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 흉내 두고 ‘외국인 차별’ ‘희화화’ 논란…“패러디하면 안 되는 성역 있나” 지적도
풍자나 패러디의 기본 모토는 ‘비틀기’다. 거기에는 웃음이 수반된다. 풍자 대상은 곤혹스러울 수 있으나 이를 지켜보는 대중은 통쾌함을 느낀다. 하지만 때로는 ‘조롱’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풍자나 패러디, 조롱의 차이는 무엇일까.
#“조롱이다” vs “풍자일 뿐”
10월 19일 공개된 ‘SNL 코리아 시즌 6’는 최근 하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던 장면을 패러디했다. 배우 지예은이 뉴진스의 일본 도쿄돔 공연 중 ‘푸른 산호초’를 부르며 하니가 입었던 의상을 걸치고 등장했다. 지예은은 베트남 호주인인 하니의 어눌한 한국어 말투를 따라했다. 국정감사 중 하니와 셀프카메라를 촬영하다 지적을 받은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의 모습은 배우 김의성이 표현했다.
여기서 논란이 불거졌다. 지예은이 하니의 말투를 따라한 것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앞서 강북구가 하니가 질문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패러디해 유튜브 홍보 영상으로 올렸다가 대중의 뭇매를 맞은 후 비공개 처리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비판이었다.
‘SNL 코리아 시즌 6’ 출연 중인 배우 김아영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의 인터뷰를 패러디한 것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김아영은 한강과 비슷해 보이는 분장을 하고 그의 말투를 따라했다. 이에 한강 작가를 희화화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반론도 존재한다. 국정감사 코너의 풍자 대상은 엄밀히 말해 하니가 아니었다. 하니를 불러놓고 핵심과 관련 없는 언행을 일삼은 정치인들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었다. 실제로 하니의 모습을 휴대폰에 담는 데 여념이 없던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을 풍자한 인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즉 하니 자체를 풍자하거나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한강을 패러디한 것 역시 ‘SNL 코리아’ 시리즈가 그동안 보여온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SNL 코리아’는 이들 외에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통해 주목받은 요식사업가 백종원·안성재 셰프를 패러디한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희화화의 수준을 따지자면 하니나 한강 작가보다 훨씬 높다. 이런 패러디에 대해 대중은 “진짜 똑같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일 뿐 별다른 문제제기는 없다. 이 때문에 패러디에 대해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을 임의로 가르며 선택적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나온다. 패러디와 풍자에 성역이란 없다는 이유에서다.
#올바른 패러디·풍자란 과연 무엇일까?
‘풍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함’이다. 그리고 ‘패러디’는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 또는 그런 작품’을 뜻한다.
사전적 의미를 기반으로 한다면 풍자는 ‘남의 결점’을 대상으로 한다. 즉 부정적 이슈를 비트는 데 쓰이는 기법이란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나 서툰 한국어로도 국정감사에서 소신껏 발언한 하니는 풍자의 대상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패러디의 영역은 다소 다르다. ‘흉내 내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 대상에 딱히 한계를 두지 않는다. 사안의 긍정·부정과 관계없이 패러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사전적 정의보다 대중적 정서나 눈높이가 더 중요시 된다. 예를 들어보자. ‘SNL 코리아’는 2023년 초 시즌 3를 방송하면서 학교 폭력을 소재로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더 칼로리’로 패러디했다. 이때 학폭의 도구였던 고데기로 쥐포를 지지는 장면에서 출연자가 “쥐포 탄다. 안 돼. 지금 먹어야 돼”라면서 괴로워하고, 가해자가 “동은아. 그만 좀 X먹어. 살 봐, 살”이라고 조롱한다. 이를 두고 학폭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너무 가볍게 다루며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2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패러디한 사례도 유사한 논란에 휩싸였다. 자폐 스펙트럼을 겪는 여성이 주인공인 이 작품에서 독특한 말투와 행동이 화제를 모았다. 여러 코미디 프로그램을 비롯해 유명 유튜버들도 우영우의 모습을 패러디했는데 ‘장애인 비하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두고 드라마 속 캐릭터로 연기하는 것은 괜찮고, 이 캐릭터를 패러디하는 것은 안 된다는 논리를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배우 신현준은 영화 ‘맨발의 기봉이’에서 지적 장애를 앓는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쳐 호평 받았으나 이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연기를 재연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지적 장애인을 조롱했다는 것이었다.
패러디·풍자와 조롱을 정확히 가를 기준은 없다. 대중의 수용 범위는 제각각이기에 정답을 내릴 순 없다. 오히려 이렇게 치고받는 논의 자체가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바람직한 과정으로 여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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