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 KTV 의혹 제기, 김재섭 헬스장 먹튀 조사 ‘눈길’…양문석 기생 막말, 윤종군 장관 차 당근 ‘눈살’
이번 국감에서는 일부 의원들의 고성과 막말, 수준 이하의 질문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반면, 송곳 같은 질문과 참신한 문제 제기로 국감의 쓸모를 입증한 이들도 있었다. 일요신문은 모니터단 보고서, 머니투데이 the 300의 ‘300스코어보드’ 등 여러 언론 보도를 참고해 국감 베스트 의원과 워스트 의원을 선정했다.
#국감 베스트 5
10월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환경부 내부 문건을 폭로했다. 환경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대신 ‘무상제공 금지’를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업계 종사자, 언론계, 학계, 정치계, 시민사회계 등을 동원해 여론전을 펴겠다는 내용이었다. 10~11월에 언론 기사가 나가면 특정 시민단체가 지지를 표명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있었다. 강 의원 폭로에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책임은 장관에게 있다.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새로운 저격수로 주목을 받았다. 앞서 KTV는 ‘김건희 여사 황제관람’ 의혹에 대해 김 여사가 2023년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행사 도중 격려차 방문했다고 했다. 그러나 강 의원이 제시한 KTV 내부 문건에 따르면 참석자 항목에 ‘대통령 부부’라고 적혀 있었다. KTV 해명과 어긋나는 대목이다. 절차적 하자도 발견됐다. 청와대를 사용하려면 20일 전까지 허가신청서를 내야 하지만 문건에는 5일 전 제출된 것으로 명시돼 있었다.
10월 25일 축구협회 국감에서는 축구협회 법인카드로 가장 많은 금액이 지출된 식당이 최영일 축구협회 부회장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일식당이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국감장에서 차근차근 상대방을 코너로 모는 화법도 화제를 모았다.
발로 뛴 흔적이 보이는 자료로 민생과 밀착한 질의를 한 의원도 돋보였다.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직접 다섯 군데가 넘는 헬스장에 등록해 ‘헬스장 먹튀’ 문제를 조명했다. 약 1000만 명의 관련 시설 등록자 수, 2018~2023년 동안 피해 사례가 175%가 증가했다는 점 등 통계를 더해 문제 제기에 객관성을 더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지 않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와 소비자원이 협력해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손명수 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가덕도신공항 활주로 방향이 잘못된 자료에 근거해 설계됐다고 밝혔다. 손 의원은 기본계획 수립 당시 태풍 때문에 측정 장비 오류로 부정확한 데이터가 입력된 기상청 자료가 이용됐다고 했다. 손 의원의 질의에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굉장히 감탄하고 감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했고,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도 “아주 건설적인 정책 국정감사를 하고 계시다”고 호평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장애인 관련 문제에 집중했다. 김 의원은 건물 장애물을 없애도록 유도하는 ‘민간 BF인증제도’에 대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점, 발달장애인 공공후견사업 활성화 문제, 2025년 시행되는 정신질환자 주거지원 시범사업 준비 부족 문제 등을 지적했다.
#워스트 5는 누구?
모니터단은 보고서에서 국감장에서 나온 의원들의 막말이 감점 요소가 됐다고 적었다.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문체위 국감에서 김 여사가 참석한 청와대 상춘재 정책간담회에서 무형유산 전승자 제자들이 공연비도 받지 않고 가야금 등을 연주했다는 것을 두고 “이분들이 기생이냐. 갑자기 (상춘재를) 기생집으로 만들어놓은 것이지 않으냐”고 거칠게 말했다.
다른 실언들도 많았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과방위 국감에서 피감기관 직원들을 한 줄로 세우고 “여러분은 정권의 도구로 일하고 있다”고 다그쳤다. 이 장면을 두고 피감기관 직원들을 모욕 주는 부적절한 행위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토부 국감장에서는 당근마켓 논쟁이 발생했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관용차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매물로 올리면서다. 윤 의원은 허위거래의 심각성을 부각하기 위해서 이 같은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박 장관과 사전에 양해된 사안이 아니었다. 여당 의원들은 본인 동의 없이 올리는 것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라고 항의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진행방식은 혹평을 받았다. 위원장 질의시간이 지나치게 긴 것으로 집계됐다. 모니터단 보고서에 따르면 정 위원장 발언은 전체 의원 질의 및 발언 시간의 18.5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제발 그 자리에서 갑질 좀 자제해 달라”고 할 정도였다.
최민희 과방위원장도 질의시간이 길었다. 최 위원장의 발언 시간은 전체 발언 및 질의시간의 19.89%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최 위원장은 K팝 그룹 뉴진스 하니(20·하니 팜)가 환노위 참고인으로 출석할 때 국회 본관 입구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됐다. 과방위 오후 회의가 시작되기 전 하니가 있는 대기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태도 불량 증인·참고인
피감기관 소속 인사들의 언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환노위 국감장에서 “역사적으로 해석해 무효라고 하더라도 (조선인이) 일본 국적이었다는 것이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발언해 야당 의원들의 원성을 샀다.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은 행안위 국감에서 5·18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 부분의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김의환 미국 뉴욕 총영사는 외통위 국감에서 ‘종북좌파 세력들을 분쇄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에 사과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해 논란이 됐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10월 24일 과방위 국감장에서 피감기관 직원이 쓰러졌다. 관련 영상에는 구호 조치를 하는 사이 김 직무대행이 “아이, XX 다 죽이네 죽여”라고 욕설을 섞어서 말하는 모습이 찍혔다. 야당 의원들은 김 직무대행이 야당 의원들을 겨냥해 욕설했다고 지적했다. 김 직무대행은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점 인정한다”며 “개인적으로 한 말이고 누구도 특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태도 불량으로 빈축을 샀다. 문체위 국감에서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부인의 세금 체납 의혹 등을 추궁하자 이 회장은 진 의원의 발언 도중 끼어드는 모습을 보여 지적을 받았다. 김택규 배드민턴 협회장은 문체위 국감장에서 의원 질의에 비아냥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 의원들의 질책을 받았다.
하이브는 문체위 국감 도중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전재수 문체위 위원장은 “국감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든지, 국회 권위를 이런 식으로 해서 되느냐. 국회가 만만하냐”고 꼬집었다. 김태호 하이브 COO(최고운영책임자)는 부적절했다며 사과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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