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 색(色) 다른 밀실 스릴러로 주목
2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히든페이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김대우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이 참석했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공간에 갇힌 채 이들의 욕망의 민낯을 확인하는 과정을 그린다. 2014년 개봉한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원작으로, '방자전'(2010)과 '인간중독'(2014) 등 파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연출로 주목받은 김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내놓은 10년 만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김대우 감독은 "원작을 보는데 내 품으로 재미있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의도를 넣고 싶었다. 악의나 선의, 장난이 됐든 어떤 '의도'를 넣어 이 설정들을 강력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작품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전작과는 다르게 웃음기를 완전히 떨쳐낸 '진지있고 밀도 있는 영화'라고 덧붙여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송승헌은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약혼녀를 잃었으나 그 상실감 속에서도 욕망을 떨쳐내지 못하고 약혼녀의 후배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성진을 연기했다. 송승헌은 "성진은 어떻게 보면 '흙수저' 출신의 지휘자다. 욕망이 가득하지만 이를 표현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캐릭터로, 한편으론 연민도 느껴진다"며 "그런데 이 친구가 약혼녀가 사라지고 후배인 미주를 만나면서 숨겨둔 본능적인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의 (성진에 대한) 표현은 조금 의뭉스러운 사람이다. 그래서 이제껏 송승헌이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준 적 없는 말투와 표정을 끌어내고 싶어하셨다. '인간중독'때 보다도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저를 더 많이 괴롭히셨던 작품"이라며 웃음지었다.
'인간중독'에 이어 두 번째로 김대우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송승헌은 "제가 어딜 가나 인터뷰를 할 때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남자 셋, 여자 셋'과 '인간중독'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그때의 시간이 굉장히 좋았고, 성장한 송승헌의 반환점이자 배우로서 자세를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작품도 감독님이 무슨 작품을 이야기하시든 감독님과 함께라면 '오케이'라는 마음을 갖고 나갔다. 그정도로 감독님을 신뢰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여정은 영상 편지 만을 남겨둔 채 연기처럼 사라졌지만, 사실은 혼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집안 밀실에 갇혀 약혼자 성진과 후배 미주의 숨겨진 민낯을 지켜보는 수연을 맡았다. 그는 수연에 대해 "인간에 대해서도, 상황에 대해서도 소유욕이 엄청나 모든 걸 가져야 하는 인물이 밀실에 꼼짝없이 갇히는 것"이라며 "저도 저 안에서 실제로 촬영하면서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앞에서 별 일이 다 펼쳐지는데 아무 힘도 없었다"며 연기와 똑같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일단 나의 존재를 전하기 위해 (벽을) 두드리게 되더라. 대본을 봤을 때부터 각오를 단단히 했는데 모든 걸 다 두드리고 끊임없이 고함을 치는 게 힘들었다. 처음 들어갔을 때와 끝날 때쯤에 지르는 소리와 고함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몸으로 표현하기가 정말 어려웠다"라며 "최대한 밀실에 집중하려 했고 끝날 때 쯤에는 그 공간과 정이 들어있었다.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소리를 친 작품이라는 점만큼은 확실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조여정은 '방자전'(2010), '인간중독'에 이어 '히든페이스'까지 출연하며 김 감독의 세 작품에 내리 주연을 맡아 그의 '페르소나'로 꼽힌다.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 데 송승헌이 그랬듯, 조여정 역시 김 감독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감독님이 작품에서 그리는 캐릭터들은 항상 제가 어디서도 보지 못한 지점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며 "수연 역시 나르시시스트에 에고이스트이고, 어떤 땐 선인인지 악인인지 구분이 안 되는 모습들이 있다. 이런 캐릭터도 있을 수 있구나, 매번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현은 사라진 수연을 대신해 오케스트라에 첼로 단원으로 입단한 후배로, 사랑하면 안 될 성진과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미주를 연기했다. 그는 "저희 촬영 세트장에 밀실이 구체적으로 구현돼 있어서 감정을 이입하고 연기하는 데 너무 편안했다. 거울이지만 마주 보고 조여정 선배님과도 연기했기 때문에 그 점도 너무 좋았다"라며 "감독님의 디렉션이 또 워낙 디테일하게, 적확하게 주시기 때문에 자유롭고 행복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박지현에게 있어 이번 작품은 '김대우의 세계'에 들이는 첫 발인 만큼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제가 김대우 감독님의 팬이었고, 너무너무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촬영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현장에서 감사하게도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저는 '성덕'(성공한 덕후)이다"라며 "송승헌 선배님은 '차도남' 느낌과 달리 개그 욕심도 많으시고 굉장히 유머러스하시다. 조여정 언니를 보면서는 '나도 저런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들 대선배님들이라 현장에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선배님들이 분위기를 풀어주시려 노력해주셔서 저도 너무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연달아 이어갔다.
'색(色)다른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김대우 감독은 '히든페이스'의 서스펜스와 반전에 주목해줄 것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서로 가진 호의와 감정들은 다르다. 제가 해보고 싶었던 건 반전을 통해 선악이 불분명해지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다"라며 "사람은 선인도, 악인도 없다. 의도와 욕망이 교차하는 그 순간순간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들에게 선악이 불분명한 인물, 그걸 연기해보는 연기자의 기억을 남겨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범람하는 OTT의 시대에 '히든페이스'를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운드'를 힘주어 짚기도 했다. 김 감독은 "사운드에 굉장히 신경썼다. 그래서 작은 화면이나 축소된 오디오 장비로 보는 것보다 거대한 사운드 안에서 시각적인 충격, 시각적인 경험을 하면 아주 행복한 저녁이 되지 않을까 자신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영화 '히든페이스'는 오는 11월 20일 개봉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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