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소송전 예고에 인력 유출 우려까지 경영 악재 요소 많아…널뛰는 주가로 주주들 손해볼 가능성도 높아져
고려아연은 지난 28일 공개매수를 종료한다고 공시했다. 공개 매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대 414만 657주를 주당 89만 원에 매입할 계획이었지만, 최종적으로는 233만 1302주를 매입했다. 고려아연은 204만 30주, 고려아연 우군인 베인캐피털은 29만 1272주를 사들였다. 지분율은 각 9.85%, 1.41%다. 고려아연은 매입한 주식 전량을 소각할 예정이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양측의 격차는 3%포인트로 좁혀졌다. MBK파트너스와 연합한 영풍그룹의 지분율은 38.47%, 각종 우군을 모두 포함한 고려아연 측 지분율은 35.42%로 예상된다.
대결이야 어떻든 어느 한쪽이 승리하더라도 고려아연 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쪽 모두 차입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고려아연은 공개 매수를 위해 자기 자금 5000억 원과 차입금 2조 1635억 원을 마련했다.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 지분 매입을 위해 자기 자금 5026억 3986만 2710원과 차입금 1조 7619억 2088만 7290원을 조성했다. 공개 매수 후 남은 금액 역시 지분 매입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승자가 입은 손실은 고려아연이 감당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이 가진 현금이 여러 방법을 통해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지난 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381억 원에 불과하다. 또 다른 차입금이 발생할 수 있다. 영업 활동을 통해 발생한 이익이 회사 성장을 위한 투자가 아닌 경영 정상화에 활용될 수 있다.
양측은 회사 성장보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셈법을 고민하고 있다. 영풍 측은 임시 주주총회 개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분율을 활용해 주총에서 이사회 장악을 위한 신규 이사 추천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해임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반면 최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이사회는 영풍 측의 임시 주주총회 개최 제안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영풍이 가처분 신청을 통해 주주총회를 열 가능성이 높다. 주총에서 발생할 지분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최 회장 측은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 등에 처분해 의결권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7.8%의 지분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도 필요하다.
양측은 소송전도 준비해야 한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진행했던 공개매수 자금 대부분이 차입금이기에 고려아연의 재무구조가 훼손될 수 있어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배임이라고 주장하며 자사주 공개매수 중단 가처분을 두 차례 신청한 바 있다. 이는 모두 기각됐지만 MBK파트너스는 입장문을 내고 “배임이 명백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지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은 아니다”라며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이 본안 소송을 통해 가려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소송전을 예고했다.
고려아연도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MBK와 영풍이 연이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결정이 날 때까지 일방적 주장을 유포하며 시장에 온갖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어넣은 것은 주가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저들(MBK·영풍)이 해온 행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승리에 몰두하느라 양측 모두 사업에 전혀 신경을 쓸 수가 없는 환경이다. 분쟁이 끝나도 소송전 승리에 집중해야 한다. 경영권 분쟁에 꽤 많은 돈을 썼기에 내부적으로 계획된 투자나 비즈니스에 써야 하는 돈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경영권 분쟁에 피로감을 느낀 유망한 직원들이 이탈할 수 있다. 누가 가져가든 고려아연은 앞으로 힘든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길어질수록 주주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도 높아진다. 우려하던 일은 이미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30일 373만 2650주를 유상증자하겠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약 2조 5000억 원 중 2조 3000억 원은 채무 상환 자금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앞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위해 마련한 차입금 액수와 비슷하다.
문제는 신주 발행가액이다. 고려아연은 29일 154만 3000원을 찍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고려아연이 67만 원으로 신주를 발행하겠다는 소식을 전하자 고려아연 주가는 30일 하한가를 찍으며 108만 1000원까지 급락했다. 31일에도 고려아연 주가는 10% 이상 하락해 100만 원 선이 깨졌다.
고려아연은 30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MBK와 영풍이 적대적 M&A를 통해 시작하고 초래한 주가 급변동성과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 여기에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국민 여론과 정치권, 울산 시민이 보여준 지지와 성원에 부합하는 조치”라며 “이를 통해 상장폐지 등 주주 피해를 방지하고, 더 나아가 고려아연의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고 미래 신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영풍 측이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유상증자를 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풍·MBK 연합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차입금으로 자사주를 공개 매수해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일반공모 증자로 메우려는 것은 스스로 배임 행위임을 자백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
새 컨트롤타워 재건 수준? 삼성전자 임원인사에 재계 시선집중
온라인 기사 ( 2024.11.21 13:38 )
-
‘지금배송’에 ‘넷플릭스 이용권’까지…네이버 ‘큰 거’ 띄우자 유통업계 긴장
온라인 기사 ( 2024.11.15 18:56 )
-
[단독] SK그룹 리밸런싱 본격화? SKC 손자회사 ISCM 매각 추진
온라인 기사 ( 2024.11.19 1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