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다혜 씨 향한 비판 여론 등에 업고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 등 전반적 수사 나설 듯
실제로 전주지검은 문다혜 씨와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문다혜 씨는 이르면 10월 중에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상적인 수사 과정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문 전 대통령까지 겨눈 정치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문다혜 씨가 국민적 비판을 받는 지금 상황을 활용해 검찰이 ‘속도전’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음주운전 후 돌변한 분위기
8월 30일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압수수색 영장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하고 문다혜 씨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문다혜 씨 전남편 서 아무개 씨가 2018년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뒤, 이 전 의원이 세운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 타이이스타젯 전무이사로 취업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압수수색을 당한 문다혜 씨는 자신의 SNS에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9월 12일 자신의 SNS에 “나는 내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기 위해 즈려밟고 더럽혀져야 마땅한 말일 뿐”이라고 비판했고, “무엇보다 이젠 더 못 견딜 것 같아서. 나는 나를 위해서 글을 쓰기로 했다”며 필요시 입장을 밝히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문다혜 씨의 제주도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부당하다며 검찰 비판에 동조했다.
하지만 10월 6일, 문다혜 씨의 음주운전 사실이 보도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문다혜 씨는 5일 새벽 발생한 사고 직전까지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세 차례나 가게를 옮겨가며 음주를 했다.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난 4월 소유권을 이전받은 캐스퍼 차량에 탑승하기 전 만취한 채로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까지 언론에 보도됐다. 교통사고 후에는 경찰의 임의동행 과정에서도 비틀거렸으며, 길 가장자리에 서서 여성 경찰관의 손을 뿌리치는 모습도 공개됐다. 경찰 음주 측정 당시 문다혜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9%였는데, 이는 ‘신체와 정신의 조절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로,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10월 18일 문다혜 씨는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약 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문다혜 씨는 “죄송하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고개를 숙였고, 취재진에 사과문도 공유했다. 문다혜 씨는 “부끄럽고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하며 살겠다”며 “저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기사님과 가족분들께는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한껏 낮은 자세를 보였다.
#‘속도전 기회’ 판단한 검찰?
법조계에서는 ‘검찰에게는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음주운전 논란으로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면서, 문다혜 씨가 검찰 압수수색 시 반발했던 제주도 보유 단독주택뿐 아니라 서울 영등포에 보유 중인 오피스텔 모두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업소로 운영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만큼 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문다혜 씨를 거쳐 가야 하는 수사 상황에 대해 반발하기 어려워졌다.
전주지검 형사3부도 10월 21일 “지난주 압수물 분석 과정에 참석한 문다혜 씨 쪽 변호인을 통해 날짜를 정해 검찰에 출석해달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아직 문다혜 씨 측이 구체적인 날짜를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이르면 10월 중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아직 참고인 신분이지만, 문 전 대통령을 겨눈 수사인 만큼 문다혜 씨의 음주운전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다른 범죄(음주운전)와는 완전 별개의 영역이지만, 정치인을 상대로 하는 수사에서는 민심만큼 중요한 동력이 없다”며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수사팀 입장에서 수사가 조금 더 동력을 얻은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과 가까운 한 법조인은 “원래 음주운전 전까지만 해도 문다혜 씨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나오지 않았다면, 음주운전 후 문다혜 씨에 대해 알아보려 하는 정치적인 움직임이 늘어났다”며 “검찰의 수사는 ‘문 전 대통령 부부와 다혜 씨가 경제적으로 한 주머니를 차고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문다혜 씨가 국민적 비판을 받는 상황이 됐으니 검찰에게는 ‘호재’임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검찰, 뇌물죄 입증 가능할까
검찰은 문재인 정부 당시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지 4개월 뒤 항공업 근무 경력이 없는 서 씨가 타이이스타젯 전무이사로 채용된 것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서 씨가 타이이스타젯에서 근무하며 받은 월급과 이주비, 주거비 등 2억 원대 규모의 자금을 이 전 의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전 사위 서 씨를 문 전 대통령 부부가 꾸준히 챙겼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사위 서 씨는 2010년도에 결혼한 직후 로스쿨 진학을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2016년 초 서 씨는 갑자기 토리게임즈(토리는 문 전 대통령의 반려견 이름과 같음)라는 회사에 취업을 했고 이후 문 전 대통령 부부의 지원은 끊겼다. 이후 2018년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이직했다. 검찰은 토리게임즈 취업 과정도 의심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고 아무개 행정관이 알선을 해준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제3자 뇌물이나 뇌물죄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수사하려면 ‘독립생계’가 아니었음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은 문다혜 씨를 상대로 결혼 이후부터 남편 서 씨의 취업 과정에 ‘부모(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의 개입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이 광주형 일자리로 만든 첫 모델을 직접 구매했던 차량 캐스퍼도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음주운전 당시 사고 차량인 캐스퍼는 2021년 10월 문 전 대통령이 구매한 뒤, 지난 4월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문다혜 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공직자의 자녀가 부모 도움 없이 생활할 수 있는 ‘독립생계’를 유지할 경우 자녀에게 준 금품은 곧바로 뇌물이 되기 어렵지만, 거꾸로 ‘경제 공동체’라는 점을 입증하면 뇌물죄나 제3자 뇌물 적용이 가능하다. 캐스퍼 저가 매매나 문다혜 씨가 청와대에서 생활한 점 등을 검찰이 집중적으로 파고들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목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뇌물을 준 쪽이 ‘대통령을 보고 줬다’고 진술하지 않는 한, 뇌물을 받은 쪽이 경제적으로 한 몸이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미 결혼까지 한 자녀 가정을 ‘하나의 공동체’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까지 기소한다면 문다혜 씨와 전남편 서 씨도 공범으로 기소할 수 있는데,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한 것이 문다혜 씨에게는 여론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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