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전동차 괜찮을까
코레일이 올 한 해 KTX-이음(EMU-260) 78칸, ITX-마음(EMU-150) 116칸 등 총 194칸의 신규 전동차를 발주했다. EMU-260은 춘천-속초선, 강릉-제진(부전), EMU-150은 무궁화호를 대체하고 태백·영동선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사가 납기를 맞출 경우 신규 발주 차량은 3~4년 후 차적편입을 마치고 운행에 투입될 예정이다.
코레일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코레일은 최근 노후 전동차 교체를 위해 사업비 1940억 원을 투자해, 광역철도 전동열차 신규 구입 방침을 세웠다. 신규 구입할 차량은 1호선 80칸(8칸 10편성)에 수인분당선 24칸(6칸 4편성)으로, 총 104칸이 편성된다. 다만 당초 계획했던 동해선 울산 송정연장용 4칸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코레일의 노후화 차량 비중을 고려하면, 이번 신규 발주 차량 개수는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코레일이 운영 중인 철도 1만 4277칸 중 65.5%인 9354칸이 이미 차종별 기대 수명을 초과했거나 노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 수명은 철도 차량이 제작 당시의 기능과 성능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간으로 차종별로 다르다. 통상 25년 이상 된 차량은 노후화한 것으로 간주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코레일에서 받은 ‘기관 보유 열차 및 노후 차량 관리 현황’에 따르면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고속철도 KTX 차량 1546칸 중 920칸(59.5%), ITX-청춘 등 전동열차 2894칸 중 554칸(19.1%) 등도 노후 차량으로 분류됐다. 여객이 이용하는 무궁화호·새마을호 등 객차 534칸과 디젤동차 8칸, 발전차량 77칸 등도 전량 기대 수명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주한 차량의 납기 지연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10월 11일에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납품 지연으로 코레일이 사용 기한을 넘긴 무궁화호 222칸의 사용 기한을 5년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코레일이 보유 중인 무궁화호는 총 409칸인데 이를 대체하려고 2018년부터 발주한 EMU-150 358칸 중 258칸을 현재 납품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차적편입을 마치고 도입한 차량 개수도 KTX-청룡(EMU-320) 16칸과 EMU-150 24칸으로 총 40칸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노후 차량 비율이 높아지면서 철도차량 운영·유지 비용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코레일의 철도차량 유지비는 지난 3년간 2022년 3125억 원, 2023년 3252억 원, 2024년 3636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철도차량의 기대 수명은 고속철도차량·전기기관차·화차 30년, 디젤전기기관차·전기동차·객차 25년, 디젤동차 20년이다. 다만 정밀진단을 실시해 안전운행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을 경우 기대 수명을 연장해서 사용할 수 있다.
철도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밀검진에 통과하지 못한 차량은 운행할 수 없기 때문에 열차가 부족해지면 운행이 줄어들 것이다. 현재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노선인 고속철도에서 나는 수익으로 적자 노선을 교차보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산간벽지 노선이나 지방 노선이 앞으로도 계속 축소 수순을 밟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코레일이 당장 대규모 발주를 하기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만성 적자 때문이다. e-나라지표에 공시된 철도공사 경영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10년간 코레일이 순이익을 낸 해는 2015년 단 한 번뿐이다. 10년간 코레일이 낸 이익은 5776억 원에 그친 반면 순손실은 8배가 넘는 4조 9658억 원에 달한다. 올해 기준 21조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임광균 송원대 철도(운전)경영학과 교수는 “도시철도만 해도 한 칸 비용이 15억~20억 원 정도로 몹시 비싸다. 차량 교체를 위해 예산을 한번에 편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코레일은 적자 노선이 많아 운영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은 구조”라며 “철도의 경우 꾸준한 검진을 통해 컨디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급하게 바꿀 필요는 없다. 수명을 연장해나가며 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코레일 관계자는 “발주와 교체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현재 운영 중인 KTX 차량들의 기대 수명이 2033~2034년가량 도래하게 되므로 향후 이 일정에 맞춘 차량구매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올해 발주 대수 0개…컨테이너 화차 물량도 비상
코레일이 올해 컨테이너 화차를 아직까지 단 한 대도 발주·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올해 컨테이너 화차는 노후차량 교체분 538칸(약 705억 원), 서해선(송산~홍성) 신설 노선 투입용 323칸(423억 원)으로 총 851칸이 발주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코레일이 서해선 개통에 따라 화물열차 운행에 필요한 컨테이너 화차 신규 구매를 계획하고 있긴 하지만 총 물량은 49칸, 사업비는 66억 원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한 철도 제조사 관계자는 “최근 49칸짜리 사전규격 공고가 뜬 것을 제외하고는 화차를 발주하려는 움직임이 없다.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화차의 기대 수명은 30년으로 현재 운행 중인 화차 8446칸 가운데 7037칸(83%)이 은퇴를 앞둔 노후 화차다. 화차를 만들려면 최소 2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발주가 줄어들면 향후 극심한 화차 부족 현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의 제조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철도의 국내 물류 분담률이 떨어지는데, 이런 식이라면 물류 산업을 거의 포기하겠다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며 “올해는 발주 물량도 적고 최저가 입찰제이기 때문에 수익성도 낮다. 우리 쪽도 단가가 안 맞으면 입찰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