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본잠식, 모회사 F&F는 드라마 제작사 매각…F&F엔터 “지금은 투자 시기, 2~3년 봐달라”
F&F는 ‘MLB’ ‘디스커버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 전문기업이다. F&F는 국내에서 정상급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F&F는 2019년 중국에 첫 MLB 매장을 열었으며 현재 중국에는 1000개 이상의 MLB 매장이 있다.
F&F는 2022년 신사업의 일환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했다. F&F는 2022년 3월 드라마 제작사 빅토리콘텐츠를 235억 원에 인수했다. 이어 2022년 11월에는 자회사 F&F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F&F엔터테인먼트는 대표이사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PL(프로젝트리더), 플렉스엠 부사장 등을 역임한 최재우 씨를 선임했다. 김창수 F&F홀딩스 회장도 F&F엔터테인먼트 사내이사에 합류했다.
F&F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SBS와 걸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을 공동 제작했다. F&F엔터테인먼트는 유니버스 티켓 제작비로 100억 원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버스 티켓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영됐다. 다만 화제성을 이끌지는 못했다. 유니버스 티켓은 10회 방송 중 첫 회를 제외한 나머지 9회가 0%대 시청률을 거뒀다.
유니버스 티켓에서 최종 선정된 8명은 F&F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유니스’로 활동 중이다. 사실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유니스의 데뷔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유니스는 우여곡절 끝에 데뷔했지만 아이돌 팬덤에서 주목받는 걸그룹 중 하나다. 유니스의 곡 ‘너만 몰라’는 지난 8월 KBS2 프로그램 ‘뮤직뱅크’ 1위 후보에 올랐다. 또 유니스는 미국 그래미닷컴이 지난 10월 6일(현지시각) 선정한 ‘지금 알아야 할 12개의 떠오르는 걸그룹’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니스의 선전과 별개로 F&F엔터테인먼트의 재무 상황은 녹록지 않다. F&F엔터테인먼트의 자본총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마이너스(-) 86억 5902만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실적도 좋지 않다. F&F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 14억 원, 영업손실 55억 원을 거뒀다. 이에 F&F는 올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해 F&F엔터테인먼트에 30억 원을 수혈했다.
이런 가운데 F&F엔터테인먼트와 SBS가 공동 기획한 보이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리그’가 오는 11월 방영될 예정이다. 유니버스 티켓과 마찬가지로 유니버스 리그에서 최종 선정된 참가자는 F&F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로 데뷔할 전망이다. 투자처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와 관련, F&F 관계자는 F&F엔터테인먼트의 재무와 관련해 “엔터테인먼트 사업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이 높다는 특성이 있으며 (F&F엔터테인먼트는) 재무적 숫자로는 표현되지 않을 훌륭한 성과들을 거두고 있다”며 “유니스의 대한민국 한류 연예대상 수상, 오는 11월 유니버스 리그 방영 등 여러 방면에서 좋은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만큼 성장의 잠재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F엔터테인먼트가 자본잠식 상태임을 감안하면 추가 투자를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F&F엔터테인먼트는 그간 모회사 F&F에 의존해왔다. 현재도 외부 투자 유치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F&F의 재무 상황은 나쁘지 않다. F&F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2206억 원이다. F&F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36.42%에 불과하다.
F&F의 성장세가 최근 주춤하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F&F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902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8985억 원으로 0.49%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93억 원에서 2220억 원으로 14.36% 감소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 부진과 늦더위가 F&F 매출에 대부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며 “국내 시장 상황 부진이 더 길어지고 있고, 중국 출점도 상당히 둔화돼 급격한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치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F&F는 오는 11월 11일 빅토리콘텐츠를 DB프라이빗에쿼티 등에게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토리콘텐츠는 2022년 매출 322억 원, 영업이익 17억 원을 거뒀다. 그러나 2023년에는 매출 175억 원, 영업손실 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빅토리콘텐츠 매각을 놓고 F&F가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앞서의 F&F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드라마와 음악으로 이원화가 됐었는데, 빅토리콘텐츠를 매각하면서 F&F엔터테인먼트를 통한 음악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며 “F&F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투자 지원은 필요시 검토 예정”이라고 밝혔다.
F&F엔터테인먼트는 수년 내 성과를 거둘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F&F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유니스가 본격적으로 데뷔한 지 6개월밖에 안됐기 때문에 아이돌 산업 특성상 지금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기간”이라며 “상승곡선을 꾸준히 그려가고 있고, 향후 2~3년을 보고 그 가치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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