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가격 수십만~수천만 원에 환불도 쉽지 않아…“인터넷에 도는 내용 짜깁기 수준” 분통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자영업을 운영하는 배 아무개 씨가 분통을 터뜨리며 한 말이다. 배 씨는 매출 부진으로 고민하던 중 우연히 한 자영업 관련 커뮤니티에서 ‘한 달에 수십만 원 꾸준히 버는 법’(가칭)이라는 강의를 발견하고 구매했다가 낭패를 봤다. 강의 설명 자료에는 명품, 고가 물건의 시세 차이를 이용해 사고팔고 반복하면 한 달에 50만 원에서 100만 원은 쉽게 버는 팁이라고 씌어 있었다.
배 씨는 한 달에 50만 원을 벌 수 있다면 100만 원이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에 결제했다. 배 씨가 강의 결제 후 받아 본 건 검색 몇 번만 하면 다 나오는 ‘쇼핑몰에서 쿠폰 받아 싸게 사는 법’, ‘시세 확인 법’ 등이 담긴 강의 자료 PDF였다. 황당한 마음에 배 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강의 판매자는 ‘난 내가 할 일을 다했다’, ‘누군가에겐 수백만 원이 아깝지 않을 팁’이라고 항변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이 힘겨운 상황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고수익 보장형 온라인 강의가 넘쳐나고 있다.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눈을 돌리는 사장들이 많고, 이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강의 판매자가 많아지면서다. 그동안에도 다양한 강연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경우는 많았지만 최근 들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강의는 종류도 주식, 재테크, 부동산, 사업, 자영업, 마케팅, 소셜미디어 관리 등 다양하다. 오프라인 강의, 온라인 강의, 강연 자료 등 강의를 전달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고 판매 방법도 판매자 온라인 홈페이지, 강의 전문 사이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등 천차만별이다. 가격은 낮게는 수십만 원이지만 많게는 수천만 원대 고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 보니 배 씨 얘기처럼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을 제공하는 경우도 늘어 ‘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 아무개 씨는 ‘SNS에서 해외 직구로 월 500만 원 수익 창출’이란 광고에 현혹돼 1000만 원 이상 가격 강의를 구매했다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며 “강의를 들어보니 조금만 직접 알아보면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특히 해외 거래처와 연결해 준다는 얘기에 큰 기대를 했는데, 강의 들은 사람 전부를 1~2개 업체에 연결해 주다 보니 큰 의미가 없었다. 사실상 이메일 주소 하나 던져주는 수준이었다”며 불만을 표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도 비슷한 피해를 볼 뻔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식당 매출 2배 성장 비법’(가칭)이라길래 수백만 원을 주고 결제하려 했다. 그런데 주변에 마케팅 쪽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냥 ‘백종원의 골목식당’ 보는 게 낫다고 했다. 나중에 후기를 들어보니 강의 내용이 배달앱 등록 방법이나 메뉴 사진 찍는 팁 정도여서 결제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고액의 강의를 여러 사람에게 판매해 한탕을 노리는 사례도 등장했다. 서울의 한 명품 관련 사업 강의를 한다는 A 씨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1명당 수천만 원에 강의를 판매해 1, 2기 합계 5억 원의 펀딩에 성공했고 3기 모집을 통해 추가로 2억 원가량의 펀딩을 진행했다. 강의 몇 번에 7억 원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해당 강의를 두고 1, 2기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사기’라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A 씨 강의가 잘 팔렸다는 것이다. 설명 자료와 후기만 보면 A 씨 강의는 문제없는데, 이는 A 씨가 불만 후기를 삭제하거나 숨기는 등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수강생 B 씨는 “강의가 시작되면 환불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여서 이렇게 막 나가는 것 아니냐”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수강생 C 씨는 “해외 유명 판매처와 연결해 주고 사업가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 강의의 핵심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실제 거래처와 연락해 보니 최소 주문 금액이 높았고, 연결이 된다 해도 성공 가능성이 작았다. 가장 중요한 내용이긴 하지만 거래처 관련 내용을 조금이나마 공개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A 씨는 불만을 표하는 수강생의 환불을 거부했다. 오히려 A 씨는 불만 후기를 남긴 일부 수강생들을 고소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C 씨는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이런 강의를 올려두고 수수료만 챙기는 플랫폼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수강생 D 씨는 “3기 펀딩이 진행 중이어서 불만 내용을 플랫폼에 전달했는데 플랫폼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 펀딩 중단과 기존 피해자 구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전 수강생들이 A 씨를 고소한 사실들을 플랫폼에 전달하면서 3기 강의는 결국 취소됐다고 알려졌다.
해외 유통 관련 자영업에 종사하는 백 아무개 씨는 강연 판매자가 왜 판매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 씨는 “최근 사업하던 사람이 갑자기 강연하는 경우가 있다. 사업이 안되니 강의를 팔아서 수입을 올리겠다는 생각”이라며 “따져 보면 자기 사업 잘되는 사람이 강의할 이유가 없다. 수천만 원에 판매할 정도면 핵심 비밀이고 밥줄인 경우가 많은데, 그걸 판매한다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해야 한다. 사업이 잘되면 강의할 시간에 사업하는 게 낫다. 잘 나가는 사업가라는 사람이 그 시간에 왜 강의를 팔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 수천만 원 강의를 들으면 다 부자가 된다고 믿고 쉽게 구매하는 사람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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