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피의자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불법 텔레마케팅 영업으로 상장 가능성이 없는 액면가 100원짜리 비상장 주식을 1주당 3000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해 피해자 286명으로부터 55억여 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이 중 주식 발행 회사(비상장) 대표 A 씨, 영업단 사장, 주식 브로커 등 5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9월 경영난을 겪던 A 씨 등은 주식 브로커의 중개로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미등록 텔레마케팅 영업단을 소개받았다. 해당 영업단은 포털 사이트 주식 토론방, 주식이나 코인 투자 실패 모임 카페 등에서 허위 투자 성공담을 자랑하며 피의자들이 운영하는 리딩방으로 유인하는 수법을 활용했다.
리딩방에서 주식 전문가 행세를 한 영업단은 피해자들에게 조작한 투자 수익률 자료를 공유하거나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무료로 주식 종목 추천을 했고, 1:1 투자 멘토도 지정했다. 이들은 범죄 수익금을 나누기로 합의한 비상장 회사 대표 A 씨의 도움을 받아 해당 법인 명의로 작성된 각종 사업 계획서, 사업 및 투자유치 관련 홍보성 인터넷 기사 등을 공유했다.
영업단은 "2024년 1분기에 코넥스 등에 상장 예정이고 상장되면 200~300% 수익이 보장된다"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결국 회사 명의로 작성된 주식양도계약서 등을 신뢰한 피해자 286명은 총 55억여 원을 A 씨 회사의 법인 명의 계좌 등으로 입금했다.
비상장 주식 투자 사기 의심 제보를 최초로 입수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피의자들이 영업 중인 사무실을 급습해 사기 범행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며, 이들로부터 압수한 현금과 귀중품 등 총 3억 5000만 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영업단은 피해자 신고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범행에 대포폰과 '○○캐피탈' 등 가짜 명함 사용하며, 2~3개월 단위로 사무실 위치를 옮겨다녔다. 또한 사무실 내에서는 개인 휴대전화 사용 금지됐으며, 직원들 사이에서도 가명을 사용하고 텔레그램으로 소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끼 상품도 활용했다. 실제 상장이 확정된 유명 비상장 회사 주식 소량을 확보한 뒤 1주를 미끼 상품으로 제공한 것이다. 해당 주식을 구매한 피해자들에게는 '매수자가 몰리고 있어 일정한 주식 수량을 맞추면 높은 가격으로 되사주겠다'며 추가 매입을 유도하는 이른바 '업셀 영업' 방식으로 피해가 확대됐다.
경찰은 주식을 발행한 회사 대표 A 씨가 직접 법인 계좌를 범행에 제공하고, 실제 피해자들의 계좌에 매수한 주식 수량을 입고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가담해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할 수 있어 피해가 확산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청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투자 전문가임을 앞세우거나 리딩방에서 고수익을 보장 또는 손실 회복을 돕겠다는 내용에 현혹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안전한 제도권 업체를 이용하는 것을 권장한다"면서 "국민들의 투자 심리를 이용한 조직적 악성 사기 범죄 근절을 위해 관련 사례를 계속 분석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