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출범 두고 ‘정치적 흐름과 맞물린 것 아니냐’ 지적…중경단, 고검 검사 등 기존 인력 활용 방안 우선 거론
민생범죄 최전선을 담당하는 형사부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검사뿐 아니라 변호사들도 고대하는 일이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일련의 방향이 ‘정치적 흐름’과 맞물려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지율이 낮아지는 정권 중반마다 ‘특수 수사 대신 형사부 강화’를 외치는 상황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검, TF 구성해 형사부 강화 추진
대검찰청은 9월 27일 일선 검찰청의 형사부 검사들로 구성된 ‘검찰 형사부 강화 TF’를 출범시켰다. 전국 지방검찰청 형사부 소속 5∼11년 차 검사 7명으로 이뤄진 검찰 형사부 강화 TF를 정식 출범시켰는데, 심우정 총장 취임 후 처음 꾸려진 TF다.
서울중앙지검, 서울북부지검, 서울서부지검, 대구지검 서부지청, 안양지청 등 모두 다른 소속 청의 검사들로 구성됐고, 검사들의 기수 역시 수석검사급부터 변호사시험 출신 막내급 검사까지 다양하게 선발했다. 일선 검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심우정 총장이 취임하면서 내건 취지와 일치한다.
심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은 민생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민생범죄의 최전선에 있는 일선 형사부의 인력, 조직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심 총장이 야심차게 출범시킨 TF는 주 1∼2회 온·오프라인 회의를 통해 결론을 낸다는 계획이다. 대검에서는 이를 반영해 올해 안에 구체적인 형사부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진다.
#만연한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사기와 같은 경제 사건부터 성범죄와 마약, 강도 등 형사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부에는 그동안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일선 검사들은 한 달에 100건가량 사건을 배당받는다. 쉬는 날을 제외하면 하루에 4~5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국의 지방검찰청 검사가 1인당 하루에 배당받는 평균 사건 수는 2023년 7.6건으로, 2021년 6.1건, 2022년 6.8건에서 늘어났다.
경찰이 넘긴 사건만 처리한다고 하지만 필요한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직접 불러 조사하는 경우도 있어 하루에 4~5건을 처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3개월 이상 처리되지 않은 장기미제사건이 4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최근 검찰을 나온 한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넘겨준 사건만 처리하는 흐름이 생기면서 검찰 내 의사결정 시스템이 다소 바뀌게 됐다”며 “경찰이 한꺼번에 사건을 넘기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검찰에도 장기미제가 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 내 볼멘소리 나오는 배경
검찰 내에서는 ‘특수 수사’에 인력을 다수 배치한 것에 대한 후폭풍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주요 인력을 특별수사, 공안수사 등을 맡는 이른바 인지사건부서 위주로 인력을 배치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에 부장검사를 제외하면 검사가 6명이지만, 특수1부는 부부장검사만 2명이고 검사는 9명이나 된다. 형사2부와 3부는 각각 검사 5명, 4명(부부장검사 포함)이지만 반부패수사2부와 3부는 8명(부부장검사 포함)씩 배치돼 있다.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실력 있는 주요 인력을 인지사건부서에 배치한 것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한 검찰 관계자는 “정권 초에는 ‘특수통’들을 중용하면서 검찰의 수사력을 인지사건에 집중시키더니 이제 와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정권 중반이 되니 형사부를 외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며 “어느 정권마다 정권 중반 지지율이 떨어지면 검찰총장은 ‘형사부 강화’를 외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절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오수 전 총장도 취임 후 형사부와 공판부를 강화시켜 민생 범죄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정치 권력의 흐름’에 맞춰 발을 빼는 시늉을 하려 ‘형사부 강화’를 외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경단, 고검 검사 일 늘릴 수 있을까
검사를 더 채용하는 것과 별개로 기존 검사 인력 활용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연차가 높은 고참 검사들이 포진해 있는 고등검찰청 검사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항고사건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는 고검 검사들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주로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고소·고발인이 불복한 항고사건을 처리하는 고검 검사는 기각·각하나 재수사를 결정하는데, 재수사 명령을 내리면 일선 검사의 업무가 다시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고검 검사가 맡아 처리하는 방식이다.
15년 이상 고참 검사들로 이뤄진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에 대한 사건 배당 확대도 거론된다. 이미 중경단에 사건을 배당하는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고참검사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한 고검 검사는 “일선처럼 직접 조사를 하지는 않아 일이 적다고 하지만, 거꾸로 서류를 일일이 보고 사건을 파악해 재기 수사를 결정하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며 “일이 늘어나면 재기 수사를 결정할 것을 기각하거나 각하하게 돼 되레 제대로 된 사건 처리를 방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평검사들 반발도 고려해야 하는 숙제
MZ 세대로 불리는 평검사들의 불만도 문제다. 기존 12월 연말 미제를 카운팅 했던 것이 사건 처리 지연의 원인이라고 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11월 미제를 연말 미제 건수로 파악하자는 얘기가 나오자 검찰 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을 안 하고 떠넘기는 검찰 내 조직원들을 파악해 일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형식적인 개혁으로 사건 처리 숫자를 늘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한 평검사는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선청에서 티오(T/O)를 하나씩 빼서 투입하는데, 그렇게 하나씩 빠져나갈 때마다 남아 있는 해당 부서 검사들에게 배당되는 사건의 숫자는 20~30%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문제 해결의 시작은 일선 형사부 검사 수를 늘리는 것이고, 고검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 일선 검사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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