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검사관 “이은철 부회장 검사 압력” 게시판 폭로…이은철 “무작위 검사 부위 한정하라 한 것…나에 대한 음해”
자신을 대한사격연맹 장비검사 수석 검사관이라고 소개한 인물이 양심고백성 폭로에 나서 사격계 내부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내용은 9월 27일 대한사격연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지도자 선수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글쓴이 A 씨는 자신을 “장비검사 수석 검사관”이라고 소개하면서 “제 부정행위를 고백하고자 한다”고 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A 씨는 한 실업사격팀 지도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국제사격연맹 규정에 따르면 경기 후 무작위 검사에서 사격복 유연성 검사는 모든 패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그러나 지난 올림픽 선발전에서는 사전 회의에서의 압력으로 인해 사격복 유연성 측정 범위를 축소하는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A 씨에 따르면 당시 경기력향상위원장이면서 현 실무부회장인 인사가 특정 팀 선수를 거론하며 “이 선수가 랜덤 검사에 걸려 올림픽에 못 나가면 안 된다”면서 “메달 획득을 위해서는 꼭 나가야 하니 검사를 느슨하게 하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대한사격연맹 실무부회장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50m 소총 복사 금메달리스트로 잘 알려진 이은철 부회장이다.
A 씨는 “저는 이런 발언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해 항의했지만,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고, 결국 검사 범위를 축소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로 인해 피해를 보신 선수가 있을 수 있기에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올림픽 및 모든 국제대회를 준비하신 선수들께 진심으로 깊이 사죄드리며, 함께 준비하신 지도자 여러분께도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더 적극적으로 반대해 공정한 선발전을 치르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후회합니다. 연맹에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이번 선발전의 공정성을 철저히 조사해 불합리한 과정이 있었다면 이에 합당한 징계를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징계를 받겠습니다.”
A 씨는 “사격 발전을 위해 다시는 누구라도 이러한 불합리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면서 “다시 한 번 모든 사격계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은철 사격연맹 부회장은 이 양심고백 게시글에 답글을 달아 해명했다. 이 부회장은 “파리 올림픽 선발전 과정에서 사격복 유연성을 모든 선수가 동일하게 ISSF(국제사격연맹)에서 측정하는 부위로 한정해 측정해달라고 부탁한 것을 축소 요청으로 보면 곤란하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무작위 장비 검사에서 검사관 재량으로 선수를 타깃 삼아 국제경기에서 측정하지 않는 부위를 선택해 특정선수를 탈락시키려 한다는 제보가 있었다. 사격팀 감독, 코치로 있는 분이 무작위 검사를 하면 그 팀을 나간 선수나 감독, 코치와 악연을 가진 선수들은 무작위 검사 때 모두 불안에 떨어야 한다. (중략) 무작위 검사 부위를 국제대회에서 측정한 동일 부분으로 모든 선수에게 똑같은 부위로 선정해달라고 요청 드렸다.”
이 부회장은 “최근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국내대회에서 탈락했다”면서 “탈락한 (이유가 된) 부위는 단추 위치 (간격이) 10cm까지 허용되지만, (그 선수 단추는) 10.5cm 위치에 달려 있어 탈락했다”고 했다. 그는 “어떤 국제시합에서 무작위 검사를 통해 그 부위를 측정하는 심판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심판 권한으로 규정대로 했다고 하면 누구도 할 말이 없다”면서 “다만 이런 권한은 권력이 아니다. 단추 위치가 10cm에서 10.5cm 위치에 달려 있는 게 점수를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부회장은 2024 파리 올림픽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파리 올림픽 당시 10m 소총 종목에 출전한 한 선수 소총 손잡이가 손 모양에 맞게 변형된 사례를 거론하며 “올림픽에서 다음에 수정하라고 주의를 주고 (규정 위반 총기 사용을) 허용했다”고 했다. 그는 “(규정 위반 총기 사용을 허용한) 이유는 점수를 높이는 데 특정하게 유리해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에선 무작위 검사에서 걸리면 탈락”이라고 했다.
또 다른 답글에서 이 부회장은 “모두 아시겠지만, 새로운 사격장비 발전을 규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국내에선 규정을 더욱 엄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국제연맹은 몇 년 전부터 늦가을과 초봄에 온도가 떨어지면 사격복 유연성 무작위 검사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사실을 주목해왔다”고 했다.
특정 선수를 거론하며 ‘검사를 느슨하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A 씨 주장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저는 소속팀도 없고 사격에 업이 없다”고 했다.
‘사격복 유연성 측정 범위 검사’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선 사격계 관계자들 사이 시각차가 존재했다. 그러나 해당 검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선수는 실격 처리가 되기 때문에 선발전 당락에는 충분히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요소라는 데엔 공감대가 형성됐다.
취재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내린 ‘사격복 유연성 측정 범위 검사’와 관련해 검사관들이 집단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사관들이 항의를 하자, 이 부회장이 “그렇게 하라면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관들은 이 부회장의 강경한 태도에 결국 지시를 따르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올림픽 본선 메달 획득을 위해 장비검사를 느슨하게 하라고 했던 ‘특정 선수’는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결선 진출이 좌절되면서 메달 획득엔 실패했다.
일요신문은 A 씨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A 씨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연맹 자유게시판에 올린 내용은 사격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올린 글이니 기사화 돼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사격복 유연성 검사 관련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의혹 중심에 선 이은철 대한사격연맹 실무부회장은 “사격복 유연성은 날씨와 습도에 따라 변화하는데, 이런 요소에 대해 실업팀 지도자로 일하고 있는 심판이 무작위로 검사해 선수를 탈락시키는 건 안 된다”면서 “A 씨와는 단 둘이서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특정 선수를 거론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 부회장은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아니라 무작위 검사를 통해 탈락하는 사례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면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무작위 검사를 아예 없애줬으면 좋겠다 해서 금메달 가능성 있는 친구 몇 명을 얘기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해당 글이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시점이 사격연맹 인사위원회가 끝난 다음”이라면서 “해당 인사위원회에서 전직 사무처장에 대한 비리를 다루는 위원회였다”고 했다. 그는 “전직 사무처장 라인으로 볼 수 있는 인사가 나를 음해하려 글을 올린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사격연맹 내부 세력 다툼에 따라 벌어진 음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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