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이어 우리투자, 시행사 주식 가압류 나서…대주단 중 최대 800억 채권 KDB캐피탈은 ‘관망’ 아리송
#채무 면탈하려 간판 바꿨나
상도11구역 푸르지오 클라베뉴 부지는 조선 태종의 장남 양녕대군 사당이 있는 '지덕사' 소유 땅이었다. 2007년 처음 재개발이 추진됐으나 불과 1년 만에 금융위기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다 14년 지난 2021년에야 첫 삽을 떴다. 올 3월 가까스로 완공돼 주민 입주가 진행 중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여전히 골칫거리가 남아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예금보험공사(예보)와 우리투자증권 등 금융기관들은 2008년 상도11구역 재개발 당시 빌려줬던 돈을 아직도 못 받았다며 시행사 측 주식을 가압류했다. 예보의 경우 대주단에 속했던 경기저축은행·진흥저축은행·솔로몬저축은행 3곳의 파산관재인으로서 이같이 나섰다.
해당 금융기관 4곳이 받아야 할 돈은 이자 포함 약 751억 원 규모다. 각각 우리투자증권 377억 원, 경기저축은행 122억 원, 진흥저축은행 121억 원, 솔로몬저축은행 131억 원이다. 이들 기관은 푸르지오 클라베뉴 분양이익만 약 4000억 원대로 추산되는 만큼 시행사 측의 상환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이런 상황이 전개된 배경은 복잡하다. 상도11구역에서 처음 재개발 사업에 나선 곳은 '세아주택'이었다. 이번 가압류에 나선 금융기관들이 돈을 빌려줬던 회사다. 그러나 세아주택은 2010년 파산했다. 금융기관들은 당시로선 돈을 돌려받기 힘들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2014년 '포스트개발'이 이곳 재개발에 도전장을 냈다. 결과적으로 분양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포스트개발은 설립된 지 불과 1년 만에 시행권을 따냈는데, 알고 보니 임원 상당수가 세아주택과 겹쳤다. 포스트개발은 세아주택이 갚아야 할 사채 등을 전부 갚아주기도 했다.
특히 주식 구조가 수상했다. 포스트개발 대표 A 씨는 또 다른 인물 B 씨와 49.5%씩 회사 주식을 나눠 가졌다. A 씨는 세아주택 임원이었고, B 씨는 세아주택 대표였다. 이는 포스트개발과 세아주택이 사실상 같은 회사라는 의심으로 이어졌다. 즉 세아주택이 금융권 채무를 면탈하고자 회사 간판만 포스트개발로 바꿨다는 의혹이다.
예보와 우리투자증권 등은 채권 회수를 위해 A, B 씨 주식을 가압류했다. 이는 다른 금융기관이 동참할 계기로 작용할 수 있어 이목이 쏠린다. 상도11구역 재개발 사업 대주단에는 15개 금융기관이 참여해 1600억 원가량을 대출해줬다. 기본 이자율은 8.5%, 연체이자율은 25%였다.
#KDB캐피탈 소극적 행보에 금감원 '난감'
우리투자증권과 KDB캐피탈의 서로 다른 행보는 또 다른 이유로도 관심을 끈다. 이 사업에서 가장 큰 금액을 대출해준 곳은 KDB캐피탈로 총 390억 원이다. 국책은행 계열사로서 공적 자금이 투입된 곳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회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배임 의혹으로 번질 수도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도 이 지점을 들여다봤었다. KDB캐피탈이 채권 회수 노력을 하지 않는 이유를 살폈다. 금감원은 전직 KDB캐피탈 임원의 내부고발을 접수하고 사건을 조사했다. 그렇지만 올 4월 내린 결론은 '문제없음'이었다. 당시 채권 회수에 나선 곳이 예보가 유일하고, B 씨의 포스트개발 '지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예보 외 우리투자증권까지 채권을 회수하겠다고 나서며 금감원으로선 입장이 다소 난처하게 됐다. 또 금감원 말대로 B 씨는 포스트개발 '지분'은 없으나, '이익배당 청구권을 가진 주식 49.5%'는 존재한다. 각 금융기관이 채권 회수를 위해 B 씨의 포스트개발 지분이 아닌 '주식'을 특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채권단에도 관건은 남아 있다. 일찍이 가압류에 나선 예보는 본안 소송 1심에서 패소해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은 '대주단이 자발적으로 상도11구역 토지 공매를 진행했으며, 포스트개발은 수의계약을 통해 적법하게 땅을 취득하고 사업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2심은 서울고등법원이 맡았다. 항소심에선 '대주단이 세아주택과 포스트개발의 동일성을 모른 채 토지 공매가 진행됐는지'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우리투자증권은 법원 명령에 따라 10월 22일 "두 곳이 같은 회사인 줄 전혀 몰랐다"는 답변을 제출했다. 법원은 10월 28일 KDB캐피탈과 KB증권 등에도 관련 사실확인서 제출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 결과에 따라 KDB캐피탈 등 다른 금융기관의 행보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보 승소 판결이 나온다면 그 자체로 채권 회수 필요성이 인정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예보 측은 "대주단이 토지 공매를 개시한 사실이 시행사의 법인 갈아타기 및 채무면탈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KDB캐피탈은 세아주택과 포스트개발이 같은 법인이란 사실을 비교적 일찍 인지했었다. 2019년 당시 KDB캐피탈 감사위원이 이사회 등에 여러 차례 관련 문제 제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KDB캐피탈은 그해 12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해당 감사위원을 돌연 해임했다. 임기가 약 10개월 남은 때였다.
만약 KDB캐피탈이 채권 회수 절차에 나선다면 거둬들여야 할 돈은 8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KDB캐피탈 관계자는 "상도11구역 채권 회수는 아직 관리 중인 사안"이라면서도 "회수 시도에 따른 실익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 이 밖의 얘기는 내부 사정이므로 구체 설명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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