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대표 자녀인 남밤비 씨의 개인파산 신청에 대해 채무 변제 회피성 파산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
▲ 풀무원홀딩스 주주총회. |
지난 5월 남밤비 씨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개인파산 및 면책을 신청했다. 법원이 밝힌 남 씨의 파산신청 이유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기 때문. 하지만 남 씨와 채무관계가 얽힌 정 아무개 씨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상장기업인 풀무원홀딩스의 남승우 총괄대표이사의 딸이라는 배경과 더불어 파산신청을 했음에도 여전히 남 씨가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정 씨는 “남 씨가 40억 원에 달하는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파산을 결정했다”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두 사람의 악연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4월 남 씨는 전 남편 박 아무개 씨와 함께 지인의 소개로 정 씨를 만났다. 만남의 목적은 돈이었다. 전자직접회로 제조업체인 네이쳐글로벌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박 씨는 남 씨와 함께 나서 유상증자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했다. 물론 각종 약정이 포함된 투자 목적에서였다.
당시 네이쳐글로벌은 상장사였고 남 씨의 집안 배경도 알고 있었던 정 씨는 별다른 고민 없이 40억 원을 빌려줬다. 그 무렵 네이쳐글로벌은 남 씨와 네이쳐메이드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해 주가가 급등하는 등 의심할 만한 정황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남 씨 부부는 돈을 받자마자 정 씨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약속한 담보제공과 이자납입 등의 약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설상가상으로 회사 안팎에서도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결국 같은 해 8월 네이쳐글로벌은 대표이사의 횡령 및 배임 사건이 발생해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4개월 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거쳐 상장이 폐지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뒤늦게야 유상증자를 했던 40억 원도 박 씨를 비롯한 회사 관계자의 횡령으로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도 밝혀졌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정 씨는 돈을 받기 위해 남 씨 부부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외면당하기 일쑤였고 끝끝내 돌아온 답변은 “이혼을 했기 때문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던 것.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돈을 빌리기 전인 2010년 1월에 이미 서류상으로도 이혼이 성립된 완전한 남이었다.
그러나 남 씨 부부의 이혼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네이쳐글로벌 공시에서조차 이혼 후 수개월이 흐를 때까지 남 씨를 ‘특수관계인’으로 표기해 주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 횡령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여러 차례 회사 측에 사업계획과 당시 항간에 떠돌았던 이혼설에 대한 서면질의를 요청했을 때도 회사 측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모든 사실을 파악한 정 씨는 두 사람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이 역시도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박 씨는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바로 해외로 도피해 수년째 귀국하지 않은 상태로 검찰에 기소중지가 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 씨도 모든 잘못을 박 씨에게 떠넘기고 있는 상태라 검찰에 참고인 중지가 돼 있다.
이처럼 답답한 상황에 속병을 앓고 있던 정 씨는 또 한 차례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남 씨가 개인파산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형 로펌인 태평양을 변호인으로 선임해 파산신청을 했다는 사실을 접하곤 정 씨는 “법을 악용한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 씨는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남 씨는 여전히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대형 로펌을 선임해 파산신청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숨겨놓은 재산이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남 씨의 개인파산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보통 개인파산의 경우 신청 이후 3~4개월이면 결과가 나오기 마련인데 남 씨는 채권자인 정 씨가 이의신청을 제기했을 뿐 아니라 반려될 만한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보통 개인파산 처리는 신청자가 제출한 서류만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다. 남 씨처럼 채권자의 이의신청이 제기되고 파산심문이 열렸다면 법원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더욱이 보통 사람들은 파산신청에 소요되는 비용(최소 30만 원)도 부담스러워하는데 남 씨는 대형 로펌 변호사까지 고용했으니 법원 측에서도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파산선고에는 부모의 재산 규모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남 씨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개인파산 신청서에는 부모의 재산도 기입하게 돼 있다. 향후 유산을 상속받는 경우를 고려하기 때문인데 남 씨도 이 부분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풀무원 측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 남 씨가 대표이사의 장녀이긴 하나 사적인 일인 데다 지난 2010년 12월 보유하고 있던 풀무원홀딩스 주식 2만 3841주(약 10억 원)를 전량 장내 매도했기에 회사경영과는 상관없다는 설명이다. 당시 주식 매도와 관련해 풀무원 측은 “개인 부채 상환을 위해 주식을 매도했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