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상환권 행사 시점 2년 뒤로 연장, 상환 부담 덜어…전환청구 가능성 높아지는 가운데 관건은 주가 흐름
#“스텝업되는 기간을 연장해준 건”
지난 10월 8일 코오롱생명과학은 이사회를 열고 ‘제3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발행 및 인수계약 수정 합의서 체결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사회의사록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이 중도상환권을 처음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이 사채 발행 후 만 3년이 되는 2024년 12월 10일에서 사채 발행 후 만 5년이 되는 2026년 12월 10일로 변경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보유한 중도상환권은 CB가 만기되기 전에 사채 전부를 상환할 수 있는 권리다. 이 CB의 만기는 2025년 12월 10일이다. 만기는 30년간 연장할 수 있어 영구CB로 분류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발행한 해당 CB는 2021년 12월 10일에 CB 대금이 납입됐다. CB 투자자는 한투에스지제이호 유한회사(한투에스지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다. 한투에스지제이호는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와 SG프라이빗에쿼티(SG PE)가 공동으로 조성했다.
이번 이사회 결의에 따라 CB 이율과 관련된 조항도 수정됐다. CB 발행조건에 적힌 코오롱생명과학의 표면이자율은 연 0%, 만기보장수익률은 4%다. 기존 계약에 따르면 사채 발행 후 만 3년이 되는 날의 다음 날(2024년 12월 11일)부터는 만기보장이율이 변할 수 있는 조건이 있었다. 민간채권평가기관이 제시하는 BBB-급 회사채 3년물 민평 금리에 200bp(2%, 1bp=0.01%p)를 더하는 변경금리를 만기보장이율로 산정하는 구조다. 또 1년 주기로 직전 이율에 100bp(1%)를 더하는 조건도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 변경된 계약에 따라 만기보장이율이 변하는 시점이 2026년 12월 11일로 연장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CB 조건 변경이 코오롱생명과학에 다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0월 15일 기준 BBB-급 회사채 3년물 민평 금리는 9.34%다. 기존 계약대로라면 올해 12월 10일에 CB를 상환하지 않았을 경우 11% 이상의 만기보장수익률을 부담해야 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유동성에 여유가 있어 상환에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별도 기준 올해 상반기 코오롱생명과학의 유동자산은 1131억 원이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20.94%에서 올해 상반기 172.91%로 높아졌다.
이와 관련, 한투PE 한 관계자는 “(올해 12월에) 이자율이 높게 스텝업(채권 발행 이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올려주는 것) 되다보니 (코오롱생명과학이) 리파이낸싱(대출금을 갚기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며 “스텝업되는 기간을 연장해준 건이다”라고 설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CB 투자자들 간 니즈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6월 20일 이 CB 전환가액은 3만 2611원에서 2만 1760원으로 낮아졌다. 6월 13일 코오롱생명과학이 2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해서다. 신주 발행가액은 2만 1760원으로 제3자 배정 대상자는 최대주주인 코오롱이었다. 해당 CB 계약 조항에는 CB 투자자가 전환청구를 하기 전에 코오롱생명과학이 CB 전환가격을 하회하는 발행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해 신주를 발행할 경우, 해당 유상증자 발행가격으로 CB 전환가액을 조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고준모 지안회계법인 대표(공인회계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전에도 CB 투자자와 코오롱생명과학이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CB 투자자들은 전환가액이 떨어지면 (기존 계약 대비) 더 많은 주식을 가져갈 수 있다”며 “이 상황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이 상환해야 한다면 CB 투자자에게만 좋은 조건이 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CB 투자자에게 이자가 대폭 올라가는 구간을 조정해달라고 요구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적 반등이 필요한 상황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도상환이 유예된 기간 동안 CB 투자자들이 전환청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주가 흐름이다. 10월 15일 코오롱생명과학 종가는 1만 9700원이다. CB 전환가액을 밑돈다.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지난 7월 15일 2만 4450원으로 장을 마감한 뒤 하락 추세에 있다. 앞서의 고준모 대표는 “CB 투자자 입장에서 주가가 미래에 더 떨어질 것 같다고 판단하면 굳이 전환청구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부진한 실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코오롱생명과학은 9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102억 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손실 규모가 작지 않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5억 원, 2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24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악재도 잇따랐다. 올해 6월에는 경북 김천시에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김천2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화재로 인한 손실액이 확인되는 대로 재공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같은 달 코오롱생명과학은 주주가 2019년에 제기한 투자손실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 판단도 받았다. 올해 상반기 코오롱생명과학은 소송충당부채로 313억 원을 계상했다.
주가 상승세 전환을 위해선 코오롱생명과학의 실적 반등이 필요하다. 특히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의 98.4%를 차지하는 케미컬(Chemical) 사업부문 역할이 중요하다. 케미컬 사업부문 내 원료의약품 생산과 판매를 맡는 의약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366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31억 원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 5억 4200만 원의 영업손실도 기록했다. 원료의약품 수출은 일본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수출국을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주가 상승 동력을 마련하려면 바이오신약에서 성과를 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사업부문은 올해 상반기 14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삼은 요천골 신경근병증 신약후보물질 ‘KLS-2031’에 대해 지난 6월 미국 임상 1/2a상 최종결과보고서를 받았다. 후기 임상을 통해 유효성을 확인해야 하는 단계다.
계열사인 코오롱티슈진이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신약후보물질 TG-C(옛 인보사)의 상업화 개시 여부도 중요하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생산 시설을 활용하기 때문에 매출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22년 TG-C의 일본과 아시아, 아프리카 판권은 싱가포르 기업인 주니퍼바이오로직스에 넘겼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판매 등이 이뤄질 때마다 단계별로 최대 7234억 원의 기술료를 받는다. 원활한 수출을 위해서는 미국 임상 3상 성공과 상업화 여부가 중요한 셈이다.
이와 관련,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3회차 CB는 전환청구되지 않은 상태로 전환청구 시점과 관련해 투자자와 별도의 논의는 없었다. 같은 시기 발행했던 (150억 원 규모) 2차 CB의 계약조건 변경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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