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정무직으로 입법지원 등 수행…국민의힘 이재성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추천에 민주당 반대
국회도서관법 제4조에 따르면 국회도서관장은 국회의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임면하는 정무직이다. 임기는 국회법·국회도서관법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관례상 2~3년이다. 현재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이 2021년 12월 13일 취임해 올해 말 새 국회도서관장이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최근 국민의힘에서 국회도서관장에 이재성 전 선임행정관을 추천했지만 민주당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재성 전 선임행정관은 새누리당 기획조정국장, 대표최고위원 보좌역, 국회사무총장 보좌역, 국회의장 정무비서관 등을 역임했으며 박근혜 정부 당시 전북 출신 청와대 4인방으로 불렸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조정 분과 전문위원을 거쳤다. 그는 올해 3월 박근혜 정부 시절 20대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같은 해 8·15 광복절 특사(특별사면)로 복권됐다.
국민의힘의 한 원내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국회 내 다양한 경험으로 정무적 감각이 있는 인물”이라며 “공무원으로 결격사유가 없으면 대체로 추천인물을 반대하진 않는데 민주당이 이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성 전 선임행정관 추천을 반대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말을 아꼈다.
국회도서관장은 차관급으로 국립중앙도서관 관장(1급)보다 직급이 높다. 차관급 보수를 받는 정무직 자리임에도 국회도서관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지 않다. 국회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을 수 있고 대여할 수 있는 곳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다. 국회 앞에서 만난 한 시민(37·여)은 국회도서관에 대해 “국회에서 운영하는, 책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도서관은 국회사무처,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와 함께 대한민국 입법지원기관 중 하나다. 도서 열람·대여 서비스뿐 아니라 △법률 정보 조사 진행 △입법 활동에 필요한 정보 수집·정리·분석 △국가 서지(정기간행물기사색인 등) 작성 및 표준화 △국가문헌 수집 △외국도서관과 자료교환을 통한 문화교류사업 △의정활동 지원의 필요한 사무 등 독자적 사업·업무를 한다. 국가정보전략포털도 운영하고 있다. 현진권 전 국회도서관장은 2009년 3월 한 칼럼을 통해 “국회도서관은 국회입법정보원”이라며 “국회에서 일어난 입법 내용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정보를 모두 제공한다”고 말했다.
국회도서관장직은 그간 정치권 관례에 따라 이뤄져 왔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도서관장은 원내 제2당이 추천하는 인사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형식적인 동의 절차를 거쳐 임명해 왔다. 국회법 제22조에는 ‘도서관장은 의장이 국회운영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임면(임용·면직)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또 다른 입법지원기관인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입법조사처는 관련 법령에 따라 국회의장 소속하에 처장추천위원회를 두고 ‘국회예산정책처 및 국회입법조사처의 업무와 관련된 학회·연구기관 기타 법인·단체에서 추천하는 자’가 위원으로 자리해 처장을 뽑는다.
1955년 김경수 초대 국회도서관장부터 현재까지 23명의 국회도서관장 중 대다수가 정치권에 발을 담갔던 인물이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이 외부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4차례에 걸친 심사 끝에 최초로 도서관 전문가 출신인 이은철 국회도서관장이 취임한 바 있지만 이후 대부분 정치인들이 자리했다. 2016년 원혜영 전 민주당 의원이 외부인사로 구성한 국회도서관장 추천위원회가 추천 권한을 갖는 국회도서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회기 내 처리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관례에 따라 정치인이 국회도서관장에 오르는 풍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입법 지원을 위한 중장기적 사업을 실시하는데 관련 경력이 없는 정치 출신 인물이 자리하는 것이 국회도서관 성장보다 이권 다툼을 위한 자리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문화비평가인 이용훈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은 “국회도서관은 비정치적 조직인데 여야가 왜 여기서 이권 다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입법 지원을 위해 중장기적 사업을 이행해야 하는데 2~3년마다 새로운 정치인으로 바뀌면 이런 것이 가능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미국 의회도서관은 관장을 국가와 국민의 지적 수준을 상징하는 자리로 여기며 이를 대표하는 인물을 임명한다”며 “국회도서관장에 더 이상 정치인이 앉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국회도서관장을 공모 절차를 통해 임명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도서관협회 관계자는 “국회도서관은 도서관 자료의 수집·정리·보존, 의정활동 기록물 보존·평가·활용 등을 수행하는 국가도서관이기에 개방형 직위 공모절차를 통해 도서관 전문가를 관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며 “특히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24~2028년)에 근거해 국회도서관의 중장기적 발전 전략을 세우고 국제협력 및 최신 트렌드에 따라 도서관을 발전시킬 역량을 가진 인물을 앉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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