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배우의 행동이 도를 넘자 현장을 책임지는 프로듀서가 내게 보고를 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용히 그 배우를 만났다. 나는 “현장 상황에 따라 최대한 배우가 기다리지 않게 스케줄을 관리하고 조율하지만 불가피하게 조금 기다리는 시간이 생길 수 있다. 앞으로 더 주의 깊게 관리하겠다”면서 “의상은 사전에 다 합의를 본 것이고 분장도 매번 같은 스태프가 하는데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없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배우는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굽힐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에게도 불만만 계속해서 늘어놓았다. 나는 배우를 계속 설득하면서도 그 배우에게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네 영화의 첫 번째 관객은 스태프야. 스태프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관객은 절대로 당신을 사랑할 수가 없어. 물론 배우도 스태프에게 불만이 있을 수 있고 스태프가 잘못하면 시정을 요구하는 건 당연해. 하지만 그것도 아주 상대를 존중하면서 예의 있게 불만을 토로하고 개선을 요구해야지, 막말하고 갑질하고 하대를 하면서 당신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든다면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어. 그러니 스태프들에게 공손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
그리고 나는 경고성 충고를 이어갔다.
“그런 태도가 안 가져진다면 그런 것처럼 연기를 해, 연기를 하면서 그 태도를 익혀. 그리고 현재의 산업에선 실력만큼 인성도 중요해. 우리는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기 전에 그 배우가 일한 현장에서 태도가 어땠는지도 항상 체크한다는 걸 알아야 할 거야.”
국정감사가 끝나간다. 그런데 올해 국감장은 막말, 고함, 모욕, 조롱 그리고 말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한 것 같다.
한 의원은 국악인들을 기생에다 비유하고 ‘생 지X’을 한다고 표현했다. 또 어떤 의원은 국감장에 사정기관 공무원 십수 명을 일렬로 세우고 훈계성 발언을 했다. 다른 의원은 국감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맛집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다.
의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피감기관의 대상자들도 같이 고함을 지르고 서로 태도에 대해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한 상임위원장은 걸그룹 멤버를 찾아가 면담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여야 의원들끼리 반말 공방이 벌어지다가 상대를 모욕하고 조롱하는 발언을 전 국민이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행하곤 한다.
국감을 시청하고 있자면 의원들이 증인이나 참고인들에게 너무나 고함을 지르고, 몰아세우고 다그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장면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국민의 대표라며 국민을 대신해서 질문을 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이 국민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볼 때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진심으로 제안한다.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만 바라본다는 말씀을 하시는 의원님들은 제발 국민을 두려워하고 존중한다는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 그런 태도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다면 연기라도 해라. 제발 국민을 두려워하는 연기라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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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연 영화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