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혼합단지 임차인 시정 공문 발송 요청하자 SH 강서센터 “지금은 공개하니 된 거 아니냐”
이 관리업체는 뒤늦게 지자체의 행정지도를 받고 6년 치 계약서를 한 번에 게시했는데 이 아파트를 관할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는 업체에 6년간의 계약서 미공개와 관련한 경위나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지도 않았다.
서울 강서구의 A 아파트는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주거안심센터가 관할하는 혼합단지다. 이 아파트 관리업체는 2018년 말부터 2023년 12월까지 6년간 임차인에게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8조에 따르면 공사, 용역 등의 계약을 체결할 경우 체결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서를 아파트 홈페이지와 동별 게시판 양쪽에 공개해야 한다. 만약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입주민 알 권리 보장과 아파트 회계를 투명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제정된 조항이다.
하지만 A 아파트 관리업체는 2018년 첫 계약을 맺은 이후로 6년 동안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2018년 이전 관리업체는 계약서를 공개했기에 임차인들은 해당 업체가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래서 임차인이 관리사무소에 계약서 공개를 요구했지만 관리소장은 “못 본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계약서 공개를 거부했다.
뒤늦게 지자체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은 A 아파트 관리업체는 6년 치 계약서 500여 장을 출력해 한 번에 게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들이 계약서를 미공개해 왔다는 사실을 주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주민들은 몇 년 치 계약서가 통째로 게시된 이유도 몰랐다.
이후 행정지도의 후속 조치였다는 걸 알게된 임차인들이 “어떻게 설명도 없이 아파트 관리를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따졌지만 관리사무소는 사과도 답변도 하지 않았다. 결국 임차인들은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최진혁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이 사실을 알렸고,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장과 담당자는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임차인이 강서센터 측에 그동안 계약서를 미공개한 것에 대한 공문을 관리업체에 보낼 것을 요구하자 강서센터 담당자는 그 자리에서 “공문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몇 달이 지나도록 담당자는 관리업체에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공문을 보내지 않은 이유를 묻자 강서센터 담당자는 “지금은 관리사무소(관리업체)가 계약서를 공개하고 있으니 된 거 아니냐”고 맞섰다. 6년간 공개하지 않은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였다.
한편 강서센터는 지난해에도 이 관리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당시 임차인대표회의 동대표 전원이 재계약 반대 의사를 전했음에도 센터는 “임차인대표와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재계약을 강행했다. 당시 강서센터는 임대 세대 의견수렴을 했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당시 진행한 임대 세대 의견 수렴은 1차에서 응답률 8.8%를 보이는 등 임대 세대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공사는 2차, 3차(문자메시지)까지 의견수렴을 진행해 유효 응답이 나올 때까지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 문항도 문제였다. 기존 업체 ‘입찰 배제’는 없이 ‘연장 계약’과 ‘경쟁 입찰’뿐이었다. 선택지 2개가 모두 기존 관리업체에 입찰 기회를 부여하는 문항이다.
임차인대표회의는 강서센터의 의견 수렴이 투표 목적, 방법, 일시, 결과 공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주민 의견 청취 공고도 없었으며, 주민이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형식도 아니었다며 절차상 하자를 주장했다. 수의계약은 안 된다고 강서센터에 의견도 전달했다. 하지만 강서센터는 의견 수렴을 근거로 수의계약을 체결한다.
임차인대표회의의 절차 상 하자 주장에 대해 센터 측은 “법령, 규정 오류를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임차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센터 팀장에게 A 아파트에서 사용한 설문 양식이 서울주택도시공사 공통 양식인지 묻자 “강서센터에서 내부적으로 쓰고 있는 양식”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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