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용으로 인한 췌장염 등 부작용 우려…식약처 “체험담 사용한 광고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위고비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처방이 있어야 구매 가능한 의약품이다. 약사법 등 현행법에 따라 광고가 금지돼 있으나 병‧의원들이 SNS 등을 통해 처방 예약을 유도하거나 체험기 등을 활용해 광고하고 있어 과열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당국의 규제와 의료기관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주성분이 세마글루타이드(GLP-1 유사체)인 주사제로 GLP-1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 억제를 돕는다. GPL-1은 당뇨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임상시험 과정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 현재는 비만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2021년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68주 동안 위고비를 투약했을 때 평균 14.9%의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이미 수년째 처방되고 있는 비만 치료제 ‘삭센다’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높고 투약 편의성 좋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초기체질량지수(BMI) 30kg/m2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BMI가 27km/m2이상 30km/m2 미만이면서 고혈압, 당뇨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 등에 해당하는 비만 환자가 사용하는 전문의약품이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정상 체중, 심지어 저체중인데도 미용 목적으로 위고비를 처방받았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처방을 받았다는 사람들 중 전화 진료 시 의사가 BMI 지수 측정을 위한 키‧몸무게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일요신문i’에 “비만 치료가 필요한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와서 (위고비) 처방을 받아가거나 문의하는 일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위고비는 애초에 비만 치료를 위해 개발되고 승인‧허가된 의약품으로 BMI 지수가 정상 혹은 저체중인 사람에 대한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체중이 적게 나가거나 적응증(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질환이나 증세)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췌장염 발생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오심,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손실,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의료원 가정의학과 정은진 과장(전문의)은 “(위고비 처방 시) BMI 기준을 까다롭게 봐야 하는 이유는 약효가 이전 약에 비해 좋아 그만큼 부작용도 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나친 식욕저하로 섭식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처방 관리가 필요하다. 효과가 좋다는 건 그만큼 이 약을 중단했을 때 요요도 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병‧의원들이 SNS 등을 활용해 위고비 열풍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서울 강서구의 한 의원은 10월 중순 올린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에 위고비 가격과 부작용을 안내하면서 “지금 예약해도 가장 빠르게 진료 받을 수 있는 날짜는 11월 초”라며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겪고 있어 물량 확보가 어렵다. 미리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고 밝혔다.
유튜브나 SNS에서는 직접 의사가 위고비를 투여한 후 그 후기를 전하는 영상도 찾아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의원 원장은 SNS에 “위고비 투여 2주 차인 현재 4.7kg이 빠졌다”며 “음식을 봐도 전혀 감흥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 원장은 “2개월간 10kg 감량했다. 주사 맞는 거 말고는 별다른 노력을 안 했다. 먹고 싶은 거 먹고 했는데도 이렇게 됐다. 실제로 써보니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병‧의원의 게시물은 현행 법‧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30일 ‘일요신문i’에 “의약품 광고의 적정성 여부는 광고 주체와 목적, 구체적인 내용과 허가사항 및 일반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전체적·궁극적 인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별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약사법 제68조 제6항’에 따라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는 금지되며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에 따라 사용자의 감사장(感謝狀) 또는 체험담을 이용하거나 구입‧주문이 쇄도한다거나 이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한 광고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식약처는 위고비 출시 시점에 맞춰 비만 치료제 안전사용 환경조성을 위해 지난 15일부터 오는 11월 14일까지 한 달간 집중 단속 중이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근 사무국장은 “식약처‧보건복지부의 규제나 단속을 기대하기는 너무 광범위하고 인력이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기관의 자정노력과 자각심”이라며 “의사 단체들이 의사 회원들에게 충분히 숙지시키고 상업적인 목적에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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