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조롱 논란, 이용자수 감소…주주 소송에 노사 갈등까지…네이버웹툰 “성장 가속화 기회 만들 것”
#너무 민감한 주제인데…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던 ‘불매운동’에 다시 불이 붙었다. 10월 17일 오전 10시 기준 ‘네이버웹툰불매’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만 8000건 이상이 게시되면서 엑스(옛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네이버웹툰 엑스 계정이 10월 16일 오후 4시경 특정 작품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불매운동을 조롱했다는 의혹이 퍼져나가면서다. 여러 커뮤니티로 의혹이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지워진 상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감각을 받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불매운동이 여러 날 계속되는데도 지금까지 소비자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는데 조롱으로 보이는 광고글까지 게시했다”라며 “아무리 업계 1등 플랫폼이라지만 경쟁사들도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경솔하고 오만한 태도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엑스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네이버웹툰을 ‘여혐기업’으로 낙인찍고 불매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삭제 인증부터 해시태그 운동까지 불매운동 관련 게시글이 수천~수만 번 이상 리트윗되며 여러 번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사용자 기준 일간활성이용자수(DAU)도 불매운동 전후로 220만~230만 명대에서 200만~210만 명대까지 10% 가까이 감소했다. 웹툰업계에서는 신작 준비 중인 웹툰 스튜디오들이 론칭을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웹툰 불매운동을 촉발한 작품은 2024년 9월 4일부터 네이버웹툰 베스트도전에서 연재되기 시작한 판타지 만화 ‘이세계 퐁퐁남’이다. 퐁퐁남은 젊은 시절 문란하게 살던 여성과 결혼한 능력 있고 순진한 남성을 뜻하는 남초 커뮤니티발 은어다. 이 만화는 ‘한국의 법이 여성에게 유리하게 설계 돼’ 바람피운 아내에게 재산과 양육권을 뺏기고 가정폭력범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주인공이 다른 세계로 넘어간다는 서사구조로 젠더 갈등 뇌관을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작품은 네이버의 ‘지상최대공모전 2024’ 출품작으로 최근 공모전 1차 심사를 통과하면서 편집부가 ‘스크리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매운동을 부채질했다.
네이버로서는 진퇴양난 국면이다. 공모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정 작품을 삭제할 경우 그에 따른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식 연재 작품이 아닌 도전 만화 작품을 놓고 편집부에서 제목이나 내용을 수정하라며 개입하기도 마땅치 않다. 웹툰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이슈라 네이버웹툰도 신중할 수밖에 없고 현재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퐁퐁남’이라는 신조어 자체가 문제적이라고 보는 여론이 많지만 창작의 세계에서 완전히 금기어로 지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융희 작가 겸 문화연구자는 “해당 작품에 문제 소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캐릭터는 서사를 통해 변화할 수도 있는데 특정 혐오 표현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내리게 하는 것은 자칫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독자분들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불매운동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지만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독자, 작가, 기업 등 관련된 모두가 콘텐츠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에 대한 더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눌 공론장이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불매 여론이 발생하기 전에 마케팅 차원에서 제작해뒀던 소재가 내부 착오로 잘못 노출되면서 소비자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렸다. 깊이 사과드린다”며 “해당 작품은 2차 심사 중인 상황이며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알고 있다. 공모전은 공지된 프로세스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가 폭락하면서 미국 투자자들 소송 움직임
네이버웹툰의 악재는 불매운동뿐만이 아니다. 네이버웹툰의 미국법인이자 본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6월 말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그런데 상장 직후 부진한 실적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2분기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은 3억 2097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1%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영업손실은 7909만 달러를 기록했다. 손실폭이 14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과 일본 시장의 매출이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달러 대비 원화와 엔화의 약세로 2분기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지난해 대비 2분기 매출 성장률은 11.1%로 보정된다.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40% 가까이 급락한 주가는 이후에도 줄곧 하락세다. 10월 16일 기준 주가는 11.18달러로 공모가였던 21달러의 ‘반토막’ 수준이다. 원화·엔화 환율이 안정화된 3분기 실적은 소폭 개선될 수 있으나 단기간에 투자자들이 만족할만큼 실적과 주가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미국 투자자들의 소송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9월부터 미국 증권소송 전문 로펌들이 주주 집단소송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부터 미국 증권소송 전문 로펌들은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 등에서 매출 성장을 상쇄하는 수준의 환율 영향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며 소송인단을 모집 중이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상장 성공에 따른 추가 보상 문제도 노사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나스닥 상장 성공에 따라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는 3000만 달러(약 400억 원)의 성과보수가 책정됐다. 김 대표는 주당 11.04달러에 웹툰엔터테인먼트 주식 346만 1670주를 살 수 있는 스톡옵션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웹툰 직원의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20~30달러 이상이 대부분이다.
일부 직원의 경우 스톡옵션 행사가격이 웹툰엔터테인먼트 52주 최고가인 25.66달러 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인 ‘공동성명’은 지난 10월 8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노사는 10월 21일까지 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노사 이슈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드리기 어렵다”며 “2분기에 전 지역에 걸쳐 차별화된 경쟁력을 입증했다. 독보적인 글로벌 플라이휠(선순환)을 기반으로 잠재력이 높은 시장에서 성장을 가속화하는 기회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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