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실황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누적 매출 100억 원 돌파…N차 관람 행렬도 이어져
8월 28일 개봉한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지난 5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 임영웅의 첫 스타디움 공연의 현장을 담은 작품이다. 당시 이틀 동안 열린 공연은 10만 명의 팬들이 찾았다. 그 생생한 현장을 기록한 이번 영화는 임영웅이 그동안 소화한 공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스타디움 무대는 물론 완벽한 콘서트를 위해 힘을 모은 여러 스태프의 모습, 임영웅의 인터뷰 등으로 구성돼 있다. 10월 29일까지 동원한 관객은 35만 4253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사상 첫 매출 100억 원 돌파와 더불어 누적 관객 수로도 역대 공연 실황 영화 가운데 1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 제치고 관객수 1위
방탄소년단부터 블랙핑크, 아이유 등 K-팝을 대표하는 가수들의 공연 실황이 꾸준히 개봉하는 가운데 종전 최고 기록은 방탄소년단이 2019년 1월 공개한 영화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이 동원한 34만 2366명이었다. 5년간 변하지 않았던 기록이 임영웅을 통해 깨졌다.
사실 공연 실황 영화가 누적 10만 명을 돌파하기도 어렵다. 아이유와 블랙핑크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가수들도 공연 실황 영화로는 최종 10만 돌파에 다다르지 못했다. 오직 방탄소년단과 임영웅만 가능한 기록이었고, 이제는 임영웅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누적 관객보다 더 눈에 띄는 수치는 공연 실황 영화로는 사상 처음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한 부분이다. 이는 같은 시기 개봉한 다른 영화들의 수치와 비교하면 더욱 눈에 띈다. 8월 7일 개봉해 지금까지 120만 명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의 누적 매출은 약 110억 원이다. 100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누적 매출에서는 임영웅의 공연 실황과 비슷한 수준이다. 10월 12일 개봉해 29일까지 관객 52만 명을 동원한 설경구·장동건·김희애·수현 주연의 영화 ‘보통의 가족’의 누적 매출은 49억 원에 불과하다. 임영웅의 영화보다 관객은 더 들었지만, 매출액은 절반가량 적다.
임영웅 영화의 100억 원 달성은 티켓 가격이 일반 영화보다 높게 책정된 특수관 상영에 따른 결과다. 실제로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GV에서 단독 개봉해 아이맥스 스크린과 스크린X 특수관에서 집중적으로 상영했다. 일반관에 비해 관람료가 비싼 이들 상영관의 티켓 가격은 각각 3만 5000원, 3만 2000만원. 일반관 역시 2만 5000원으로 판매됐다. 평일 일반관에서 상영하는 영화가 1만 4000원 내외의 금액인 점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가격이다.
공연 실황 영화의 경우 가수의 소속사(제작사)와 단독 개봉을 진행하는 극장 측이 서로 협의해 티켓 가격과 부율을 정하고 있다. 때문에 일반관은 물론 특수관 티켓도 기존 영화들과 비교해 높게 책정됐고, 통신사 할인 등 각종 티켓 혜택이나 심지어 조조할인 등도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티켓 가격은 영화를 기다린 팬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팬들은 아이맥스 상영관부터 먼저 예매를 시작하면서 특수관의 연이은 매진을 이끌었다. 10월 29일 기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일반 상영관보다 아이맥스와 스크린X 특수관에서 더 많이 상영했다. 일반 상영은 31%, 나머지 69%가 특수관 상영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
#팬덤의 결집 이끈 ‘영화 축제’
임영웅의 공연 실황 영화는 단순히 작품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데에만 머물지 않았다. 배급사 CGV ICECON은 영화 개봉에 맞춰 극장 주변과 서울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팬들의 결집을 유도했다. 전국 주요 CGV 극장을 활용해 팬들이 직접 영화의 주인공처럼 즐기는 참여 기회도 제공했다.
임영웅이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 도중 입은 의상을 전시하고, 영화의 한 장면을 표현한 포토월 등을 배치해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개봉 첫 주말인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남산 서울타워의 조명을 하늘색으로 점등하는 특급 이벤트도 화제를 모았다. 임영웅의 팬덤인 영웅시대를 상징하는 하늘색으로 서울타워를 장식하고 영화 개봉을 자축하는 동시에 관심을 유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가뜩이나 결집력이 막강한 영웅시대의 화력은 영화 개봉을 기념해 곳곳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이벤트를 기점으로 불이 붙었다. 여러 차례 반복해 영화를 관람하는 N차 행렬도 이어졌다. CGV 집계에 따르면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개봉한 이후 10월 24일까지 극장에서 영화를 두 번 이상 본 관객의 비율은 17.3%이다. 100명 가운데 17명이 영화를 두 번 이상 봤다는 의미다. 1000만 흥행작들도 N차 비율이 10%를 넘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임영웅 영화의 성과는 도드라진다. 지난 2월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최민식·김고은 주연의 ‘파묘’의 N차 비율 역시 약 7~8%대로 알려졌다. 임영웅 영화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보고 또 보는 팬들의 꾸준한 선택은 결국 재관람률을 높이고 누적 관객 및 누적 매출 상승까지 견인했다. 영화의 핵심 관객층은 임영웅의 팬덤인 영웅시대를 구성하는 50대 이상의 여성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17일 발표한 ‘2024년 9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에 대해 “확실한 팬덤을 대상으로 한 영화의 기획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며 “기존 공연 실황 영화가 10~30대 관객층을 중심으로 소구됐다면 임영웅의 영화는 50대 이상 관객 비중이 높아 특별관 이용 관객층이 중년층까지 확장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는 CGV 예매 분포에서도 확인된다. 30일 기준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을 예매한 관객은 여성(82.7%)이 남성(17.3%)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연령별 분포에서는 50대(49.3%)가 단연 높다. 이후 40대(22.8%), 30대(20%), 20대(7.6%) 순으로 집계됐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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