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껍질 섞어 쌓아 대지 조성 및 확장…가야 토목기술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
‘김해 봉황동 유적’은 금관가야의 왕궁 또는 왕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봉황대 구릉을 중심으로 그 주변 일대에 대한 발굴 조사가 여러 차례 이뤄졌다. 그간의 조사를 통해 항구의 창고터를 비롯해 야철터, 건물터, 조개무지, 환호, 토성, 지석묘 등 청동기시대부터 금관가야에 이르는 유적이 확인된 바 있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김해 시민들에게 ‘가야왕궁터’로 알려진 봉황대 구릉 동편의 경사면과 평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패각 성토층이 확인됨에 따라 그 성격 규명을 위한 세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봉황대 구릉 북동편의 저지대를 다량의 조개껍질을 섞어서 경사지게 켜켜이 다져 쌓아 대지를 조성하고 확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구조물은 가야의 토목기술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이렇게 조개껍질을 쌓아 성토한 토목기술은 지반 강화를 위한 것이며, 대규모 토목공사를 가능케 했다. 이 패각성토층의 최대 깊이는 4m이고, 길이는 주변의 봉황토성의 성벽까지 이어질 것을 고려하면 100m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성토 방법은 주로 넓은 대지를 조성할 때 이용되는 것으로, 경주 황룡사터와 부여 금강사터 등 삼국시대 절터에서 단편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봉황동 유적의 성토층은 이들 유적보다 조성 시기가 앞서고 조개껍질을 섞어 사용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존에는 탐색 트렌치(Trench, 길쭉하게 판 홈)를 활용해 확인한 토층의 단면만으로 경사 성토 사실을 제한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가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는 밑지름 6~8m 내외, 높이 1m 내외의 둔덕을 쌓고, 이를 중심으로 한 여러 개의 동심원 모양의 성토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평면 구조가 새롭게 밝혀진 것에 의미가 있다.
과거 봉황대 구릉 주변의 도시개발 과정에서 일부 확인됐던 봉황토성의 토축 성벽 조사 결과와 이번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5세기대에 봉황대 구릉 전체를 둘러싸는 둘레 1.5km 정도의 토축 성벽을 축조하는 과정에서 대지 조성 및 확장이 함께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가야의 토목기술뿐 아니라 대형주거지와 그간의 발굴 조사를 통해 수습된 중요 유물도 함께 공개키로 했다. 대형주거지는 4세기대에 조성된 것으로 2017년 일부 공개된 바 있으며, 그 이후로 추가 조사와 연구를 거쳐 내부의 아궁이 시설과 주거지 벽체의 세부 구조를 새로 밝혔다.
출토 유물은 당시 왕성 내의 생활과 의례, 음식 문화, 생산 활동 등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각종 생활 토기를 비롯해 사슴·고래·상어 등 각종 동물뼈, 복골·모형토기·토우 등 의례행위 관련 유물, 동물뼈로 만든 화살촉·바늘·칼 손잡이 등 생활 공구로 사용된 골각기 유물, 철광석·송풍관 등 야철 작업과 관련된 유물 등이 공개된다.
김해시 관계자는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와 협력해 봉황동 유적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조사와 자연과학적인 분석 연구 등을 통해 가야 왕성의 실체를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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