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진 KCC 회장과 지분 스왑 예상 벗어난 행보…KCC “회사 가치 더욱 인정받을 것”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KCC 지분을 꾸준히 매각하고 있다. 2022년 8.47%였던 KCC 지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4.65%까지 내려왔다. KCC글라스 관계자는 “(최근의) KCC 지분 매각은 계열분리 등 경영상의 이유가 아닌 개인적인 사유”라고 설명했다.
정몽익 회장은 대신 올해 들어서 KCC글라스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해 지난 8월 12일 기준 지분율을 27.12%까지 끌어올렸다. 그동안 KCC글라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정몽익 회장은 2021년 아버지인 고 정상영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 기존 19.49%에서 26.06%로 지분율이 오른 뒤 지난해까지 지분 매입을 하지 않았다.
정몽익 회장의 KCC 지분 직접 매각에 대해 의아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KCC그룹은 고 정상영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진 회장이 KCC를 이끌고, 차남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를, 3남 정몽열 회장이 KCC건설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각자 맡은 회사의 개인 최대주주기도 하다.
KCC에 대해서는 3형제가 모두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난 8월 1일 기준 정몽진 회장이 지분율 19.58%로 최대주주이며, 정몽익 회장과 정몽열 회장은 각각 4.14%, 6.3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KCC건설과 관련해서는 정몽열 회장이 29.99%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 외에 다른 두 형제의 지분이 없다. KCC건설은 사실상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를 마친 셈이다.
반면 KCC글라스의 최대주주는 정몽익 회장이지만 정몽진 회장(8.56%)과 정몽열 회장(2.76%)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정몽익 회장이 보유 중인 KCC 지분을 정몽진 회장에게 넘기고 대신 정몽진 회장이 가지고 있는 KCC글라스 지분을 받는 스왑 형식으로 계열분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몽익 회장이 KCC 지분을 직접 매도하면서 이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형제 간 지분이 있다면 스왑 방식을 통해 각자 회사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그 이유로 세금 문제를 꼽았다. 지분 스왑에도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주가 하락 시 지분을 교환하면 세금 부과 대상인 주식의 가치가 낮기에 그만큼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정몽익 회장이 KCC의 밸류업(주가 부양)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어 KCC 지분 직접 매각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몽익 회장 입장에서 향후 KCC 주가 상승이 KCC글라스보다 낮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지분 스왑보다 직접 매각이 유리할 수 있다.
그동안 KCC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행보를 했는지 의문이다. KCC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7%로 코스피 평균 0.96%를 크게 하회한다. KCC는 자사주도 17.2%나 가지고 있다. KCC는 정부가 선정하는 K-밸류업 수혜주로 자주 거론됐지만 지난달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K-밸류업 지수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정몽진 회장의 KCC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주가를 누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KCC 주주 입장에서는 K-밸류업을 통해 KCC의 주가가 높아지면 재산 가치가 늘어나 좋지만 현재 20% 미만의 지분으로 최대주주 신분인 정몽진 회장이 향후 지분율을 끌어올리려면 주가가 낮은 것이 유리하다.
KCC글라스 관계자는 “지분 교환은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양도세 등 여러 세법이 복잡하게 적용된다”면서 “현재로서는 KCC글라스와 KCC 간 지분 교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KCC 관계자는 “최근 애널리스트 리포트에서 건축경기와 KCC의 건자재, 건축도료 등 관련 실적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약세”라면서 “그러나 작년에 이어 실리콘 실적도 안정화되고 있는 등 앞으로 회사의 가치가 시장에서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023년에 오픈 한 IR(기업설명회) 페이지에 실적자료 및 IR레터 발송 등 IR 활동을 확대하는 등 주주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
‘지금배송’에 ‘넷플릭스 이용권’까지…네이버 ‘큰 거’ 띄우자 유통업계 긴장
온라인 기사 ( 2024.11.15 18:56 )
-
정현호 부회장이 '알파와 오메가'…삼성전자 임원인사에 재계 시선집중
온라인 기사 ( 2024.11.21 13:38 )
-
[단독] SK그룹 리밸런싱 본격화? SKC 손자회사 ISCM 매각 추진
온라인 기사 ( 2024.11.19 1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