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머드가 극적인 뒤집기를 연출하며 여자바둑리그 정상에 올랐다. 보령머드는 11월 3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막을 내린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종 3차전에서 정규리그 1위팀 평택 브레인시티를 2승 1패로 꺾었다. 1차전 패배 뒤 2·3차전을 내리 따낸 보령은 이로써 종합 전적 2승 1패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3차전 모두 3국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부가 결정됐다. 지난 1일 1차전에서 1승 2패로 패했던 보령머드는 2일 2차전에서 2승 1패로 반격에 성공했다.
우승의 향방이 결정되는 3차전에서는 보령머드 이슬주 3단이 평택 브레인시티 고미소 2단을 181수 끝에 흑 불계로 꺾으며 보령머드가 선취점을 가져갔다. 이어 주장 맞대결에서 평택 브레인시티 스미레 3단이 보령머드 김민서 4단에게 264수 만에 흑으로 9집 반을 남기며 균형을 맞췄다.
이번 시즌 마지막 대국이 된 3국에서는 평택 브레인시티 김주아 3단이 보령머드 김다영 5단을 상대로 주도권을 잡으면서 결승점에 골인하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끝내기 단계에서 낙관한 김주아 3단의 치명적인 실수가 등장하면서 승률 그래프가 급변했고, 계가를 마친 결과 김다영 5단의 극적인 반집 승이 결정됐다.
행운의 역전승을 거둔 보령머드는 2020 시즌 이후 4년 만에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우승을 이끌어낸 김미리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였다는 평이 많다. 이번 시즌 시작 전 보령머드는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팀이었다. 지역 연고 선수로 수년간 활약해 왔던 여자랭킹 1위 최정 9단의 불참과 주력 선수인 김민서와 이슬주의 지난해 부진(각각 4승 8패, 3승 8패)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개막을 앞두고 감독과 기자들의 사전 예상에서 보령머드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우승이 확정된 후 김미리 감독은 “시즌 시작 전에 많은 분들이 우리 팀을 강팀으로 꼽지 않았지만, 내심 잘할 거라는 자신감은 계속 갖고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제 예상보다 훨씬 더 잘해줬고, 거기에 송규상 코치가 팀 분위기를 위해 애써주면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보령머드는 플레이오프에서도 H2 DREAM 삼척에 1차전을 내준 뒤 2·3차전을 가져오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었다.
한편 올해 창단한 평택 브레인시티는 정규시즌에서 1위에 올랐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역전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신생팀 돌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며 정규 시즌을 장악했던 평택 브레인시티였기에 챔피언결정전 결과는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안형준 감독은 김주아의 막판 대역전패가 확정되자 “어쩔 수 없다”라며 아픈 결과를 받아들였다.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지난 7월 개막해 8개 팀이 4개월의 경쟁 끝에 보령머드가 우승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상식은 12월 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다. 한국기원이 주최하고 NH농협은행이 후원한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5500만 원,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이다.
[승부처돋보기] 2024 한국여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3국
흑 김주아 3단(평택 브레인시티) 백 김다영 5단(보령머드) 273수끝, 백 반집승
#장면도1(흑의 패착)
종국(終局) 10여 수 전. 바둑은 흑의 1집반 승리가 확정적이다. 마라톤으로 치면 골인 지점을 10m 앞에 두고 2위와 15m 정도 앞서 있는 상황이랄까.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이 승부가 뒤집힌다. 흑1이 축배를 준비 중이던 평택 팀 검토실을 차갑게 얼려버린 패착이다.
#장면도2(흑, 패신에 홀리다)
김주아는 시간이 아직 12분이나 남아있음에도 마치 패신(敗神)에라도 홀린 듯 제꺽제꺽 두어나간다. 장면도 흑1로는 본도 흑1로 몰아 백2의 굴복을 받아내야 했다. 백은 A로 따내 반패를 다투겠지만 이 패는 팻감이 부족해 굴복이 불가피하다. 그런 연후 흑3·5로 마무리했으면 우승팀이 바뀌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장면도3(실전진행)
흑이 후수로 반집 끝내기를 하자 백은 2를 하나 선수한 후, 마지막 큰 곳 백4·6을 해치운다. 이곳이 2집짜리 끝내기. 결국, 직전 1집반 유리했던 흑은 이 수순에서 거꾸로 2집을 까먹으며 반집 패배를 당하고 만다.
유경춘 객원기자