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과 해운업을 주력으로 하는 SM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재계순위 3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SM그룹과 이계연 전 대표의 인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5월 SM그룹 계열사 삼환기업 대표에 취임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낙연 당시 총리의 동생이었던 관계로 ‘정권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 전 대표는 동시에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2010년 8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삼환기업은 건설사로 전남신용보증재단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 이 전 대표는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공직자윤리위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법원은 2019년 이 전 대표에게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 30만 원을 부과했다.
이계연 전 대표는 2019년 11월 삼환기업 대표에서 사임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2020년 1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삼부토건 대표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SM그룹 계열사인 한국선박금융 대표에 취임하면서 SM그룹과 인연을 다시 맺었다. 한국선박금융은 선박 투자대행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다. 이 전 대표로서는 약 3년 4개월 만에 SM그룹에 복귀한 셈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한국선박금융 대표 취임 전에도 SM그룹 고문 자격으로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이계연 전 대표는 올해 1월 SM그룹 다른 계열사인 엘아이에스와 국일제지 사내이사에도 취임했다. 엘아이에스는 가공공작기계 제조업체고, 국일제지는 지류 제조·판매 업체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SM그룹 내에서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계연 전 대표가 대외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이 전 대표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거의 없었다. 실적면에서 성과를 거둔 것도 아니다. 한국선박금융의 지난해 매출은 5억 3300만 원으로 SM그룹 전체 실적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계연 전 대표를 주목한 곳은 증권가였다. 이 전 대표가 SM그룹에 합류한 후 SM그룹 계열사들은 ‘이낙연 테마주’로 분류됐다. 일례로 SM그룹 계열사 남선알미늄의 우선주는 지난해 12월 8일과 12월 11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었다.
지난 4월 10일 총선이 실시됐다. 이낙연 전 총리가 주축이 됐던 ‘새로운미래(현 새미래민주당)’ 소속 당선인은 김종민 의원 한 명뿐이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월 CBS ‘시사의창’에서 “최소 50~60석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과는 성적표는 처참했다. 그나마 당선된 김종민 의원도 이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사퇴해 어부지리로 당선됐다는 평가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 9월 새로운미래에서 탈당했고, 이낙연 전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이계연 전 대표는 총선 직후인 지난 4~5월 SM그룹 주요 직책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된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 4월 17일 한국선박금융 대표직에서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 이 전 대표의 당초 한국선박금융 대표 임기는 2024년 3월 28일까지였다. 이 전 대표는 연임에 성공해 지난 3월 29일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다. 다르게 말하면 이 전 대표는 연임 확정 20일 만에 사임한 것이다.
이계연 전 대표는 이어 지난 4월 30일 엘아이에스 사내이사에서 사임했고, 지난 5월 17일에는 국일제지 사내이사에서도 사임했다. 이계연 전 대표는 현재 공식적으로 SM그룹 계열사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 않다. 공교롭게도 이낙연 전 총리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한 시점에 이계연 전 대표가 SM그룹 주요 직책에서 물러난 셈이다. 그러나 SM그룹 관계자는 “내부 경영상의 이유라 (자세한 사퇴 이유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SM그룹 진덕빌딩 매각설 앞과 뒤
SM그룹은 최근 강남사옥을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에 120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영등포구에 위치한 SM그룹의 다른 사옥 ‘진덕빌딩’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SM그룹 계열사 (주)삼라는 2012년 진덕빌딩을 67억 7300만 원에 매입했다. (주)삼라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지분 91.76%(보통주 기준)를 갖고 있고, 우 회장의 장남 우기원 SM하이플러스 대표도 지분 3.24%를 보유 중이다. 또 우 회장과 그의 사위 박흥준 씨가 (주)삼라 사내이사를 맡고 있고, 우 회장의 차녀 우지영 태초이앤씨 대표는 (주)삼라 감사다. 진덕빌딩을 매각하면 우 회장 일가에게 직접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덕빌딩은 10층 규모 건물로 연면적은 1만 3805㎡(약 4176평)에 달한다. 진덕빌딩에는 한때 SM신용정보, 대한상선, 대한해운LNG, SMAMC투자대부, 한국선박금융, 삼라마이다스, 라도 등 다수의 SM그룹 계열사가 본사를 뒀다. 다만 현재는 SM그룹 계열사가 대부분이 SM그룹 마곡사옥이나 신촌역사로 본사를 이전한 상태다. 진덕빌딩에는 SM그룹 계열사 일부 부서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지난 11월 4일 진덕빌딩을 방문했지만 문은 닫혀 있었다. 진덕빌딩에는 SM신용정보 간판이 걸려 있지만 SM신용정보는 올해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한 빌딩으로 본사를 옮겼다. SM그룹은 진덕빌딩 입주 현황이나 활용 계획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SM그룹 관계자는 “(진덕빌딩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