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파문’ 셀프 진화 등 대통령실 향한 무언의 압박 분석…명 씨 수사 진행 시 추가 폭로 우려 여권 긴장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으로 시작된 ‘명태균 게이트’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논쟁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정치권 관심은 명 씨를 통해 김 여사의 육성 목소리나 메시지가 직접 공개될 것이냐에 쏠렸다. 그러던 중 김 여사가 보낸 메시지가 명태균 씨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 명 씨는 10월 15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일부를 노출했다.
대화 내용을 보면 김 여사는 명 씨에게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에선 오빠가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 “전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명 씨는 대화가 진행된 정확한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명 씨가 김 여사와의 카톡 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언론에서 쏟아내는 자신의 범죄행위 의혹에서 대중의 눈을 돌리게 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동시에 용산을 향해 모종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10월 15일 오전 뉴스토마토는 명 씨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한 정황을 보도했다. 2021년 9월 명 씨가 여론조사 실무를 담당했던 강혜경 씨에 전화를 걸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홍준표 현 대구시장보다 2~3%포인트(p) 높게 나오게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도록 지시했다는 통화녹음을 공개했다.
이러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명 씨가 법적처벌을 피하기 힘들다. 앞서 명 씨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 여론조사기관 자격 없이 여론조사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600만 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2016년에는 창원시 6급 공무원에 승진을 청탁해주는 대가로 현금 3000만 원과 골프채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9년 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명태균 씨의 인터뷰나 폭로는 모두 본인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 읽힌다. 명 씨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여론조사 조작과 이권 사업 개입 등인 것 같다”며 “그래서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을 돌리기 위해 더 자극적인 폭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명 씨가 김 여사와 나눈 카톡 메시지를 공개하자 여론조사 조작 문제는 관심에서 멀어지고, 모든 논쟁이 오빠의 정체로 집중됐다. 김 여사가 오빠를 향해 ‘철없이 떠든다’ ‘무식하다’ ‘지가’ 등 무시하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갑론을박 속에 오빠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한다고 의견이 주를 이룬다. 과거 서울의소리와의 7시간 통화 녹취에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을 향해 표현했던 “우리 남편은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멍청해도 말 잘 들으니까 내가 데리고 살지. 인물이 좋냐, 힘이 세냐, 배 튀어나오고 코 골고 많이 처먹고 방귀 달고 다니고” 등 발언까지 재소환되며 해석에 힘을 더했다.
그동안 명 씨의 여러 의혹에 대해 침묵했던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명 씨와 김 여사가 나눈 메시지에 등장하는 오빠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문자는 윤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대통령실이 명 씨를 사실상 ‘사기꾼’ ‘정치 브로커’ 등으로 폄하하며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명 씨의 김 여사와 카톡 메시지 공개에는 바로 반응하고 나선 셈이다.
대통령실 답변에 명 씨는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16일 공개한 명 씨와의 인터뷰 녹취록에 따르면 ‘오빠는 친오빠고, 사적 대화’라는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내가) 사기꾼이라고 하니 대통령과 (대화)한 것을 까야 되겠다”며 “공적 대화 내보내고 일일이 대응하는지 안 하는지 확인해 보자. 대응 못하면 자기들도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메시지) 주고받은 게 한 2000장 정도 된다. 특히 진짜 중요한 것만 까도 200장이 넘을 것”이라며 “여사하고 주고받은 문자는 애피타이저도 아니다. 사회적 파장이 그것의 10배, 100배도 넘는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명 씨가 윤 대통령이 평소 즐겨 쓰는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이모티콘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체리 따봉’하는 것 있다. 내용은 나보고 ‘일 잘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명 씨의 카톡 공개가 용산 대통령실로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명 씨와 여권 핵심 인사들이 엮인 수많은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명 씨를 공격하며 거리두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며 “명 씨도 자신을 보호해 줄 방어막을 구축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에 용산 대통령실에 여당 인사들을 관리해 달라 신호를 보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용산을 향해 무언의 압박을 보내고 있다는 취지다.
명 씨가 김 여사와의 카톡 메시지를 공개한 이후 여권에서는 명 씨에 대한 공격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명 씨 역시 이후 사흘간 별다른 추가 폭로를 내놓지 않고 있다.
본인이 쏘아올린 '오빠 파문'도 진화에 나섰다. 당초 명 씨는 오빠가 대통령이냐, 친오빠냐 논쟁에 대해 엇갈린 답변을 내놓으며 혼란을 야기했다. 하지만 17일 유튜브채널 ‘정규재TV’와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오빠’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김건희 여사가 지칭한 ‘오빠’는 김 여사의 친오빠인 김진우 씨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가짜뉴스 때문에 공격을 받고, 결국 그 종착점이 김건희 여사다. 고통받고 있고 김 여사나 대통령실이 얼마나 곤혹스럽겠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명 씨가 호언장담했듯 추가 폭로는 언제든 이뤄질 수 있어 여권의 고심을 깊게 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명 씨 관련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런데 용산 대통령실이나 여당은 명 씨에 대해 관리를 못하고 있다. 어떤 자료가 어떻게 보관돼 있는지 파악을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명 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다. 어떻게 없었던 일이라고 덮을 수 있겠나. 그럼 명 씨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진행과정에 따라 더 큰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에서는 김 여사와 명 씨의 카톡 메시지를 두고 공세의 강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10월 16일 “(카톡 대화의 오빠는 친오빠라는) 대통령실 해명이 맞다면 또 다른 비선 개입 아니겠냐. 거짓이라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명 씨 폭로전으로 김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건희 특검법’을 통해서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0월 17일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세 번째로 발의했다. 앞서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표결 부결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같은 과정을 거쳐 10월 4일 최종 폐기됐다.
이번 특검법에는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인물인 명태균 씨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다. 우선 수사대상에 ‘김 여사가 명 씨를 통해 제20대 대통령선거와 경선 과정에 불법 여론조사 등 부정선거를 했다는 의혹’ 항목을 추가했다. 또한 선거개입 의혹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22년 재보궐 선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명 씨와 관련된 의혹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갤럽이 10월 15~17일 사흘간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직전 조사(9월 24~26일) 대비 1%p 내린 22%로 집계됐다. ‘잘못하고 있다’는 1%p 오른 69%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잘함’이 전주 대비 2.1%p 낮아진 25.8%를 나타냈다. 이는 2주 전에 기록한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와 동률이다. ‘잘못함’은 전주 대비 3.2% 상승한 71.3%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자 여당 내에서도 김 여사에 대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0월 17일 “김건희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김 여사를 향해서도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의 공개활동’에 대해 응답자 67%는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현재가 적당’과 ‘늘려야 한다’는 각각 19%와 4%에 그쳤다(자세한 사안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앞서 야권 관계자는 “여권 내에서도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에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 불기소 처분에서도 보듯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오히려 불을 붙이고 있다. 그럼 윤 대통령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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