객수는 1147만 명으로 지난 2분기에만 114만 명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말 수신 잔액은 21조 8500억 원, 여신 잔액은 15조 67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8%, 23.7%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KT·BC카드 등 대기업이 배후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연준이 금리인하에 들어가면서 경기 완화 측면에 돌입한 점도 긍정적 요소”라며 “이제 IPO를 미뤘던 회사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고 슬슬 묶여있던 투자심리도 풀리는 시기라 케이뱅크 상장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마웠던 업비트, 이제는 불안요소?
케이뱅크 상장과 관련한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한창 암호화폐(가상화폐) 붐이 일던 지난 2020년 업비트와 제휴하면서 업비트 거래소 입금 한도와 신규 계좌 발급 규제를 풀어줬다. 이때 수신액과 고객이 급증했다.
올해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케이뱅크의 전체 예수금 22조 원 중 4조 원가량이 업비트 고객 예치금으로 거의 20%를 차지한다”며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거래를 단절할 경우 뱅크런 사태가 일어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비중이 20~80% 수준으로 높았던 실버게이트은행이나 시그니처은행이 가상자산 리스크로 인한 뱅크런으로 문을 닫거나 대주주가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업비트 의존도는 꾸준히 지적되어 온 문제고 케이뱅크는 아직까지도 유의미한 수준까지 업비트 의존도를 줄이지 못했다. 업비트가 다른 파트너를 찾을 경우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폭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비트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뱅크가 공모가를 너무 높이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국내에서 상장한 인터넷은행은 카카오뱅크밖에 없기 때문에 케이뱅크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미국, 일본 등의 인터넷은행인 SBI스미신넷뱅크, 뱅코프까지 비교회사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뱅크(1.68배)보다 높은 2.56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적용됐다. 기존 금융지주사의 PBR보다도 크게 높은 수치다.
KB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각각 2조 7815억 원, 2조 7470억 원, 2조 687억 원, 1조 7554억 원으로 케이뱅크(854억 원)의 20~30배다. 그러나 각 금융지주 시총은 10조~30조 원 수준이다. 케이뱅크의 최대 예상 몸값과 비교해 2~6배 높을 뿐이다.
시중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물론 혁신 기업들을 단순히 재무 성과로만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건 혁신적인 기술이 있는 스타트업 등에 한한 얘기”라며 “케이뱅크가 아직까지 눈에 띄는 확장성과 혁신성을 보여준 적은 없는 것 같다. 시장이 공모가가 너무 높게 산정됐다고 평가할 경우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 안착 후 주가가 오르려면 당장의 수익성뿐만 아니라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보여줘야 한다. 케이뱅크가 인터넷은행 1호로 시장에 출범했지만 카카오뱅크뿐만 아니라 후발주자인 토스뱅크에도 추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2020년 출범한 토스뱅크와 비교해 MAU(월간활성이용자수)에서 밀리고 있다. 토스뱅크의 MAU는 1800만 명대로 400만 명대인 케이뱅크를 한참 앞서 나가고 있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가 2021년 8월 상장 이후 한때 10만 원 가까이 주가를 올렸다가 현재 공모가(3만 9000원)에도 못 미치는 2만 원대로 추락한 점도 케이뱅크에는 부담 요소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대주주 리스크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인터넷은행의 혁신성과 사업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시각으로도 해석 가능하다”며 “MAU가 400만 명밖에 안 되는데 업비트 없이 기존의 서비스들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말하기 어렵다. 상장 이후에도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케이뱅크 관계자는 “공모자금을 자본적정성 확보, SME(중소기업) 시장 진출 확대, 테크 리더십 강화, 혁신 투자 플랫폼 구축 등에 투자해 혁신금융과 상생금융 실천에 더욱 힘쓸 계획”이라며 “철저한 준비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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