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출석해 명 씨 불법여론조사 등 의혹 쏟아내…국민의힘 “김 여사 개입 직접 증거 없고 전언일 뿐”
10월 21일 강혜경 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강 씨는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난 대선 당시 불법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재보궐 선거 공천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이 공천 과정에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 씨는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했고,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및 보좌관을 지냈다.
이날 국감장에서 강 씨는 “명태균 씨가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를 위해 81회의 여론조사를 했다”며 “명 씨가 조사비용인 3억 7500만 원을 김건희 여사에게서 받아온다고 (2022년) 3월 21일에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갔는데, 돈은 안 받아오고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강 씨는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 힘을 합쳐 창원 의창구라는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만들어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며 “명태균 씨가 김건희랑 이렇게 일을 했다는 얘기를 저한테 수시로 해 왔기 때문에 저는 공천 관련해서는 김 여사의 힘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씨는 증언을 뒷받침할 통화 녹취도 공개했다. 2023년 5월 2일 녹취록에 따르면 김영선 전 의원은 “까놓고 얘기해서, 명태균이가 바람 잡아가지고, 윤석열 대통령을 돕느라고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을 거기다 썼잖아. 근데 그 와중에 김태열(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이는 자기가 가져갈 거 다 가져갔잖아. 안 가져갔어?”라고 말했다. 명 씨가 2022년 3월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돕기 위해 여론조사를 하느라 돈의 대부분을 썼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강혜경 씨는 “그러니까 (명태균) 본부장님은 ‘우리가 대선 여론조사 이래저래 해가지고 의원님 공천을 받아왔다’ 이렇게 말씀하시거든요. 지금 이제 PNR 여론조사 쪽에 채무가 있어요. (김태열) 소장님 입장에서는 그걸 가지고 의원님 공천을 받아왔다 하니, ‘그러면 그 돈은 누가 줘야 되노’(말했다). 처음에 본부장님이 윤 (대통령)한테 돈 다 받아온다고 청구서를 작성하라 하셔가지고 제가 다 작성을 했었거든요. 그 뒤로 아무 말씀이 없으신 거예요. 거기에 경기도 도지사, 서울시장 여론조사도 했지. 그에 대해 관련된 돈은 하나도 못 들어왔거든요”라고 말했다.
김영선 전 의원은 “내가 그거에 영향을 받아서 공천을 받기는 했는데, 그게 근데 나랑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거는 아니야”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명 본부장이 (여론조사를) 해서 내가 도움을 받을 그런 영향을 받은 거는 맞지만 그거는 내가 그냥 도움받은 걸로 감사해야 되지”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명 씨가 대선에서 역할을 한 영향으로 공천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명 씨와 상의하거나 직접적으로 일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김영선 전 의원은 2023년 5월 23일 강혜경 씨와의 통화 녹취록에서 “어쨌든 근데 내 입장에서는, 나는 내가 뭐 알고 한 건 아닌데 어쨌든 명태균이의 덕을 봤잖아. 덕을 다 봐갖고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 내가 사실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건 감당하려고 그러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제일 덕본 거는 내가 볼 때는 명태균이가 한 거에 8할은 박완수(경남지사)가 덕을 본 거야. 그리고 내가 2할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혜경 명태균 씨 통화 녹취록에서도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재보궐 선거 공천 관련 내용이 나온다. 2022년 4월 2일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이준석이 우리 공표 조사나, 비공표라도 김지수(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기는 것(여론조사)을 가져오면 전략 공천을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명 씨는 다음날 3일 녹취록에선 “어제 준석이한테 사정사정해서 전략공천을 받았다. (김영선 전 의원이) 김지수 이기는 여론조사 몇 개 던져주면 끝내주겠대”라고 했다.
2022년 5월 9일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고생한 정도가 아니에요. 윤한홍이가 대통령 이름 팔아가지고 권성동이가 공관위 압박을 넣어가지고. 내가 가만있을 놈이가?” “끝났어. XXX들, 대통령 뜻이라고 해갖고. 내가 대통령(한테) 전화한 거 아나?” “내가 가만있을 놈이 아니잖아. 사모하고 전화해, 대통령하고 전화해갖고. 대통령(이) 나는 김영선(했는데)이 있는데 이라대. 그래서 윤상현(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끝났어”라고 말했다. 윤핵관 의원들이 다른 후보를 공천하라고 당 공관위를 압박하자, 명 씨가 윤 대통령 부부의 힘으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명태균 씨가 강혜경 씨에게 대선 여론조사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업무지시를 한 것도 통화 녹취록에 나온다. 명 씨는 2021년 10월 20일 녹취록에서 “돌리고 있어요? 일대일에 원희룡이 빼서 무슨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21일 통화에선 “쭉 돌려보지 뭐. 한 4000~5000개 한번 돌려볼게. 여보세요. 한 4000~5000개 돌려봐요”라고 지시한다. 57만 명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표본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명태균 씨가 대선 여론조사에 당원 명부를 활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가 2021년 10월 국민의힘 당원 57만 명의 명부를 입수해 두 차례 대선 후보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당원 명부 유출 의혹 관련 당무감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명 씨는 2022년 2월 28일 통화에선 “어차피 공표할 건 아니잖아요. 그냥 조사만 하는 거는 관계없잖아요. 사전투표할 거냐, 그다음 후보 누구 찍을 거냐? 거기는 허경영이 빼요. 그 다음에 기타 후보 가져가면 되죠. 그 다음에 정당지지. 그거 3개만 딱 물어보면 간단하죠”라고 여론조사 질문 내용을 정해줬다. 또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022년 2월 28일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제20대 대선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인구 구성비를 적용한 통상적인 여론조사 결과와 별개로 ‘19대 대선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분석값이 나온다. 이 가중치를 적용하면 명 씨가 말한 대로 50~60대의 샘플 비율은 늘어나고, 20~40대의 샘플 비율은 줄어든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에 대한 직접적 증거나 진술이 없다며 방어 논리를 펼쳤다. 곽균택 국민의힘 의원은 “애석하게도 강혜경 씨가 가지고 있는 건 명태균 씨로부터 대부분 들은 것이기 때문에 직접 증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도 “(강 씨가) 거짓말을 잘하는 명 씨 말에 의존해서 전언으로 진술하고 있다. 명 씨의 허풍에 본인이 속았을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월 22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SNS에 “전략공천 지역을 정하는 것을 대표 이준석과 공관위원장 윤상현이 했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조차 코미디다. 원래 공관위나 최고위가 하는 것”이라며 “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강 씨의 전언인데 공천 프로세스의 편린들을 자극적으로 조합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10월 22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명태균 씨와 관계에 대해서 “대선 전 명 씨가 만나자마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잡으라는 조언을 했다”며 “이후 중간에 명 씨와 단절한 것도 사실이고, 집사람(김 여사)은 나와 달리 명 씨를 달래가는 노력을 기울였던 게 아니겠느냐. 그게 가족들의 역할이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공은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명태균-김영선’ 연결고리가 실제로 있는지 등 사건의 전말을 구체적으로 밝혀내야 하는 상황이다. 10월 23일 강혜경 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남 창원지검에 출석하면서 “저는 대한민국 검사들을 믿고 있기에, 진실을 꼭 밝혀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2023년 12월 경남도선관위는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인 강 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했고, 김 전 의원과 명 씨 등 5명을 수사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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