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반대로 투표 못하다 사별 후 처음 투표소 찾아…“이제야 비로소 미국인의 권리 행사” 소감
미국에서 여성의 투표권은 1920년 수정헌법 제19조를 통해 미 전역에서 확립되었다. 그마저도 백인 여성들에게만 주어진 반쪽짜리 투표권이었지만 여성들도 당당하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남달랐다. 다만 헌법에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고 해서 모든 여성들이 실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투표를 할 수 없었다.
조지아주 뉴턴 카운티에 거주하는 베티 카틀리지(82)도 그런 여성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여든이 넘도록 한 번도 투표장을 찾은 적이 없었던 것. 읽고 쓸 줄 몰랐던 카틀리지가 투표를 못했던 이유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남편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국전 참전 용사였던 남편 윌리엄은 결혼 생활 내내 아내에게 “투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카틀리지는 미국 WSB-TV 인터뷰에서 “나는 너무 어렸고 결혼할 때는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라면서 “그러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투표를 해도 소용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달랐다. 남편이 지난해 4월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로써 뒤늦게나마 처음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 카틀리지는 자신의 생일인 10월 20일을 기념해 사전 투표소를 찾았다. 다만 투표를 할 줄 모르는 탓에 조카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카틀리지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투표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사람은 누구나 자동으로 유권자 등록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조카딸인 완다 무어는 “이모가 최소한 한 번쯤은 투표를 하길 바랐기 때문에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뿌듯해 했다.
다만 누구에게 한 표를 던질지는 전적으로 카틀리지 본인의 몫이었다. 그는 “조카는 누구에게 투표할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건 내 선택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틀리지는 “지금까지 글을 몰라서 투표를 못했다는 점을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서 “이제야 비로소 내가 미국인으로서 내 권리를 주장하는 느낌이 든다”라며 더없이 기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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