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주요 정치적 의제로 던진 때가 올해 주식 개장일이었으니, 10개월 넘게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금투세는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이 아니라 주식투자 등으로 상당히 높은 소득(5000만 원)을 얻은 개인이 부담하는 세금이다.
2022년 기준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 근로소득은 연 4200만 원이었다. 주식투자로 평균 근로소득보다 높은 소득을 얻은 사람에게만 금투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기관투자자는 이미 법인세를 부담하므로 금투세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투세는 주지하다시피 이미 2020년 여야 합의 끝에 입법이 완료됐지만, 징수체계가 기술적으로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로 시행이 유예됐다. 짐작하건대 유권자를 자극하는 새로운 과세를 후일로 미루자는 공감대도 알게 모르게 형성됐을 터다.
새로운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적절한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권자의 반발을 의식해 시행을 지나치게 미룰 경우 제도의 안정성은 물론이고, 정부와 입법부에 대한 신뢰조차 훼손될 수 있다.
가장 큰 책임은 갑작스럽게 폐지 논쟁을 일으킨 윤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에 있다. 그러나 금투세를 도입한 지난 정부와 이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 지금의 민주당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주장하려면, 정책적 합리성과 공익적 근거를 일관되고 뚜렷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정치 지도자도 완료된 입법을 뒤엎을 만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듯하다.
금투세를 재차 미루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금투세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든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크고 작은 아픔을 맛본 많은 투자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식가치는 해당 기업의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으로 결정된다. 주주 개인이 부담하는 세금 때문에 기업가치가 달라질 리 만무하다.
다만 주식가치가 항상 이론적인 기업가치에 수렴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시장을 놓고 보면 시장에 투자금이 얼마나 유입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위기에 빠졌을 때 각국의 경제와 주식시장도 큰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양적완화가 이루어지자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상승했다. 개별 기업과 별개로 금리나 환율이 전체 시장을 예측하거나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유동성 측면에서 봤을 때 개인인 큰손 투자자가 금투세 때문에 국내 시장을 빠져나가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완전히 허무맹랑하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의 규모가 아무리 작다고 하더라도 금투세를 부담하는 일부 개인투자자가 시장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준은 아니다. 투자금의 수급에 있어서는 이미 법인세를 부담하는 국내 기관이나 국내 과세 체계와 무관한 외국계 투자자가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강조하지만 이들은 금투세와는 무관하다. 예를 들어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를 더욱 주도하는 미국으로 여러 방면에서 자본이 몰리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의 어려움은 시행도 되기 전인 금투세 때문이 결코 아니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는 금투세를 부담할 만한 소위 '담세체력'을 충분히 갖추지 않았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이 5000만 원을 넘어야만 금투세를 부담한다. 2020년 기준으로 이러한 개인은 약 15만 명, 전체 투자자의 2.5% 수준이다. 이들마저도 담세체력이 없다면 국내에서는 세금을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 모든 정책 결정자는 직장인 연평균 근로소득이 약 4200만 원이었음을 유념해야 한다.
세금을 없애면 정책 결정자에게 쏟아지는 당장의 비난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정책 결정자가 진정 힘을 쏟아야 할 일은 사회안전망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국민을 보호하고, 유권자가 각종 정책의 효익을 체감하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세 원칙을 바로 세우고, 소득에 따른 적절한 과세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종화는 회계사이자 변호사다. 현재(2017년 5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상근)으로도 재직 중이다.
노종화 변호사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