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156억 지체상금 청구에 삼성물산 350억 손배 청구 반소 제기…물가변동 배제특약 등 쟁점
#반격 나선 삼성물산
지난 9월 삼성물산은 한진을 상대로 35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물가변동을 적용해 공사대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이는 한진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맞서 반소를 제기한 것이다. 앞서 1월 한진은 삼성물산에 156억 원 규모의 지체상금 및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삼성물산은 한진의 대전 터미널 시공을 맡았다. 대전 터미널은 축구장 20개 규모로 연면적 14만 9110㎡ 크기의 초대형 거점 물류센터다. 삼성물산은 2021년 5월 한진과 대전 터미널 시공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삼성물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수주한 대전 터미널 기본 도급액은 1416억 원이었다.
대전 터미널을 둘러싼 한진과 삼성물산의 갈등은 대전 터미널 공사 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발생했다. 한진은 2020년 1월 대전 터미널 신규 투자 계획을 밝혔다. 한진과 삼성물산이 당초 맺은 계약에 따르면 대전 터미널의 준공일은 2022년 12월이었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대전 터미널 사용 승인을 받아 준공이 이뤄진 시점은 2023년 10월 31일이었다.
이와 관련, 한 민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발주처가 낸 본소와 시공사가 제기한 반소를 순차적으로 따져 하나의 판결이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가 지연된 게 맞는지, 발주처에 지체상금 관련 채무가 없는지 확인을 먼저 하고, 발주처가 시공사에 공사 대금 지급 의무가 없는지를 심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상 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재판에서는 우선 준공 지연과 관련해 한진과 삼성물산이 합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시훈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문서로 합의했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 같다”며 “가벼운 대화나 이메일을 통해 공사 지연에 대해 합의한 애매한 경우는 법원이 판단하기 나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쟁점은 삼성물산이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대금을 달라고 주장할 이유가 합리적인지 여부다. 한진과 삼성물산과 체결한 계약서에서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은 없는 것으로 정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 따르면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않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에는 해당 계약 조항을 무효로 할 수 있다.
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 소장은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대해 지금까지는 부당한 특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일반적이었다”며 “다만 4월에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부정한 부산고등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이례적인 사례가 나왔다. 계약상 일반조건에 물가변동에 따라 공사대금을 증액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도, 일반조건보다 우선시되는 특약을 통해 계약 당사자의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물가변동 관련 조항이 일반조건에 명시돼 있는지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전 터미널 개장 후 가동 손실 잡는 상황
한진의 대전 터미널은 택배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됐다. 올해 1월 개장한 대전 터미널은 하루 120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갖췄다. 대전 터미널 개장으로 한진은 하루에 총 288만 박스까지 처리를 할 수 있게 됐다. 전국 택배 물량이 대전 터미널에 집결한 후 흩어지는 ‘허브 앤 스포크(Hub&Spoke)’ 체계를 통해 경유지 수를 최소화하면서 배송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 한진의 계획이다.
한진은 경쟁사 대비 대형 터미널 가동이 늦었다. CJ대한통운은 2018년 8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을 개장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2년부터 진천 메가허브터미널을 가동 중이다. 2021년 대전 터미널 기공식에서 한진은 대전 터미널 가동으로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가 올해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진의 국내 택배 시장 점유율은 10% 초반 수준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터미널을 가동하면 초반에는 네트워크를 새로 구축해야 하므로 가동 손실이 발생한다. 공사가 예상대로 빨리 진행됐으면 가동 효율성을 좀 더 빨리 높일 수는 있었을 것”이라며 “동시에 공장이 가동되면 그만큼 캐파(Capacity·생산능력)가 늘어난 것이라 신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대전 터미널 개장 이후 한진 택배사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9%였고 올해 1분기 마이너스(-) 0.4%, 올해 2분기 0.9%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한진 관계자는 “올해 초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지체상금 및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과 관련해 삼성물산이 반소를 청구한 건”이라면서도 “소송이 진행 중인 건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건으로 재판을 통해 당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해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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